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경제학 - 경제 위기의 시발점, 부동산 버블의 구조를 이해하는 법
로버트 J. 실러 지음, 정준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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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버블을 경고하다

작금의 부동산 시장이 왜 버블인지, 버블인 게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쉴러 교수는 이 책에서 부동산 버블을 경고한다. 사회적 불신과 불완전한 금융 시스템이 부동산 버블을 일으켰고, 그 버블을 가만히 두어 선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부동산 버블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버블은 꺼지기 마련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하지만, 시중 전문가와 정치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은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관리하려고 하지, 부동산 가격 그 자체를 관리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올라버린 부동산 가격에 대해선 무관심이다. 그들에게 부동산은 꺼지지 않는, 그리고 꺼지지 않아야 하는 신성한 불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부동산 가격이 왜 떨어지면 안 되는가?"라고 반문한다. 부동산도 주식처럼 시장의 가격 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사전에 경고하기도 했던 저자이기에, 저자의 경고가 가볍게 여겨지지 않았다. 저자는 미국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지적했지만, 독서하는 내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과 다르지 않게, 우리나라 부동산도 상당한 버블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출받아 부동산을 매매하는 게 당연하게 된 세태야말로 부동산이 버블이라는 확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유한 전세제도에서 기인한 갭투자는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더욱 가속할 수 있다. 실제로 갭투자는 전세사기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문제 수준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같은 부동산 버블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동일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저출산과 가계부채는 별도로 생각하더라도...)

버블의 원인과 해법

누가 버블을 일으키는가? 그건 바로 우리 모두

버블은 역동적이면서 임의적이라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감독 기구도 사람이기에 버블의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버블의 상황에 놓여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그 누구도 버블이 붕괴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인지되고 관리할 수 있는 버블은 더 이상 버블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버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많은 요인이 실상 버블의 결과라는 것을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버블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연준의 확장 통화정책은 당시 버블 경제가 조성한 경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정책이었다.

(23년 최근 한은의 금리 동결 정책이 떠오른다)

저자는 버블의 원인을 대중에게서 찾는다. 특정 분야(부동산, 코인 등)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었을 때 버블이 발생한다. 대중에게 '이익을 올릴 명백한 기회'가 버블의 중요한 원인이다. 네트워크 효과, 밴드왜건 효과로 버블은 사회적 전염력을 타고 확대된다. 이 과정에서 투자하면 거액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중이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인지하지 못하는 데 있다. 2022년까지만 해도 대중(심지어 전문가 사이에서도)에게 불패 신화로 불리던 부동산 시장을 생각해 보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버블의 원인은 분명하게 대중에게 있다.

저자는 버블은 인강의 본성과 심리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며, 버블 경제의 해법으로 금융 민주화를 제시한다. 상당히 추상적이기도 한 금융 민주화는 금융 소비자에게 보다 더 정보가 개방되고 대중 친화적인 금융 제도를 의미한다. 깨알 같은 작은 글자가 빽빽한데 내용도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 상품 설명서를 본 적이 있다면, 금융 민주화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느낄 수 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금융 상품을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금융 민주화다. 가진 자 그리고 알고 있는 자만이 유리한 현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나, 금융에 친숙하지 않은 대중을 향해 있다.

저자는 금융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인프라 구축이라고 이야기한다. 기관이 아닌 개미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감독 기구, 특정 조건이 적용되면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자동 처리되는 소비자보호 디폴트 옵션, 보다 더 친숙한 금융 정보 공시, 통합 관리되는 금융 데이터베이스, 물가 연동 기축통화(인플레이션 연동 측정 단위) 등 저자가 제시하는 제도는 모두 인프라를 향해 있다.

저자는 여기에 더 나아가서 금융 소비자를 위한 파생상품을 제시한다. 파생상품이라 한다면 매우 위험한 상품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파생상품은 금융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금융 시스템을 신뢰하며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부동산 선물 시장뿐만 아니라, 워크아웃형 모기지, 홈 에쿼티 보험, 생계 보험 등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파생상품은 금융사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상품이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금융 위기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상품이다. 제도뿐만 아니라 금융 소비자가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상품도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여러분은 믿을 수 있으신가요?

