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디스 파트
틸리 월든 지음, 이예원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그저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한 그 처음
그리고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의 순도 100%의 진심의 내가 있는 그 부분.
아마도 인생에서 여러 사랑을 만나게 될 우리이지만
누구나 그 가장 처음은 강렬하기에 잊기 어려울 것이다.
<아이 러브 디스 파트 I love this part>는
그 첫 만남과 이별의 순간을 노래한다.

여기 두 아이가 있다.
서로의 모든 것을 나누며 사랑하는 연인.
세상 그 누구보다 나를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단 한 사람인
서로를 갖고 있는 두 사람.
그러나 이 사랑은 이해받을 수 없는 사랑이기에
서로를 더 사랑할 수 없는 그 한계에 부딪힌 두 사람의 선택은
이별로 끝이 나고야 만다.
허나 이 이별 역시 서로를 이해하는 유일한 서로이기에
사랑으로 그리고 이해로 받아들이는 두 사람.
그렇게 두 아이는 첫사랑인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계속해서 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어쩌면 두 사람의 사랑의 끝은 도돌이표가 기다리고 있는 노래인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소들.
숲과 산, 계곡, 해변 그리고 도시의 빌딩, 공장지대, 고속도로들은
마치 미니어처처럼 작게 그리고 두 사람은 거인처럼 크게 표현된 그림들.
서로가 전부인 두 사람에게 서로보다 더 큰 세상은
없는 것만 같아 보인다. 
중요한 것은 둘을 둘러싼 세계가 아니라
두 사람이 만든 세계이고
그것이 전부였을 테니.
두 사람이 만든 그 세계는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의 색인 순수한 열정과 체념이 섞인 
신비롭고 슬픈 보랏빛으로 채색되어 있다.

"난 이 부분이 가장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의 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아이 러브 디스 파트 I love this part>와의 만남,
그 보랏빛 여운이 참 오래갈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고의 이혼 1
모모세 시노부 지음, 추지나 옮김, 사카모토 유지 원작 / 박하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고의 이혼'이라니
이것은 이혼 장려 소설인가?
최고의 사랑이니 최고의 결혼이니 하는 말은 들어봤지만,
이혼이 최고일 수 있다니 무슨 내용의 책일까?

여기 사랑(?)하는 두 부부가 있다.
이제 막 이혼한 부부와 이제 막 결혼한 부부.
까칠하고 까다로운 미쓰오와 덜렁대지만 사랑스러운 유카.
사랑을 지키고 싶은 외로운 아카리와 상황의 흐름에 몸을 맡겨버리는 료.
이제 막 드러난 결혼과 이혼의 민낯을 
이 두 부부가 너무 무겁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보여주고 있다.

미쓰오와 유카는 동일본 대지진 때 함께 보낸 것을 계기로 결혼을 하지만,
너무 다른 서로에게 지쳐 이혼서류를 작성한다.
하지만 서로의 가족들에게는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기회만 보며
계속 함께 살게 된다.
마침 같은 동네로 미쓰오의 옛 연인인 아카리가 남편인 료와 이사를 오는데
이런저런 사건으로 두 부부는 서로의 이혼과 결혼에 휘말리게 된다.

"괴로워요. 진짜 괴로워 죽겠다니까요. 
결혼이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가장 고통스러운 병이 아닐까요."라며 
치과에서 치료를 받으며 속내를 털어놓는 미쓰오.

"하지만 좋아한다는 거랑 사랑은 다르니까 착각하면 안 된다고 자신을 타일렀어.
연애는 인생의 샛길이고 너무 벗어나면 안 된다고 타일렀어.
애초에 성격도 전혀 안 맞는 거 알고 있었고, 자질구레하게 열 받는 구석도 있었고,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하지만 이 사람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성실하구나,
거짓말은 안 하는 사람이구나.
점점 어느새 인생과 세트로 생각하게 되더라.
언젠가 머지않아 부부다워질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라며
미쓰오를 쓸쓸히 바라보며 웃는 유카.

"뭘 하는지 모르겠어. 목적도 없어. 끝도 없어. 
그저 내몰리듯이, 누군가 재촉하듯이 이어질 뿐이야."
아카리를 사랑하지만,
결혼의 정수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가장 깊고 깊은 그 곳까지 가는 것이 두려워
문 앞에 서서 돌아서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은 료.
가장 공감이 안 가는 인물이라 생각했으나
읽으면서 점점 묘하게 설득당하고 있는 나를 보며
나도 이 남자한테 넘어가는 건가 싶었다. ^^;;

"슬픈 게 아니야. 괴로운 것도 아니야. 졌으니까.
그만 바람피우라든가 그만 거짓말하라든가, 지는 쪽은 옳은 소리만 하면 나무라게 돼.
옳은 소리밖에 하지 못해. 옳은 소리밖에 하지 못하며 자신이 바보 같아져."라며 체념하는 
아카리.

