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일종인 아편의 체험기를 당당하게 글로 옮긴 이 책의 소개글을 보는 순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환상이 가득한 마약의 세계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아편에 대한 저자의 당당한 고백과 예찬론이 재미있을 것 같아 고전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다. 고전 작품들은 우선 작품이 쓰여진 시대가 틀리기에 그 배경상황도 짐작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어려운 말들이 많아 이해하기 힘들어 주저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고 고루하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세계 문학의 숲 1,2번 작품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이 좀 어려운 작품이어서 세번째로 선보이는 이 작품을 선택하기가 조심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어서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아편의 이야기만 담은 것이 아니라 아편을 복용하게 된 원인이되는 학생시절의 추억부터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제1부에서는 아편을 본격적으로 복용하게되어 그 쾌락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2부에서는 아편에 중독되자 아편으로부터 벗어나기위해 복용량을 줄이자 고통을 겪게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술보다 더 값이 저렴하며 약종상에게 쉽게 구할 수 있던 아편팅크를 저자는 치통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복용하기 시작한다. 1800년대 초기엔 아직 아편이 마약으로 정해지기 전이었기에 당당하게 자신이 아편중독자였으며 아편이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쾌락에 대해 아편의 놀라운 효능에 대해 들려준다. 하지만 쾌락도 잠시 저자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습관적으로 복용했던 아편을 끊을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는 그 고통속에서 성공을 이뤄낸 것처럼 끝을 맺는다. 역자의 해설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 곳인 부록에 저자는 아편을 끊는 게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지 토로한다. 본문의 내용에서보다 더 직설적으로 자신이 느낀 고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저자의 고백은 아편의 지배력이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잘 보여준다. 그 시대엔 그저 진통제일 뿐인 아편에 대한 한 영국인의 고백은 무엇보다도 여러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어서 더 의미가 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