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 흰 건반 검은 시 활자에 잠긴 시
박시하 지음, 김현정 그림 / 알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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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면 신기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든다. 지금 겨울이고 눈 보기가 힘든 와중에

표지는 눈이 소복히 쌓여, 낙엽하나없이 메마른 나무가 길게 쭉 뻗어있는 모습이 차갑게, 아프고 씁쓸하게 다가온다. 책을 한페이지씩 넘기다 보면 하얀 도화지와 검은 글씨만 차분하게 써내려간 흔적이 흰 건반 검은 시 라고 표현한 문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흰 건반 즉 흰 도화지, 검은 시 즉 검은 글씨... 다른 기존의 책과는 시작부터 끝까지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이 쓴것같은 차분한 기분을 느끼게 해줘서 색다른 경험을 한것같았다.

p36 기다림

눈이 내린다. ........눈을 바라보며, 기다림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저자는 기다리는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나 역시도 기다림을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다보니, 더이상 기다림이 좋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림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다리는것도 기다림이란 말 자체도 좋아한다고 한다. 읽다보면 기다림은 무한정 주어는 것이 아니라 한때의 행복일뿐이라고 말하는 문장에서 목이 콱하고 막힌 기분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기다림이 힘들고 지칠때도 있지만, 기다릴때의 그 순간이, 긴 기다림 후의 행복이 찾아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다리는것이 아닐까 싶다.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이란 책은 쇼팽과 전혀 무관하지 않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쇼팽이 주제가 되어 나타나기도하고, 삶의 일상 속에서 쇼팽의 음악이 등장해서 위로하기도 하며, 쇼팽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리는 것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저자가 쇼팽을 어떻게 생각하며, 쇼팽이란 사람과 쇼팽의 음악을 통해 치유가 되어왔다라는것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고, 나 또한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정도로 몰입감과 흡입력, 그리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많은 경험등을 통해 다시 한 번 검은 시가 악보가 되어 흰 건반이 춤추듯이 연주하는 거 같은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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