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일상이라는 프레임 안에 이미 무수히 많은 ‘주인공‘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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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음을 나는 쇠물닭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 P23

사랑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걱정의 무게도 늘어나지만, 그 걱정을 기꺼이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세상에 사랑의 총량이 크다는 뜻이 아닐까. - P28

그런데 나보다 작고 약하기까지 하다면, 이성적인 이유를 따질 틈도 없이 무조건적인 응원과 대견한 마음까지 저절로 더해질 수밖에 없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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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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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8. 19. 읽기 시작
2026. 8. 21. 완독!

드디어! 읽을 차례가 돌아온 클레어 키건의 단편집!
산지 꽤 됐는데 다른 책에 치여서 이제야 읽었다.
다른 단편집에서 읽었던 남극을 빼고 읽기 시작했다.

클레어 키건의 소설은 스쳐 지나는 순간을 장면으로 담아내는 시선이 좋다. 영화처럼 남은 장면들이 많았다. 단편 소설의 매력은 역시 짧고 강렬한 감정....
어떤 경계선에 선 가족들, 그리고 가부장적 세계 앞에 선 여성들의 감정과 선택을 다룬 이야기가 특히 좋았다.

가장 재밌게 읽은 단편은 <자매>, 역시...비교적 긴 이야기가 참 재밌었다. 주인공이 자신의 영역을 지켜내기를 바라며 읽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대신하여 ‘어머니‘가 되어야 했던 언니가 나오는 또 다른 단편인 <노래하는 계산원>도 좋았다.

<남자와 여자>나 <어디 한번 타봐>, <남자애한테는 이상한 이름> 등에 나오는 여성 주인공들도 좋았다. 선택을 하며 주체성을 되찾는 여성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역시 좋다.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화상>과 <불타는 야자수>, <여원 수프>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불타는 야자수>와 <여권 수프>의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 슬퍼 몰입이 잘 되었다. 함께 벌레를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고, 여권 사진을 끓이고...가족이 다시 나아가기 위한 의례처럼 느껴졌다.

클레어 키건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재미있고, 마지막에 나오는 문장을 위해 달려온 느낌이 든다. 단편도 장편도 재밌으니...또 새로운 이야기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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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밑을 내려다본다. 생각보다 더 가파르다. 일이 벌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준비되었느냐고 묻지도 않고 손이 그냥 밀어버린다.
- <어디 한번 타봐> - P195

마땅한 답은 하나밖에 없다.
-<남자와 여자> - P221

베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문간에 서서 파랗고 멋진 아침을 내다보며 그 끔찍한 미소를 짓는다.
- <자매> - P259

"음, 지금 안 하면 평생 못할 거야."
- <불타는 야자수>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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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곳에 가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곳에 익숙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약간, 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곳을 아주 조금 받아들이는 것이다.
- <폭풍> - P125

갑자기 나는 엄마가 살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코라가 나를 위해 엄마 노릇을 하며 나를 먹여 살릴 필요가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노래하는 계산원> - P138

모두가 귀를 기울인다. 자신들의 심장박동 소리가 들린다. 물이 한 방울 싱크대에 똑 떨어지자 온 가족이 하나가 된 듯 격렬하게 움직인다.
- <화상>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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