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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혼 1
모모세 시노부 지음, 추지나 옮김, 사카모토 유지 원작 / 박하 / 2018년 10월
평점 :
'최고의 이혼'이라니
이것은 이혼 장려 소설인가?
최고의 사랑이니 최고의 결혼이니 하는 말은 들어봤지만,
이혼이 최고일 수 있다니 무슨 내용의 책일까?
여기 사랑(?)하는 두 부부가 있다.
이제 막 이혼한 부부와 이제 막 결혼한 부부.
까칠하고 까다로운 미쓰오와 덜렁대지만 사랑스러운 유카.
사랑을 지키고 싶은 외로운 아카리와 상황의 흐름에 몸을 맡겨버리는 료.
이제 막 드러난 결혼과 이혼의 민낯을
이 두 부부가 너무 무겁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보여주고 있다.
미쓰오와 유카는 동일본 대지진 때 함께 보낸 것을 계기로 결혼을 하지만,
너무 다른 서로에게 지쳐 이혼서류를 작성한다.
하지만 서로의 가족들에게는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기회만 보며
계속 함께 살게 된다.
마침 같은 동네로 미쓰오의 옛 연인인 아카리가 남편인 료와 이사를 오는데
이런저런 사건으로 두 부부는 서로의 이혼과 결혼에 휘말리게 된다.
"괴로워요. 진짜 괴로워 죽겠다니까요.
결혼이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가장 고통스러운 병이 아닐까요."라며
치과에서 치료를 받으며 속내를 털어놓는 미쓰오.
"하지만 좋아한다는 거랑 사랑은 다르니까 착각하면 안 된다고 자신을 타일렀어.
연애는 인생의 샛길이고 너무 벗어나면 안 된다고 타일렀어.
애초에 성격도 전혀 안 맞는 거 알고 있었고, 자질구레하게 열 받는 구석도 있었고,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하지만 이 사람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성실하구나,
거짓말은 안 하는 사람이구나.
점점 어느새 인생과 세트로 생각하게 되더라.
언젠가 머지않아 부부다워질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라며
미쓰오를 쓸쓸히 바라보며 웃는 유카.
"뭘 하는지 모르겠어. 목적도 없어. 끝도 없어.
그저 내몰리듯이, 누군가 재촉하듯이 이어질 뿐이야."
아카리를 사랑하지만,
결혼의 정수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가장 깊고 깊은 그 곳까지 가는 것이 두려워
문 앞에 서서 돌아서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은 료.
가장 공감이 안 가는 인물이라 생각했으나
읽으면서 점점 묘하게 설득당하고 있는 나를 보며
나도 이 남자한테 넘어가는 건가 싶었다. ^^;;
"슬픈 게 아니야. 괴로운 것도 아니야. 졌으니까.
그만 바람피우라든가 그만 거짓말하라든가, 지는 쪽은 옳은 소리만 하면 나무라게 돼.
옳은 소리밖에 하지 못해. 옳은 소리밖에 하지 못하며 자신이 바보 같아져."라며 체념하는 아카리.
미쓰오와 유카가 이혼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릴까 봐,
료와 아카리가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할까 봐,
손에 땀을 쥐고 이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기분이란...
이건 무슨 스포츠를 보는 것도 아닌데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정말 방심할 수 없는 소설이다.
어쩌면 연애라는 것이, 결혼이라는 것이,
그러니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긴장감을 놓아서도 안 되고,
방심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는 걸
이 소설 전체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문득
모두 어떤 순간에 결혼을 결심하고,
어떤 순간에 이혼을 생각하게 되는 걸까?란 궁금증이 생겨났다.
연애1년, 결혼 3년 차인 지금까지 말다툼 한 번 안 해 온 우리가
얼마 전 아이 문제로 싸우게 되고(남들은 애 때문에 참고 산다는데 -_-;;)
처음으로 마음 속으로 이별을 생각해 본 나로서는
세상의 모든 결혼과 이혼의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부부로 산다는 것은
아카리의 말처럼 다른 장소에서 태어나 다른 길을 걸으며 자란 타인인 우리들이
미쓰오의 말처럼 앞으로 대체 어떻게 될까 걱정하며 혼자 걷던 길을
유카의 말처럼 제일 처음 떠오르는 사람, 료의 말처럼 헤어지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함께 걷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