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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johnpotter04/221961081551

 | 화석 사냥꾼, 발굴과 도굴의 사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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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생물학계와 화석 발굴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르포르타주다. 가상의 사건이 아니라, 실화를 기반으로 쓰였다. 화석 사냥꾼 에릭 프로코피의 타르보사우르스 바타르를 둘러싼 '사건'이 중심이다. 화석을 발굴하는 화석 사냥꾼과 화석 매매를 반대하는 고고학계,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치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공룡은 중심 주제가 아니다. 공룡을 기대하고 읽었다가 실망할 수 있다.
저자는 화석 사냥꾼의 '도굴'과 '가치 창출'이라는 이중성을 집중 조명한다. 화석 사냥꾼은 공공의 재산을 탈취하는 '도굴꾼'이다. 반대로, 아무런 가치 없는 돌덩이 속에 잠들어있는 화석을 세상에 선보인다. 많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화석이 고고학자보다 화석 사냥꾼에 의해 발견됐다. 저자는 이익에 눈이 먼 악랄한 도굴꾼이 아니라, 화석을 사랑하며 열정적으로 탐사하는 화석 사냥꾼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책이 깔끔하지 않다. 화자의 핵심 대상이 수시로 바뀌면서 혼란스럽다. 쏟아지는 미국 시사 상식에 생소하다면, 이 책은 고역이다. 고생물학 전문용어는 이중고다. 내공이 필요한 책이다.
 | 제국주의 약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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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핵심은 문화재의 가치를 모르며 관리할 능력도 없는 미개한 국가로부터 문화재를 발굴하고 보존한다는 것이다. 비도덕적인 도굴과 약탈을 탐험과 모험, 그리고 열정으로 미화한다.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는 문화재를 관리할 능력이 없는 '미개한 국가로부터 문화재를 발굴하고 보호'하기 위해 탐사한다. 발굴된 문화재는 '문명적인 서양의 박물관'에 전시된다.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고 모험하는 스릴로 약탈이라는 본질을 감추는 거다. 인디아나 존스는 고고학자가 아니라, 명백한 '도굴꾼'이다. 우리나라에 아무렇지 않게 상영되는 인디아나 존스는 '제국주의'와 '백인우월주의'가 고스란히 담겨있고, 이를 모험과 탐험이라는 짜릿한 경험으로 탈바꿈해 시청자에 심는다. 화석 사냥꾼도 여기에 벗어나지 못한다. 소중한 유산을 발굴해 인류에 기여한 것처럼 홍보하지만, 그들은 행위는 명백한 '약탈자'다.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많은 전시품이 약탈 문화재다. 이집트, 인도 등 문화재를 약탈당한 나라가 영국과 프랑스 등에 반환을 요청하면, 그들은 "문화재 관리 능력이 없다."고 하거나 "보편적인 인류 문화재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 국가에 귀속될 필요가 없다."며 반환을 거부한다. 국가가 개인의 권리인 소유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핑계로 거부하는 건 흔한 일이다. 많은 피약탈국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임대 형식의 한정적인 반환을 요구하지만, 깔끔하게 무시한다.
우리나라에 남의 일이 아니다. 아직도 원래 자리를 찾지 못한 문화재가 산더미만큼 있다. 수십만 점이 약탈 문화재로 국외(특히, 일본)에 반출돼있다. 피침략국이라는 약소국의 서러움은 둘째치고, 이런 본질을 보지 못한 채 재밌다며 <인디아나 존스> 같은 제국주의 영화의 문화 폭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