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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 백년의 고독, 천년의 사랑
이사강.김태환.유쥬쥬 지음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엔 여행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돈과 시간이 허락하지 않으면 여행서로 대체해서 상상으로나마 일상의 스트레스를 조금 풀고 변화를 꾀하곤한다. 이 책도 역시 틀에박힌 일상에서 벗어나보고자 집어든 여행책이다.
인도는 내게 언젠가는 꼭 한번 가봐야할 나라 중에 하나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그저 책으로만 만나고싶은 나라이기도 하다.
더러운 오물들이 길가에 널려있다 하고, 사람들이 북적대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내게 10억인구의 나라는 좀 버겁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치안문제도 좀 걱정되고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인도를 책으로 만나보기로 했다.
인도 여행에서의 에피소드를 여행지별로 즐겁게 풀어낸 일반의 여행에세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영화감독 이사강, 포토그래퍼 김태환, 설치미술가 유쥬쥬 그들이 각자 인도에서 느낀 예술적 영감에 관한 이야기를 3인 3색의 느낌으로 풀어낸 책이다.
예술적 감성이 넘치는 그들이 인도에서 받은 느낌들이 사진과 함께 기록되어있어 사진이 많은 여행책을 좋아하는 내게 잘 맞는 책이었다.
이사강은 재충전과 정리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 인도로 떠났다.
처음에는 이곳을 부유함과 극빈, 나프탈렌과 마살라, 세제와 오물처럼 최신과 구닥다리가 불균질하게 섞여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어. 그 혼란 속에서 내가 어디에 속해야 할지를 몰라서 헤맸던 거지.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내 기준에 의해 분류된 것일 뿐이잖아. 나를 던져버리니까 모든 것이 하나처럼 보이더라. 그리고 즐거워졌어. p.31
인도에서 영화 트레일러를 촬영하면서 보고 느낀 점들을 풀어냈다.
세계 최대의 영화 제작국인 인도의 발리우드를 소개해주는데 생소한 분야라 흥미로웠고 세세한 부분까지 스텝들이 나눠져있다는것이 참 특이했다. 그렇게 우리나라와 다른 부분을 인식하게 되니 인도 영화에 대해 관심이 조금 생겨났다. 지금까지 인도 영화는 <슬럼독 밀리어네어> 한 편만 봤는데 다른 영화들도 찾아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이야기 곳곳에는 영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그녀가 언급한 영화들을 찾아보며 함께 인도를 느껴봐야겠다.
김태환은 인도인이 행복한 표정을 찾는 이유를 찾기 위해 더 느리게, 더 깊숙하게 들어가는 여행을 했다.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와 그들에게서 느낀 행복에 대해서...
우리가 불행하다 느끼는 것은 가진 게 적어서가 아니라 행복을 발견하는 따뜻한 마음을 점점 잃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행복과 불행은 밖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만들고 찾는 것이란 걸. p.127
’No Problem’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는 그들. 이런 마음가짐 하나로도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는 그들의 천성은 내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이 아닐까싶다.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무엇을 하든지 잘 될까? 라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나가는 내게 이 말은 참으로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말이었다. 나도 이 마음가짐을 갖고 살면 무엇이든 잘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인도인들처럼 미소를 짓고 노 프라블럼을 속으로 외쳐본다.
크리에이터의 세계로 통하게하는 통로인 인도를 다시 찾게 된 유쥬쥬.
대중적이지 않은 독특한 취향의 그녀. 에피소드 곳곳에서 그 느낌이 물씬 묻어나온다. 호기심이 왕성한 인도인들이 길가에 서있던 그녀에게 헬로를 외치고 기회만 생기면 이것저것 묻는 인도인들 얘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다른 저자들에 비해 가벼운 여행에세이의 느낌을 충분히 살려준 그녀의 글이 나는 참 좋았다. 그녀가 쓴 다른 여행책까지 관심이 생길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고, 화를 낸다고, 미궁의 블랙홀에 빠져 그것에 집착해봤자 나아지는 것은 없다.
한 걸음 물러나 마음을 정화시켜야 정답이 보일 때도 있는 법. p.245
아티스트 3인이 인도에서 길어올린 예술적 영감이 적힌 책이라 하지만 사실 나는 그들이 어떠한 영감을 얻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그들이 인도에서 느꼈던 몇가지 점들을 함께 느꼈을 뿐이다. 비록 그 영감을 같이 공유할 순 없었지만 인도의 매력에 함께 빠질 수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