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의 힘 - 어떻게 소비자를 사로잡을 것인가?
제임스 H. 길모어.B. 조지프 파인 2세 지음, 윤영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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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과 마케팅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진정성(Authenticity)' 측면에서 '철학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똑같은 제품을 두고 가격 경쟁하던 대량생산시대가 끝났다며, 이제 소비자는 자신의 자아와 일치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한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스포츠 회사 나이키의 "JUST DO IT"이 단순한 표어가 아니라, 소비자가 나이키 제품을 이용하면서 "JUST DO IT"의 의미를 '체험'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한다는 걸 느껴야 한다는 거다. 소비자가 진정성을 느껴야 사업이 번창한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어떻게 진정성을 실현했는지 정말 다양한 사례를 저자 나름 분석하지만, 기업 실무자 입장에서 구체적이고 당장 실현 가능한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저자의 설명은 철학적이고 추상적이다. 진실한 가짜, 진실한 진짜, 가식적인 가짜, 가식적인 진짜 같이 저자가 만들어낸 아리송한 개념을 만난다. 심지어, "'잘' 해야 한다.", "'적당히' 해야 한다."로 결론짓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책이 정돈되지 않았다. 무분별한 인용, 요점 없이 산발적인 글, 근거를 알 수 없는 이론, 연관성을 알 수 없는 철학 용어 사용은 독서 내내 생각을 정리할 수 없게 한다. 쉽게 한 문장으로 요약해도 될 말을 쓸데없이 한 페이지로 늘어 쓴다. 논리적으로 쓰인 책이 아니다. 부족한 논리를 어떻게든 보완하려고 사례를 무분별하게 늘어놓았다. '짜깁기'한 흔적이 보인다. 수많은 인용에 출처가 없다. 다른 기업의 '진정성'만 분석했지, 본인 책의 '진정성'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려면 각오가 필요하다. 정말 읽기 힘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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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
김선영 지음 / 봄봄스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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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속 변화하는 예술


 지루하고 고전적인 예술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천에 적응해가는 예술을 보여준다. 드론을 이용한 예술, 빅데이터를 활용한 문화 거버넌스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일상과 유리(遊離)됐던 예술이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이용해 다시 일상과 가까이 가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린 예술이 다시금 보편화되기를 바라면서, 드론과 AI 등 신기술을 이용해 다시 일반인에게 다가가려는 여러 시도를 보여준다. 저자는 어렵고 따분하고 고지식한 예술이 아니라 일반인이 일상에서 편히 다가갈 수 있는 예술의 길을 이야기한다. 기존 예술의 관념을 고수할 게 아니라, 시대에 맞게 예술도 변화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대학교 교수답게 명확한 출처와 인용, 정돈된 문장에 눈이 편하다. 하지만, 내용이 마냥 쉽지는 않다. 철학적 고찰, 예술 평론 등 어려운 내용이 책 곳곳에 함정처럼 숨어있다. 심지어, 4차 산업혁명을 응용한 예술을 바라보는 저자의 철학적 사유는 독자에게도 같은 사유를 요구한다. 아쉬운 점은 저자의 사유에 결론이 없다는 거다. 많은 글이 의문형 또는 추상적인 바램으로 마무리 짓는다. 독자에게 확실히 저자가 생각하는 '예술의 길'을 보여주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시대적 변천과 적응


 문화, 예술이라는 용어는 시대가 변화할 때마다 사전적 정의에 문제를 겪는다. 불변하는 자연 속성을 담고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추상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시대적 관념과 생활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문화와 예술은 기존 정의에 벗어나는 새로운 관념을 포용할 건지 배척할 건지 고민한다. 새로운 관념을 포용한다면, 패러다임의 변화로 나타난다. 배척한다면, 문화와 예술은 대중에 유리되고 독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모더니즘에 반발한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은 기존 문화와 예술이 새로운 관념을 포용한 사례다. 반대로, 상업과 유흥이라는 현대 자본주의 관념을 배척한 현대 예술은 독자적인 길을 선택한 대가로 대중에게 유리됐다.