힘들게 모은 돈을 아무렇지 않게 맡길 수 있으신가요?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신뢰였다. 사회적 신뢰, 더 좁게는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다. 금융이 가진 순기능은 명확한데, 그간 금융의 안 좋은 면이 사회에 많이 부각되어 대중에게 외면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 위기 때마다 금융기관과 정부는 책임이라는 명목하에 피해를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했다. 소위 '자기 책임 원칙'이다. 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에도 현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10년도 더 지난 23년에 홍콩 ELS 불완전 판매 사건 등 끊임없이 금융 시스템의 신뢰를 저하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책임이라는 명목하에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저자는 금융 시스템을 믿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발전하기도 한다. 현재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제도들이 과거에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강한 저항에 부딪혔지만 결국에는 변화했다. 노예 제도가 어떻게 폐지되었는지 생각해 보자. 금융 시스템도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라며, 저자는 '규제보다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봤다. 보다 많은 사람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금융 민주주의였다.

추상적으로만 들리는 금융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가 의심하지 않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달성되었다 할 수 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세세히 적힌 상품 설명서가 필요 없는, 지점의 프런트 직원이 권유하는 금융 상품을 의심할 필요가 없는, 남녀노소 모두가 간편하게 금융 상품을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은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금융 제도는 금융 민주주의와 거리가 한참 멀다는 걸 느끼면서도,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이 보이기도 했다. 보다 투명한 금융 제도, 금융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도 안착하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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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니? - 일의 본질과 취업 고민의 해결책을 알려주는 “25년 차 현실판” 개발자 이야기
박동기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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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를 위한, 개발자를 이해하기 위한

개발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위한 책

오랜 기간 개발자로 근무해온 배운 교훈을 후배 개발자를 위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출판사 설명에 '바이블'이라는 말이 있어서 어려운 컴퓨터 용어가 가득할 수 있겠다며 각오를 하고 읽었는데, 예상과 너무나 달랐다. 오랜 개발자의 연륜이 담긴 에세이랄까. 실무보다 마음가짐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무슨 조언을 담았을까

인간을 사랑하는 철학자로서의 개발자

시작은 저자가 겪은 개발자의 근로 환경 변화였다. 저자의 경험으로 말미암아, 급변하는 세상 속 개발 업무에 몰두하다 놓치기 쉬운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겪어 본 바에 따라 커뮤니티 활동, 인맥 관리 등 사회생활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같이 일하는 개발자 친구가 회사에서 하루 종일 말 한번 하지 않고 퇴근한 적도 있다고 한 게 떠올랐다. 개발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사회 활동에 소홀하기 쉬운 가보다 했는데, 저자는 그 점을 콕 짚었다. 개발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혼자서는 성장할 수 없기에, 여러 사람과 교류해야 한다는 거다.

책 곳곳에서 저자의 산책과 명상을 만났다. 개발을 하다 보면 마땅한 해답이 떠오르지 않아 막힐 때가 많은데, 저자는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한다고 한다. 앞에 앉아 있는다고 해법이 나오는 건 아니기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워 머리를 비우는 건 어떠냐고 이야기한다. 첨언하자면, 이런 상황에선 운동도 좋은 방법이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브레인 포그가 왔을 때 1시간 정도의 운동은 머리를 맑게 한다. 컴퓨터 메모리 클린과 같은 느낌이랄까. 귀찮고 힘들더라도 한번 땀을 빼고 나면 세상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최근 근손실이 올 정도로 운동을 못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반성하며 헬스장에 출석하리라 다짐한다)

시니어 개발자의 조언

지극히 현실적인, 실무자로서의 이야기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인생철학이 반이라면, 나머지는 개발 실무였다. 여러 실무적인 조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SRS 문서에 대한 이야기였다. SRS 문서를 작성하지 않고 개발하는 곳도 많은데, 저자는 반드시 SRS를 먼저 작성하라고 조언했다. 소프트웨어 요구 명세서인 SRS는 기획서이자 설계도다. SRS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신입 개발자의 온보딩용으로도 유용하다. 따라서, 중요도가 높은 프로젝트일수록 SRS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SRS가 있으면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프로젝트 종결 후 유지 보수가 쉬워진다고 한다.

