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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평 - 퇴짜 맞은 명저들
빌 헨더슨, 앙드레 버나드 지음, 최재봉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고 악평을 남기기란 쉽지 않다. 그 책이 소위 말하는 ‘고전 명작’이라면 더욱 그렇다. 책을 읽고 혹시 가졌을 법한 안 좋은 감상도 ‘고전’이라는 아우라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독자 개인이 책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말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나 이젠 솔직한 감상평에 용기를 가져도 될 것 같다. 빌 헨더슨과 앙드레 버나드의 『악평』에 따르면, 오늘날 위대한 명작들이라고 불리는 작품들도 출간 당시에는 굴욕적인 악평을 당하는 일이 허다했다니 말이다. 사실 논쟁의 소지가 다분한 작품들, 이를테면 플로베르의 『마담 보봐리』나 블라디미르의 『롤리타』, 로런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같은 경우 당대에 많은 찬반논쟁을 불러 일으켰음은 우리도 예사롭게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헤밍웨이나 스콧 F.피츠제럴드, 마크 트웨인같은 작가 역시 악평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니, 순진한 독자로서는 그저 놀랄 뿐.
저명한 편집자이자 작가인 빌 헨더슨과 앙드레 버나드는 여러 매체를 통해 발표된 ‘악평’들을 한데 모았으며, 거기에 작가들끼리 주고받은 편지에 오간 사적인 ‘뒷담화’와 갖은 이유로 출판을 거절하는 출판사의 ‘거절편지’까지 추가했다. 제목그대로 ‘악평’ 모음집인 셈인데, 그렇다면 왜 하필 ‘악평’인 것일까?
칭찬만을 늘어놓은 ‘착한’ 서평은, 비록 그 찬사가 충분히 그럴만 하다고 해도 독자입장에선 그리 매력적으로 읽히진 않는다. 서평으로서 칭찬은 너무 당연하고, 예측 가능한 반응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평은 항상 독자의 예상 밖에 서 있다. 예상 밖의 서평은 읽는 재미도 재미지만, 혹시 감상을 방해할지도 모르는 명작의 ‘아우라’를 없애줌으로써 좀 더 솔직한 감상을 가능하게 만든다.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은 없다는 진리를, 『악평』은 새삼 우리에게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몇몇 악평들은 악감정이 지나쳐서 다소 부당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악평들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리고 가끔은 평범한 독자인 우리의 감상을 정확히 대변해 주기도 한다. 제임스 조이스의 악명 높은 소설 『율리시스』를 읽은 버지니아 울프는 “산만하고, 허세가 많고, 상스럽다”고 평한바 있다. 위대한 작가인 그녀도 그렇게 느꼈다니, 우리도 악평을 아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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