 많은 예술가가 '예술'의 본질에 대해 고민했다. 시대가 변화할 때마다 새로운 관념이 등장하며 끊임 없이 기존 예술의 정의와 부딛혀왔기 때문이다. 많은 예술가가 자본주의 상업성·대중성이라는 새로운 관념을 거부하고 기존 관념을 고수했다. 온갖 철학적 사유를 인용하며 대중과 거리를 벌렸다. '예술을 위한 예술', 예술지상주의가 등장한다. 대중의 요구에 부흥하려는 상업 예술을 진정한 예술이 아니라며 배척했다. 그 결과 대중에게 예술은 신비롭고 흥미로우며 아름다운 무언가가 아니라, 고리타분하고 어려우며 젠체하는 무언가가 돼버렸다. 예술은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무엇이든지 흥하려면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다수가 공감·공유하는 유산이 되어야 한다. 많은 전통문화가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사라졌듯이, 예술도 마찬가지다. 예술가가 자기만의 미적 심취만 고집해봤자, 대중에게 소외될 뿐이다. 미적 심취를 위한 노력과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다. 미적 심취 활동 그 자체가 목적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서 한다는데, 누가 말릴까. 하지만, 대중성이 전혀 없으면서 대중에게 작품의 가치를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모순이 없어야 한다는 거다. 스스로 대중에게 멀어졌으면서 대중이 예술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성토해서는 안 된다. 꾸준히 대중에게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예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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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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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사냥꾼, 발굴과 도굴의 사이


 이 책은 고생물학계와 화석 발굴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르포르타주다. 가상의 사건이 아니라, 실화를 기반으로 쓰였다. 화석 사냥꾼 에릭 프로코피의 타르보사우르스 바타르를 둘러싼 '사건'이 중심이다. 화석을 발굴하는 화석 사냥꾼과 화석 매매를 반대하는 고고학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치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공룡은 중심 주제가 아니다. 공룡을 기대하고 읽었다가 실망할 수 있다.


 저자는 화석 사냥꾼의 '도굴'과 '가치 창출'이라는 이중성을 집중 조명한다. 화석 사냥꾼은 공공의 재산을 탈취하는 '도굴꾼'이다. 반대로, 아무런 가치 없는 돌덩이 속에 잠들어있는 화석을 세상에 선보인다. 많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화석이 고고학자보다 화석 사냥꾼에 의해 발견됐다. 저자는 이익에 눈이 먼 악랄한 도굴꾼이 아니라, 화석을 사랑하며 열정적으로 탐사하는 화석 사냥꾼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책이 깔끔하지 않다. 화자의 핵심 대상이 수시로 바뀌면서 혼란스럽다. 쏟아지는 미국 시사 상식에 생소하다면, 이 책은 고역이다. 고생물학 전문용어는 이중고다. 내공이 필요한 책이다.


제국주의 약탈


 제국주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핵심은 문화재의 가치를 모르며 관리할 능력도 없는 미개한 국가로부터 문화재를 발굴하고 보존한다는 것이다. 비도덕적인 도굴과 약탈을 탐험과 모험, 그리고 열정으로 미화한다.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는 문화재를 관리할 능력이 없는 '미개한 국가로부터 문화재를 발굴하고 보호'하기 위해 탐사한다. 발굴된 문화재는 '문명적인 서양의 박물관'에 전시된다.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고 모험하는 스릴로 약탈이라는 본질을 감추는 거다. 인디아나 존스는 고고학자가 아니라, 명백한 '도굴꾼'이다. 우리나라에 아무렇지 않게 상영되는 인디아나 존스는 '제국주의'와 '백인우월주의'가 고스란히 담겨있고, 이를 모험과 탐험이라는 짜릿한 경험으로 탈바꿈해 시청자에 심는다. 화석 사냥꾼도 여기에 벗어나지 못한다. 소중한 유산을 발굴해 인류에 기여한 것처럼 홍보하지만, 그들은 행위는 명백한 '약탈자'다.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많은 전시품이 약탈 문화재다. 이집트, 인도 등 문화재를 약탈당한 나라가 영국과 프랑스 등에 반환을 요청하면, 그들은 "문화재 관리 능력이 없다."고 하거나 "보편적인 인류 문화재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 국가에 귀속될 필요가 없다."며 반환을 거부한다. 국가가 개인의 권리인 소유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핑계로 거부하는 건 흔한 일이다. 많은 피약탈국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임대 형식의 한정적인 반환을 요구하지만, 깔끔하게 무시한다. 