코드에 개발자의 품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코드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깔끔하면서 구조화되어 있고 다른 개발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주석이 달려있는 코드를 작성하는 게 핵심이다. 책을 읽고 나니 화장실 표어인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가 떠올랐다. 코드도 이와 다를 게 없지 않을까. 품격 있는 개발자는 품격 있는 코드를 작성하기 마련 아닐까.

일 잘하는 개발자는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갖춘 사람이라며, 도메인 지식을 도외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도메인 지식은 소프트웨어 구현 방법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제공하며,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걸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도메인 지식에 소홀한 개발자도 많기 때문일 거라 지레짐작해 본다. "장인 정신으로 개발하라.", 사용자에게 매력적이고 유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오랜 경력으로 관리 직군을 거쳐서 그런가, 개발자를 고용한 IT 회사 경영진에 대한 쓴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개발자는 배우고 성장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생각을 갖기 마련이기에, 회사는 개발자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개발자의 이직률이 높다면, 회사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직률이 높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특히, 게임 업계에서 유명한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시기에 맞춘 밤샘 근무)는 시니어 개발자는 퇴사를, 주니어 개발자는 경력만 채우고 이직을 하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개발은 장거리 마라톤이기 때문에 야근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생산성을 높인다고 한다. 코딩 공장 등 개발 계의 악습이 너무나 유명하기에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다. 점차 나아지겠지라며, 근거 없는 낙관적으로 미래를 기대하지만, 정부에서 주 69시간제를 거론하는 걸 보면 갈 길이 먼 거 같다.

개발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주변 개발자 친구가 떠오르기도 했고, 데이터를 다루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개발에 관심이 있거나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출판사에게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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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IT와 디지털 대전환 - 2023 세종도서 학술부문
황명수 지음, 최성.이건희 감수 / 광문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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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를 위한 금융 IT 지침서!

저자가 교수님이라, 전공서 스멜이 물씬...

금융 IT를 집약적으로 담았다. 금융에 종사하는 실무자가 금융 IT의 현황을 참고하기 최적이다. 정리도 깔끔해서, 독서하는 내내 눈이 편했다. 저자의 정성이 느껴지는 책이다. 우리나라 사례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보다 앞서 발전한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사례도 같이 정리했다. 우리나라 금융 IT 산업이 현재 주요 선진국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금융 IT의 미래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빅데이터와 통계, 경제와 금융, 컴퓨터공학과 정보통신공학, 그리고 프로그래밍까지 방대한 개념을 기초로 요구한다. 실무지침서 성격이 짙기 때문에 금융 IT 기초 개념을 공부하고 싶다면 다른 책을 권유하고 싶다. 각주를 활용한 보충 설명이 있지만 부족하다.


이 책의 주요 내용!

인상적이었거나 남겨두고 싶은 내용들

이 책은 금융 IT의 핵심인 IT부터 시작한다. IT의 역사와 향방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LTE와 5G뿐만 아니라, ICT와 IoT, 모바일과 e-Commerce까지 IT 전반을 아울렀다. CDMA 등 일반인에게 생소한 정보통신공학의 복병이 있지만, 평소 IT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IT 개요를 넘어 본격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가면, 금융 정보시스템과 모바일 뱅킹을 만난다. 특히, 모바일 뱅킹의 변천에서 점차 대면 서비스의 비중은 낮아지고 비대면 서비스의 비중이 높아지는 시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은행 지점 통폐합과 은행원 희망퇴직 모집 뉴스 기사가 떠올랐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4장의 인터넷 전문은행이었다. 인터넷 은행과 일반 은행의 차이, 인터넷 은행과 일반 은행의 인터넷 뱅킹 차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본문 중간에 인터넷 은행 선호 사유 설문조사 결과가 수록되어 있는데, 인터넷 은행을 선호하는 이유 과반이 '편리한 이용 절차'라는 게 놀라웠다. 아무래도 돈과 관련된 은행이라서 예대금리 등 금전적 혜택이 1위라고 생각해왔는데, 다른 사람은 다 필요 없고 편리한 게 장땡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역시, "Simple is best"다.

