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는 당신입니다
로레타 엘스워스 지음, 황소연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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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녀가 등장한다. 건강한 소녀와 병약한 소녀. 적극적인 소녀와 소극적인 소녀. 전혀 다른 두 소녀가 장기이식이라는 계기를 통해 운명의 실로 엮어졌다.
이건은 겨우 1.25센티미터로 인해 그녀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아멜리아는 말 그림을 그리며 점점 약해지는 심장을 대신할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에게 찾아올 기회만 바라고 있었다.
피겨 스케이트 선수로 김연아를 떠오르게 하는 장래가 유망한 소녀인 이건과 심부전증으로 인해 집안의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힘겨워 심장 이식만 기다리고 있는 소녀 아멜리아. 두 소녀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이 두 소녀가 심장 기증자와 수혜자로 연결되면서 평행한 두 소녀의 이야기가 점차 하나의 이야기로 모아지게 된다.
심장 이식으로 인해 아멜리아가 기증자인 이건의 성격을 갖게된다는 어디선가 접해본 소재이지만 두 소녀의 이야기가 적당한 에피소드와 함께 들어있기에 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수혜자의 이야기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기증자의 생전의 내용까지 같이 들어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건의 이야기는 살아온 삶을 추억하는 방식으로 그려졌고, 주로 가족 내에서 엄마와의 갈등과 십대의 로맨스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멜리아는 수술을 받고 새 심장을 얻고난 후 수혜자의 성격과 습관을 조금씩 갖게 되면서 생기는 혼란스러움과 수혜자의 가족을 찾아가는 에피소드를 그려냈다.
이건은 사후세계에서 삶의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자신의 삶을 정리한다.
엄마의 꿈이었던 피겨 스케이트를 그녀가 물려받게 되면서 엄마의 바람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때문에 커져만 가고, 이건은 그런 엄마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모든 일상은 피겨 위주로 돌아가고, 데이트조차 피겨에 방해된다고 못하게 하자 갈등은 점점 커져만 간다. 십대의 사춘기시절의 반항을 그대로 잘 보여주며, 엄마와의 갈등과 화해를 그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을 좀더 극적으로 그려냈고 누구나 한번쯤은 다 겪어봤을 이야기를 사실감 넘치게 그려냈기에 이건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아멜리아의 이야기는 투병의 아픔보다 장기이식으로 인한 변화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기에 이건처럼 십대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그녀의 이식 수술 전과 후의 모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해서 이건의 이야기가 좀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아멜리아가 이건의 적극적인 성격을 갖게 되면서 가족들은 그런 모습에 어리둥절해 하고 자신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모습도 그려냈다.  
예상했던 이건의 영혼의 소멸이 아닌 그 곳에서 행복을 느끼는 이건의 모습이 그려져서일까 장기이식이라는 소재라 슬프기만 할 것 같던 이야기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줘서 이 추운 겨울에 읽기에 참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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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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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투쇼 PD이면서 <카시오페아 공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재익 작가의 다섯번째 장편소설이다. 
그의 전 작품들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작가에 대한 평이 좋아서 이재익 작가의 첫 책을 이 책으로 선택해보았다.

<압구정 소년들> 이라는 제목으로 받은 첫 느낌은 돈 많은 상류 계급사회의 이야기겠지...였다. 부모 잘만나서 고생이란 것도 모르고 자기만 생각하며 권력과 부만 앞세우는 드라마에 뻔질나게 등장하는 상류층의 뻔한 이야기가 가득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제목으로 떠올랐던 이미지들과는 다르게 유명 여배우의 죽음으로 인해 그의 친구들이 빈소에 모이면서 그녀의 죽음을 통해 추억을 회상하는 이야기의 방식으로 전개된다. 상류층이 거주하는 강남의 압구정을 배경으로 상류사회의 모습과 연예계의 이면의 모습들을 이야기해준다.
작품의 주인공인 현우주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기자라는 직업때문에 여배우 서연희의 죽음을 조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첫사랑이기에 그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의문을 갖는다. 과거의 시절을 추억하며 그 때의 감정들을 떠올리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파헤칠수록 예상치못한 사실들이 드러나고 결국엔 숨겨져있던 진실에 다다르게 된다.