 우리나라에 남의 일이 아니다. 아직도 원래 자리를 찾지 못한 문화재가 산더미만큼 있다. 수십만 점이 약탈 문화재로 국외(특히, 일본)에 반출돼있다. 피침략국이라는 약소국의 서러움은 둘째치고, 이런 본질을 보지 못한 채 재밌다며 <인디아나 존스> 같은 제국주의 영화의 문화 폭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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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금융의 이해와 활용
김수진 지음, 김철기 외 감수 / 한국금융연수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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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금융 실무서


 디지털금융이 무엇인지 소개한다. 디지털금융의 개념을 간략히 소개하고 어떻게 응용되는지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디지털금융이 무엇인지부터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배울 수 있다. 외국 기업과 우리나라 기업을 비교해 지금 우리가 부족한 게 무엇인지 보여준다. 시사적인 내용이 많지 않지만, 우리나라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단락 마지막에 핵심 정리로 단락을 요약해서 보여준다. 어려운 전문 개념을 길게 늘어놓지 않고 간략히 다듬어 설명한다. 최대한 독자를 배려한 게 보인다. 이론보다는 실무적인 내용이 많다. 디지털금융의 상세한 이론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심심한 책이다. 일반인에게 전문적이면서 전문가에게는 심심한 책이다. 신입 실무자 교육을 목표로 했다.


규제와 혁신


 규제에는 열거주의(Positive system)와 포괄주의(Negative system),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우리나라는 열거주의 방식을, 미국은 포괄주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열거주의는 '가능한 것'만 나열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아이의 편식을 교정할 때 먹을 수 있는 음식(밥, 김치, 미역국 등)을 나열하고 나머지 음식(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은 못 먹게 하는 방식이 열거주의다. 열거주의에서는 나열된 음식만 먹을 수 있다. 포괄주의는 '불가능한 것'만 나열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못 먹는 음식을 나열하고 나머지 음식은 아이의 재량껏 먹게 하는 방식이 포괄주의다. 포괄주의에서는 나열된 음식을 제외한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포괄주의와 열거주의, 두 가지 규제방식의 차이가 단순해 보이지만 큰 격차를 만든다. 열거주의 아래에서는 행동에 엄청난 제약이 따른다. 허가된 방식으로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포괄주의 아래에서는 행동에 제약이 없다. 금지된 것만 피하면 되기 때문이다.


 혁신은 갑작스럽고 우연히 발생하는 게 아니다. 자유롭게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게 혁신이다. 많은 혁신이 미국에서 발생했고,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들었어도 여전히 미국에서 이론과 기술을 수입해오고 있다.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혁신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성토한다. 우리나라에서 혁신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멀리 있지 않다. 창조적 파괴를 두려워하는 기득권과 이들에 빌붙는 정치인,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열거주의 규제가 우리나라에서 혁신이 발생하지 않는 주된 원인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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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존엄에 대한 요구와 분노의 정치에 대하여
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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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정치적 의미


 <역사의 종말>로 세계에 알려진 정치학자가 인간이 느끼는 '정체성'이 정치 현상에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한다. 포퓰리즘, 파시즘 등 다양한 정치 현상을 '정체성'으로 설명한다. 국민이 어디에서 '정체성'을 느끼냐에 따라 국가의 번영과 쇠락을 결정짓는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국민 정체성' 없이 '제한된 정체성'1이 국가 내 난립하면 지옥문이 열린다. 이븐 할둔의 <역사 서설>의 '아사비야(Asabiyyah)'와 저자가 언급하는 '국민 정체성(National identity)'이 매우 유사하다는 게 특징이다. 


