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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기에 관심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되었는데 읽으면서 <벽장 속의 아이>가 계속 겹쳐져서 사실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저 작품을 접했을 때 충격 그 자체였고, 아이의 시점으로 쓰여진 작품이라 아이가 겪은 상황 자체에 더 몰입이 되어 아픔을 많이 느꼈었다. 하지만 비슷한 소재의 작품을 그것도 적은 분량이 아닌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접하다보니 사실 아픔, 충격, 공포 등등의 감정은 점점 누그러들고 그저 모자의 탈출과 바깥 세상에서의 결말만을 보기 위해 계속 읽어나갔다. 저 작품을 읽지 않았다면 충분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그저 중복된 내용의 책을 한 권 더 읽은 느낌만 강했다.
잭은 그의 엄마가 올드 닉이란 한 남자에게 납치되어 감금된 채로 낳게된 아이이다. 잭은 엄마와 함께 자그마한 공간에서 살게 된다. 그 곳에서 한번도 밖에 나가본 적이 없기에 티비 속의 세상은 모두 꾸며진 것이라 여기고 세상 밖에 대한 건 하나도 모른채 다섯 살 생일을 맞이하고 잭의 엄마는 그제서야 잭과 함께 자유를 꿈꾸며 바깥 세상을 알려주기로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해 알아가며 하나씩 세상과 마주하기 시작한다. 잭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고 두렵기만 하다. 잭에게 방은 모든 것이었다. 안전한 곳이었고 엄마와 함께 24시간 있을 수 있기에 그저 행복하기만 한 곳이었다. 새로운 바깥 세상은 잭에게 그저 티비 속의 세상처럼 느껴질 뿐이다.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방에게 안녕을 고하며 그들은 세상에서 살아가기 시작한다.
이 책은 납치, 감금, 성폭행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택해 쓰여졌지만 순진한 아이의 눈을 빌려 쓰여졌기에 격한 감정보다는 아픔만이 느껴졌다. 아이의 심리가 너무나 잘 표현된 작품이어서 실제로 내가 잭이 된것처럼 이야기를 잘 느낄 수 있었다. 충격적인 사건보다 그 실화를 통해 가족 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한 작품이었기에 충격과 같은 격한 느낌이 아닌 조금 씁쓸하면서 아프지만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