인터넷 은행에 맞선 일반 은행의 처절한 저항도 눈에 띄었다. 2019년 글로벌금융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최근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과 정부 및 금융의 역할> 정책 심포지엄에서 오후 세션 패널로 참가한 신한은행 R&D센터 본부장은 "인터넷 은행과 경쟁은 일반 은행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말을 했었던 게 생각났다. '탈중개화 현상' 앞에 대형 은행도 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일반 은행에 대면 서비스를 권장한다는 이야기가 아이러니했다.

(이제는 컨퍼런스와 포럼 후기도 블로그에 남겨야겠음...)

5장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서 간편결제 주요 사용처 자료가 있는데, 결제 비중의 72%를 인터넷 쇼핑몰이 차지했다. 간편결제 중 하나인 삼성페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인지라, 오프라인 간편결제 비중이 클 줄 알았는데, 반대였다. 온라인 결제 비중이 그만큼 커진 영향일 수도 있다. 모바일 결제 선호도 조사에서 간편결제와 간편송금이 각각 30%와 25%를 차지한 반면, 휴대폰 소액결제 비율이 '28%'나 됐다는 점이 놀라웠다. 결제 목적을 살펴보면, 온라인 구매 목적이 1위인데, 모바일 게임 등 앱 내 결제가 많아서 그런 것일까.

이 책의 백미를 뽑으라면, 핀테크의 현황이라고 할 수 있다. 간편결제와 P2P 대출, 외화송금, 자산관리, 클라우드 펀딩이 핀테크 기업의 대표적인 진출 분야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간편결제에 집중돼있다고 한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는 모르면 간첩이라 할 정도로 활발하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핀테크 기업이 적극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보다 앞선 주요 선진국 사례를 비추어보아 앞으로 더욱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위에서 인터넷 은행 선호 사유 설문조사에서 편리성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됐다 이야기했다. 핀테크도 다르지 않았다. 이 책에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핀테크 기업의 전략을 보여주는데, 핵심은 기존의 금융업이 제공해 주지 못하던 '편의성'이었다. 가려운운 곳을 팍팍 긁어준 것이랄까. 모름지기 편한 게 최고인가 보다.


은행에서 오래 근무한 저자는 은산분리를 피부로 체감해서일까, 책 곳곳에서 은산분리에 대해 부정적이다. 은산분리가 무엇이냐면, 금산분리의 하나로 은행과 일반 기업은 아주 확실하게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는 규제다. 일반 기업과 은행의 엄격한 영업 분리 규제인 은산분리는 은행의 사금고화 문제 때문에 제정됐다. 일반 기업이 은행의 대주주가 된다면 은행을 사적인 금고처럼 만들어 유용할 수 있다. 열심히 통장에 모아놓은 돈을 삼성이 탕진해서 돈을 못 돌려준다고 하면 누구나 목덜미 잡을 거다. 이처럼, 은행이 부실해지고 더 나아가 무너지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강하다. 열심히 모은 돈을 돌려주지 못한다고 해보자.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반대도 동일하다. 은행이 삼성과 밀접하게 지분을 나눈 상황에서 삼성이 부도나면 은행도 부도 난다. 은행에 예금했던 수많은 사람은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저축은행 부도 소식이 전국구로 발생한다고 생각해 보자.