여배우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함께 성장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미스터리소설에 필수적인 반전이 등장하지만 예상할 수 있던 결과이기에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았다.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이야기 군데 군데 녹아있는 연예계의 비화라던가 이야기의 끝부분에서야 등장하는 서연희의 비밀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 책에는 목차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여러 노래가 많이 나온다. 음악에는 완전 무지하기에 무슨 장르인지도 모르니 책 속에서 음악이야기가 나오면 그냥 글씨만 따라 읽을 수 밖에 없어 같이 공감할 수 없었기에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난 주로 가요와 일본노래를 듣기에 책에 나오는 노래들이 모두 다 생소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야기와 함께 언급되는 음악으로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작가의 학창시절의 이야기도 포함된 자전적 소설의 성격도 띠고 있기에 작가와 비슷한 나이대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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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달콤한 상자 - 앤틱 샵에서 찾아낸 달콤한 베이킹 레시피
정재은 지음 / 소풍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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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그냥 베이킹을 취미로 하는 저자가 모아놓은 레시피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맛있는 책이다.
흔한 레시피책처럼 딱딱하게 레시피들만 쭉 나열해놓은 것이 아닌 저자가 홈베이킹에 빠지게 된 이유나 레시피들을 얻게 된 사연들이 나와있다. 묵직하고 큰 책임에도 불구하고 글씨가 작고 행간이 너무 적어 글 읽기가 좀 불편하지만 속의 내용은 알차고 들어있는 레시피의 수가 어마어마해서 그정도는 감수하고 읽을만했다.
이 책에 소개되는 레시피들은 미국에 살고 있는 저자가 그곳에서 얻은 것들이라 우리가 흔히 접하는 홈베이킹보다 더 달콤하고 과일의 사용량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홈베이킹을 하면서 외국의 레시피들을 접할 때마다 우리와 계량단위가 틀려서 실제로 만들어보지는 못했는데 이 책은 일일이 다 저자가 우리나라 단위로 변환시켜놓아서 쉽게 만들 수 있게 해놓았다.
저자가 스튜디오에 가서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만든게 아닌 일일이 자신의 손으로 만들고 찍은 책이라 그런지 더 홈베이킹의 느낌이 살아있는 것 같고 화려한 꾸밈이 없어서 약간 투박해보이지만 그 점이 오히려 더 좋았다.
자신만의 비밀 레시피를 숨김없이 모두 공개해놓은 레시피 책. 상업적으로 베이커리를 파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가 모두 다 보여준 저자의 책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모든 요리책의 서두에 들어있는 각종 재료와 도구 사용하는 방법에서부터 베이킹에 얽힌 그녀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적힌 파트와 쿠키, 케이크 등등으로 나뉘어 여러 레시피들이 소개되어 있다. 종류에 따라 유념해야 할 사항들을 앞부분에 보기 쉽게 적어놓아서 베이킹 초보들에게 참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인지하지 못했던 몇 가지 사항들을 배울 수 있었으니 초보들에게는 얼마나 유용한 정보일지 눈에 선하다.
보통의 빵집에서 접하기 어려운 레시피가 많아서 조금 독특한 흔치않은 베이킹을 하고 싶은 이들과 레시피만 적힌 딱딱한 책보다 소소한 이야기가 들어있는 요리책을 원하는 이들과 함께 이 책을 통해 달콤함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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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에 바라다 - 제142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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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조. 처음 접하는 작가다. 그가 경찰을 소재로 해서 많은 작품을 썼다는 건 알았지만 경찰이 범인을 쫓고 사건을 해결하는 그저 그런 소설일거라 생각했기에 유명한 그의 작품들을 읽어볼 생각을 안 했었는데 이 작품이 나오키상을 수상했다고해서, 수상작이라면 왠지 더 끌리기는 묘한 심리때문에 주저않고 읽어보았다.
