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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홈스쿨
고경태.고준석.고은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5월
평점 :
저자가 머리글에서 이미 강조했듯, 글쓰기 책은 널렸다. 시중에 1,000권이 넘는 글쓰기 책에서 ‘의미 있는 플러스 원’이 되고 싶다는 저자의 작은 소망은 실현 가능할까? 적어도 소재만큼은 ‘의미 있는 플러스 원’이지 싶다. 대관절 ‘글쓰기 홈스쿨’이라니! 기자인 아빠가 아들, 딸에게 손수 글쓰기를 가르쳤다. 아이들은 쓰고, 쓰고, 또 썼고, 아빠는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쳤다. 그 과정을 한겨레 지면과 yes24에 연재했는데, 지인들은 글쓰기 아동학대라고 수근거렸을 정도라니 그냥 글쓰기 지도가 아닌 홈스쿨이란 말을 붙인 것도 과장은 아닌 듯싶다.
현직 기자인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 책을 썼다는 것은, 첫째 그만큼 아이들 눈높이에 맞췄다는 의미고, 둘째 기자답게 철저하다는 의미다. 각각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인 준석과 은서는 아빠가 건넨 주제로 매주 글을 써내야 했다. 기자의 아들, 딸이라고 해서 작문실력이 또래와 크게 다를 리 없다. 비문과 오타는 애교요, 개념 상실은 기본이다. 그럴 때 다 현직 기자인 아빠는 ‘빠꾸’ 시켰고, 아이들은 억지춘향 다시 써냈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 글은 ‘꼴’을 차츰 갖췄다.
사실 글쓰기 책으로서 ‘띄어쓰기를 잘하자’, ‘접속사를 줄이자’, ‘부사를 다양하게 쓰자’, ‘능동태를 쓰자’는 조언은 좀 식상하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글을 통해 그런 오류를 확인하고, 아빠의 조언에 따라 글이 개선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독자로서 색다른 경험이다. 학생에게 글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좋은 지침서가 될 거고,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학생이라면 좋은 자습서가 될 거다. 아이들 글도 글이지만, 글을 잘 쓰기 위한 저자의 아낌없는 조언도 좋다. 서평 끝에 밝히지만, 글쓰기로 아동학대한 이 아빠는 한겨레에서 20년간 글을 쓴 고경태 기자다. 이런 학대라면 나서서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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