하지만, 인터넷은행 등 새로운 형태의 경쟁자가 부각되면서 기존 일반은행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된다. 인터넷은행의 다양한 IT 사업이 일반은행에게는 은산분리로 못 먹는 떡이다. 우리나라 시중 은행은 오랜 기간 은산분리 완화를 요구해왔다. 매 정부는 은산분리 완화를 예고하지만, 지지부진하다. 은산분리에 의해 온갖 금융위기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던 건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 발전을 가로막아 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국민이 체험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은산분리 완화는 발전으로 향하는 길일까? 아니면, 부패와 새로운 한국 금융위기의 시작일까. 은산분리 완화 논쟁은 수십 년간 뜨겁다.

출판사에게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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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스페셜 에디션) - 서시 시 그림이 되다 2
윤동주 지음, 곽수진 그림 / 언제나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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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시를 그림책으로 만나다!

서평 신청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중 서시의 소장판이다. 아이에게는 동화책, 성인에게는 소장본이다. 파스텔톤의 그림이 눈을 사로잡는다. 아기자기한 배경이 서시의 한 줄을 장식한다. 책 펴자마자 "예쁘다!"라고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빠져들 것이다.

한 가지 아쉽다면 분량이다. 시집이 아닌 시 하나에 대한 일러스트본이라 분량이 많지 않다. 서시뿐만 아니라, 시집 전체를 담는 것도 좋았을 텐데 아쉽다.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수험생 시절 정신적으로 지쳐갈 때 큰 위안을 줬던 시였다. 자기성찰, 그리고 굳센 의지가 시에 담겨있다. 고통스러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나아가겠다는 윤동주 시인의 다짐이 느껴진다. 당시 나는 서시에서 느껴지던 운동주 시인의 굳센 결의에 자기 자신을 투영했다. 반복된 하루, 고된 수험 생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나아가겠다는 나의 다짐을 서시에 투영했었다. 짧았지만, 그만큼 힘들었던 나의 수험 생활의 회고를 시로 표현하라면 '서시'만한 시가 없다.

서시는 언제 다시 봐도 아름다운 시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한 문장의 마무리는 서시의 하이라이트다. 초등학생 때 천문학자를 꿈꿨을 정도로 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밤하늘의 별을 어떻게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었는지 감탄했다. 언덕에서 별을 바라보며 잔잔한 바람을 느끼는 상황을 떠올리게 되는, 감성적인 장면이 연상되는 문장이다.

출판사에게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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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에듀윌 매경TEST 2주끝장 - 모의고사 4회분 수록, 핵심테마 보충특강 제공 2022 에듀윌 매경TEST
신경수.전표훈 지음 / 에듀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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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회가 새로운 자격증 시험! 매경TEST


오랜만에 수험서 서평을 신청했다. 힘들게 공부했던 경제학을 서서히 잊는 것 같아 복습 차원에서 공부하려고 한다. 강의도 한번 들어보려고 한다. 무료 강의를 제공한다. 유료 강의와 차이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기초 수준의 자격증에서 심도 있는 강의가 필요하나 싶다. 무료 강의를 수강하고, 본 서평에 후기를 추가할 계획이다.




경제학 전공자라면 무난하게 상위 등급을 받을 시험이 매경TEST와 한경TESAT이다. 경제학원론 수준의 개념이 출제되기 때문에 수업 열심히 따라간 경제학도라면 공부할 필요 없는 무난한 시험이다. 비전공자에게는 경제학 입문으로 최적인 시험이다. 특히, 금융권에 관심이 있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계획이라면 매경TEST를 먼저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상경 계열 기초 개념을 공부하는데 이만한 자격증이 없다. 비상경계 전공자에게는 경제 기초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자격증이 되지 않을까.

두 시험 초창기 때 응시한 사람으로 감회가 새롭다. 당시는 두 시험 모두 문제가 형편없었다. 한경TESAT은 노골적으로 신자유주의만 강조했다. 신자유주의 측면의 해석만 정답으로 인정하고 다른 경제사상 측면의 해석은 오답으로 처리하면서 신자유주의만이 정답인 것처럼 오도했다. 매경TEST는 정도가 덜했을 뿐, 한경TESAT과 다르지 않았다. 많이 실망하여 이후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흘러 많이 개선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말에 응시할 계획인데, 얼마나 좋아졌는지 기대된다.


출판사에게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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