사실 나오키상 수상이라는 타이틀도 이 책을 선택하게하는데 한 몫을 했지만 그것보다 띠지의 문구 "범죄는, 수사하는 이의 영혼까지 상처 입힌다." 를 보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수사관도 피해자라는 지금까지 접해보지못한 색다른 시점의 책인 것 같아 선택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센도는 홋카이도의 형사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요양 중인 휴직형사다. 어떠한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입고 할 일 없이 지내고 있는 터에, 지인들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으며 일종의 사립탐정노릇을 한다. 수사권한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형사라는 지위와 그간 쌓아온 감으로 홋카이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담당구역의 형사들에게 사건해결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 모든 사건이 홋카이도 내에서 일어나기에 여러곳을 돌아다니며 이곳 저곳을 묘사해주어서 그런가 책을 읽으면서 홋카이도 일주를 한 듯한 기분이 들어 홋카이도일주가 꿈인 내게 소설의 배경이 너무 마음에 들어 더 좋았다. 

휴직 중에 사건들을 해결하도록 도와주면서 그가 입은 상처도 조금씩 아물어간다. 마지막 장에서야 그가 어떠한 사건때문에 정신적 외상을 입었는지 얘기해주는데 참으로 섬뜩한 부분이었다. 경찰도 인간인데 왜 상처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와 그 가해자로 인해 목숨을 뺏기기도 하고 어이없는 누명을 쓰기도 하는 피해자들보다 수사를 진행하며 사건을 쫓는 형사에 초점이 맞춰져서 그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아픔과 상처가 느껴져 역시 경찰소설의 대가라 불리는 저자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건에 도움을 주고서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주인공. 복귀하는 날을 기다리며 사건을 하나씩 해결하는 그가 형사라는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면 얼마나 성과를 올릴지 눈에 선하였다.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끝까지 그가 복귀되지 못했지만 그의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기에 그렇게 많이 아쉽진 않았다.

수사하는 이도 상처받을 수 있다는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해준 사사키 조. 그의 다른 경찰소설들을 모조리 찾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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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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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여행을 떠나고싶어하는 욕망을 갖고있는 나에게 <책여행책> 이란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책을 너무나 읽고싶었다.
예상과는 다른 양장의 묵직한 책을 받자마자 펼쳐보니
"461,918km를 날아 28개의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집을 떠날 필요는 없었다. 단지 안락의자와 8,894pages의 책만 있다면…"
문구가 떡하니 보인다. 
돈과 시간에 쪼들려 여행은 대부분 다른 이들의 여행에세이를 통해 대리만족하며 떠나고싶은 욕구를 잠재웠는데 이 글을 보는 순간 이 책이 나의 여행에 대한 욕구를 충분히 넘치도록 채워줄거라 생각했다.

이 책은 책여행과 여행책 두 파트로 나뉘어있다.
책으로 떠난 여행이야기와 저자의 여행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런데 첫번째 파트인 책여행부분이 저자의 여행이야기인것처럼 아리송하게 적혀있다. 이게 현실이야기인지 가상이야기인지 구별하기가 참 어려웠다. 처음엔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구별해보려했지만 책 읽으며 괜히 이런 일로 스트레스받기는 싫어서 그냥 읽었다. 읽다 보니 사실여부에 상관없이 그냥 여행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책에서 그려지는 세상이 직접 나의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아름답고 재미나게 펼쳐지니 여행책을 읽는 것도 여행 못지않게 좋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에 대한 욕구가 한층 거세졌다. 책으로만 만족하기에는 아직 나이도 젊으니 직접 나의 눈으로 나의 가슴으로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으니 말이다.
앞의 책여행 부분보다 역시 여행책 부분이 더 재미있었다. 저자의 여행이야기가 사진없이 글로만 써져 있는데도 꽤 재미나게 읽었다. 원래 여행에세이를 선택할 때 글보단 사진에 좀 더 치중해서 고르는 편이었는데 이번 책은 사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루하지않게 재미나게 읽었다. 저자의 글마다 그 이야기와 관련된 책의 문구들이 나온다. 그 문구들만으로도 언급된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책들도 많고, 책에 나오는 곳과 저자가 직접 찾아가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며 느꼈던 느낌들이 나와 사람마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생각과 느낌이 참 많이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으로 여행 욕구를 잠재워보려던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그 욕구가 더욱 거세져서 책을 덮고난 후 어디로 여행을 떠날까 고민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역시 여행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직접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 가장 좋다는 걸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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