 저자는 미국의 좌파와 우파를 모두 비판한다. 예를 들어, 흑인과 여성같이 사회적 약자라는 제한된 정체성을 강조하는 좌파의 전략은 성공할 수 없고 오히려 혼란을 불러올 뿐이라고 비판한다. 흑인과 여성의 프레임을 견지할수록, 사회에서 소외된 백인과 남성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반발을 우파가 이용하면서 비토크라시(Vetocracy)와 포퓰리즘(Populism; 인기영합주의)이 유행한다. 비토크라시와 포퓰리즘이 만연하는 우리나라에도 의의가 있는 책이다.


 철학,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그리고 정치학의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에 평소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어려울 수 있다. 글과 번역이 깔끔해서 읽는 데 불편이 없다는 게 위안이다. 어렵더라도, 배울 게 많아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저자로부터 소외된 자들이 어떻게 세상을 격동으로 이끄는지 배워보자.


정치적 안정과 번영


 사람은 어딘가에 소속돼있고 정당한 대우받을 때 안정을 느낀다. 만약 이게 충족되지 않는다면 정체성 혼란이 발생한다. 새로운 정체성을 찾거나 기존 질서에 저항한다. 새로운 정체성을 민족에서 찾으면 민족주의가 나타난다. 종교에서 찾으면 원리주의가 등장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심화되면 민족주의와 원리주의가 전체주의로 발전한다. 국가 구성원 모두를 아우를 수 없는 제한된 정체성은 국가를 광기에 물들이거나 혼란에 빠뜨린다. 지난 모든 반란과 학살, 사회혁명의 원인은 제한된 정체성이 만든 차별에 대한 소외된 자들의 저항이었다.


 반면, 통일된 국민 정체성이 국가 내 자리잡혀있다면 정치적 안정과 사회 발전의 토대가 된다. 중요한 건, 국가 내 특정 집단에 속하는 정체성이 아니라 국가 구성원 전체를 아우르는 정체성이 잡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민 정체성'이 확립돼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정치적 안정을 제도(制度) 또는 강력한 권력에서 찾는다. 하지만, 정치적 안정의 기초 토대는 '국민 정체성'이다. 전 국민을 한데 묶는 정체성이 없으면 정치적으로 혼란에 빠진다. 강압적인 통제는 일시적으로 혼란을 잠재울 뿐이다. 정체성 없는 제도는 따르는 사람이 없어 효력을 상실한다.


 국민 정체성이 확고할수록 정치는 안정된다. 정치가 안정될수록 국가는 번영한다. 저자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 동안 형성된 민족적 국민 정체성이 있었기에 빠르게 유럽을 추격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미국은 자유라는 신념이 국민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기에 세계 패권국이 될 수 있었다. 국민 정체성이 없고 제한된 정체성만 존재한다면, 사회에 갈등이 빈번해진다. 같은 소속 아래 다른 정체성은 배척과 차별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을 잠재울 방법은 어떻게든 국민 정체성을 확립하던지, 다른 정체성을 지닌 집단을 억압 또는 말살하는 것밖에 없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나라는 '한민족'이라는 국민 정체성 하나로 숱한 위기를 극복해왔다. 일제강점기의 치밀한 민족 말살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민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국민이 모두 모여 6.25 전쟁, IMF 외환위기 등 국가적 재난을 극복했다. 하지만, 이제 국민 정체성은 약해지고 제한된 정체성이 강성하다. 지역감정, 진보와 보수 등 끊임없이 배척하고 차별하며 갈등을 양산한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고, 인기영합주의 정치인이 득세하는 지금, 우리나라는 다시 국민 정체성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1. 저자가 이야기하는 국민 정체성과 제한된 정체성은 보편적인 개념이 아니다.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단일 종교에 가까운 나라에서 종교는 제한된 정체성이 아닌 국민 정체성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단일 민족에 가까운 나라에서 민족은 국민 정체성이다. 하지만, 다종교와 다민족국가에서 종교와 민족은 제한된 정체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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