미쓰오와 유카가 이혼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릴까 봐,
료와 아카리가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할까 봐,
손에 땀을 쥐고 이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기분이란...
이건 무슨 스포츠를 보는 것도 아닌데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정말 방심할 수 없는 소설이다.
어쩌면 연애라는 것이, 결혼이라는 것이,
그러니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긴장감을 놓아서도 안 되고,
방심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는 걸
이 소설 전체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문득
모두 어떤 순간에 결혼을 결심하고,
어떤 순간에 이혼을 생각하게 되는 걸까?란 궁금증이 생겨났다.
연애1년, 결혼 3년 차인 지금까지 말다툼 한 번 안 해 온 우리가
얼마 전 아이 문제로 싸우게 되고(남들은 애 때문에 참고 산다는데 -_-;;)
처음으로 마음 속으로 이별을 생각해 본 나로서는
세상의 모든 결혼과 이혼의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부부로 산다는 것은
아카리의 말처럼 다른 장소에서 태어나 다른 길을 걸으며 자란 타인인 우리들이
미쓰오의 말처럼 앞으로 대체 어떻게 될까 걱정하며 혼자 걷던 길을 
유카의 말처럼 제일 처음 떠오르는 사람, 료의 말처럼 헤어지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함께 걷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조성일 지음, 박지영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걷는 걸음마다 수분이 모두 빠져나간 낙엽들이 바스라진다.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랑이 말라가는 이들의 마음이 바스락댄다.

바스락대는 이 책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는
연인이었던 당신들이자 지금은 혼자인 우리들의 
사랑이 끝난 후의 그 다음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내 마음이 나를 힘들게 하고,
그때는 지나갔던 말이 지금은 다르게 이해되는 뒤늦은 깨달음에 안타깝다.



문득 영화 '사랑도 번역이 되나요?'가 떠오른다.
각자의 언어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이야기했던 우리들의 사랑이 
제대로 서로에게 전달되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런 일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언어와 나의 언어는 그 어디 하나 닮은 데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배워가게 될 것이다.
어떤 언어를 배우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하나씩 배워가며
계속해서 사랑을 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사전 하나 없는 그의 말을 이해해보고자,
어렵기만 한 내 언어를 배우려는 그의 노력에 부응하고자
우리의 사랑이자 서로의 사랑을 깨달음의 시간들로 채워가야겠다
마음 먹어 본다.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를 덮으니
바스락거리던 마음의 소리는 잦아들고 이제는 향이 나는 것 같다.
떨어진 낙엽들을 그러모아 태운 후의 냄새와 닮아 있는 것 같은 향.
사랑을 하면서, 이별을 예감하면서 그리고 이별 후에 남아 있는 
열정, 상실감, 번민, 후회, 체념, 기다림, 원망, 기대 같은 감정의 부스러기들.
그것들을 쓸어담아 태운다면 이런 향이 아닐까?
불에 다 태우고서도 결국 재는 남기 마련.
감정 또한 마찬가지일 터.
그러니 남은 것들은 다음 사랑의 밑거름으로 쓰게 그냥 두자.

그나저나 어찌하여 나는 이 책을 
사랑을 끝낸 혹을 사랑이 끝나가는 이들에게 위로하고자 건네기보다
지금 사랑하는 그대들에게 더 권하고 싶은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망쳐, 늑대다! 한울림 별똥별 그림책
마티외 모데 지음,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늑대가 나타났다!"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
양치기 소년이 다시 등장했나 싶어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빨간 새 한 마리가 늑대의 출현을 알리며
모두에게 도망치라는 소리.
무슨 일인지 함께 볼까요?



빨간 새는 커다랗고 시커멓고 무시무시한(?) 늑대가
느긋하게 벽에 기대어 막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으려는 모습을 봐요.
그래서 서둘러 다른 친구들에게 위험하다며 알리지요.


빨간 새의 작은 친구들,
그러니까 커다랗고 시커멓고 무시무시한 늑대의 먹잇감으로 딱 적당한 친구들은
직접 눈으로 보기도 하고 이야기를 듣고 겁에 질리지요.
그런 상황을 모르는 늑대는 마냥 즐겁게 식사를 즐기고 있어요.


그러다가, 그러다가 말이에요.
늑대와 딱! 마주치고 말아요.
모두 겁에 질려 있는데,
아주 커다랗고 시커멓고 무시무시하지만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늑대는
그런 작은 친구들이 왜 그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네요.
자, 이 다음은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도망쳐, 늑대다>는 
정말 간결하고 단순한 그림과 밝고 선명한 색감만큼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늑대는 
주로 포식자로 약하고 작은 동물들을 괴롭히는 대상으로 
빨간 새와 다른 동물 친구들이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이 늑대는 좀 다르다.
아니 작은 동물 친구들이 그런 것처럼 우리가 아는 '늑대'를
이 늑대에게도 그대로 적용해 바라보고 있다.
게다가 진짜 늑대의 모습을 알게 된 후에도
작은 동물들은 여전히 변화가 없으니 이를 어쩌나.
가장 큰 반전이 있는 마지막 장면은
아이들에게는 재미있고 우스운 것일지 모르나
어른인 나에게는 씁쓸한 미소를 남긴다.
그 무시무시한 늑대가 순식간에
편견과 선입견의 피해자가 되는 전복이 일어나기에.
그러나 여전히 무던하게 대꾸하는 늑대의 쿨함이
확실히 유쾌하기는 하다.

우리가 가진 편견과 선입견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도망쳐, 늑대다!>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아니지, 어쩌면 늑대가 주인공으로 나와
편견과 선입견에 쿨내나게 대처하는 방법을 
유쾌하게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잃어버린 영혼 Dear 그림책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올가 토카르추크 글,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안나 콘세이요의 ‘잃어버린 영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래서 더욱 궁금하고, 환상적인 그녀의 그림이 낯설어 더욱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어서 만나고 싶어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