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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
김선영 지음 / 봄봄스토리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1971919393

 | 4차 산업혁명 속 변화하는 예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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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고전적인 예술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천에 적응해가는 예술을 보여준다. 드론을 이용한 예술, 빅데이터를 활용한 문화 거버넌스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일상과 유리(遊離)됐던 예술이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이용해 다시 일상과 가까이 가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린 예술이 다시금 보편화되기를 바라면서, 드론과 AI 등 신기술을 이용해 다시 일반인에게 다가가려는 여러 시도를 보여준다. 저자는 어렵고 따분하고 고지식한 예술이 아니라 일반인이 일상에서 편히 다가갈 수 있는 예술의 길을 이야기한다. 기존 예술의 관념을 고수할 게 아니라, 시대에 맞게 예술도 변화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대학교 교수답게 명확한 출처와 인용, 정돈된 문장에 눈이 편하다. 하지만, 내용이 마냥 쉽지는 않다. 철학적 고찰, 예술 평론 등 어려운 내용이 책 곳곳에 함정처럼 숨어있다. 심지어, 4차 산업혁명을 응용한 예술을 바라보는 저자의 철학적 사유는 독자에게도 같은 사유를 요구한다. 아쉬운 점은 저자의 사유에 결론이 없다는 거다. 많은 글이 의문형 또는 추상적인 바램으로 마무리 짓는다. 독자에게 확실히 저자가 생각하는 '예술의 길'을 보여주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 시대적 변천과 적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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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이라는 용어는 시대가 변화할 때마다 사전적 정의에 문제를 겪는다. 불변하는 자연 속성을 담고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추상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시대적 관념과 생활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문화와 예술은 기존 정의에 벗어나는 새로운 관념을 포용할 건지 배척할 건지 고민한다. 새로운 관념을 포용한다면, 패러다임의 변화로 나타난다. 배척한다면, 문화와 예술은 대중에 유리되고 독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모더니즘에 반발한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은 기존 문화와 예술이 새로운 관념을 포용한 사례다. 반대로, 상업과 유흥이라는 현대 자본주의 관념을 배척한 현대 예술은 독자적인 길을 선택한 대가로 대중에게 유리됐다.
많은 예술가가 '예술'의 본질에 대해 고민했다. 시대가 변화할 때마다 새로운 관념이 등장하며 끊임 없이 기존 예술의 정의와 부딛혀왔기 때문이다. 많은 예술가가 자본주의 상업성·대중성이라는 새로운 관념을 거부하고 기존 관념을 고수했다. 온갖 철학적 사유를 인용하며 대중과 거리를 벌렸다. '예술을 위한 예술', 예술지상주의가 등장한다. 대중의 요구에 부흥하려는 상업 예술을 진정한 예술이 아니라며 배척했다. 그 결과 대중에게 예술은 신비롭고 흥미로우며 아름다운 무언가가 아니라, 고리타분하고 어려우며 젠체하는 무언가가 돼버렸다. 예술은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무엇이든지 흥하려면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다수가 공감·공유하는 유산이 되어야 한다. 많은 전통문화가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사라졌듯이, 예술도 마찬가지다. 예술가가 자기만의 미적 심취만 고집해봤자, 대중에게 소외될 뿐이다. 미적 심취를 위한 노력과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다. 미적 심취 활동 그 자체가 목적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서 한다는데, 누가 말릴까. 하지만, 대중성이 전혀 없으면서 대중에게 작품의 가치를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모순이 없어야 한다는 거다. 스스로 대중에게 멀어졌으면서 대중이 예술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성토해서는 안 된다. 꾸준히 대중에게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예술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