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에서 배워라 - 해나 개즈비의 코미디 여정
해나 개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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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머리에 너무 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쏟아져 통제를 벗어나버린다. 

그러면 주변 모든 소리가 귓가에 한꺼번에 울리기 시작하고 귀가 먹먹해진다. 

작은 소리와 큰 소리가(책에는 '와'로 적힘) 겹쳐져서 가까운 데서 들리는 소리와 멀리서 들리는 소리를 구분 못한다. 그러면 이 상황에 완전히 철저하게 억눌려버려 발을 동동 거리든지 고개를 흔들든지 조금이라도 더 기분이 나아지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 


작가의 경험이다. 

나도 지압판 위에서 발을 동동 거리고 수압이 센 찬물로 다리를 적시고 새벽에 걷기도 차를 운전해서 질주?를 하기도 하면서 기분이 나아지기 위해 무엇이든 했던 때.... 지금도? 생각이 나서 말이다. 그랬구나. 머리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 내가.. 내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지금도 내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큰 착각 속인가? 그런데 남을 웃긴다고? 설마 그 나아지기 위한 이야기로? 


이 책은 어지간한 위인전만큼이나 두꺼운 두께를 갖고 있다. 

물론 이 말에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여성이고 레즈비언이고 가난했던 어떤 한 사람의 '나의 이야기'따위가 세상의 큰 업적을 남긴 위인전만큼이나 아니면 더 두꺼운 것에 대한 비꼬는 말이 아님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말로 들렸으면 좋겠다. 

긴 이야기조차 아주 잘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말로도 들려면 더불어 좋을 듯하다.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일에 웃을 수 있다는 건 특권입니다. 

= 저는 웃음이 최고의 약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페이소스를 담은 웃음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고통을 통과한 웃음 말이죠. 


다양성은 우리의 힘입니다. 차이는 우리의 선생님입니다. 

= 부서진 자신을 재건한 여성보다 강한 것은 없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다. 뒤표지 날개단에도 쓰여있는... 

고통을 통과한 웃음이 존재할까? 

작가는 고통을 통과해 냈다지만 혹시 같은 처지에서 아직도 머무르는 사람들이 그 웃음을 오해하지는 않을까? 궁금해졌다. 

모두를 웃길 수 없는 이야기... 지만 멈추지 않고 무대에 오른다는 용기..


풀기 어려운 문제를 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겪은 작가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마다 시간을 갖고 소화하려고 연습한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 하나하나를 모조리 창의적인 과정에 쏟아붓고 있고, 과거에서 전성기를 찾은 후 내리막길이라는 자책 말고 지금이 전성기라는 스스로 토닥이는 것을 깨닫고 생활하는... 


책을 읽고 

작가의 이야기를 들은 후(아주 아픈 이야기를 웃긴 이야기로....) 

나를 생각해 본다. 

내게 한꺼번에 쏟아진 생각에 번호표라도 건네야 하나? 

내 무대는 어디인가? 

그리고 내 전성기가 지금이라고 우겨도 괜찮을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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