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조성일 지음, 박지영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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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걷는 걸음마다 수분이 모두 빠져나간 낙엽들이 바스라진다.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랑이 말라가는 이들의 마음이 바스락댄다.

바스락대는 이 책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는
연인이었던 당신들이자 지금은 혼자인 우리들의 
사랑이 끝난 후의 그 다음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내 마음이 나를 힘들게 하고,
그때는 지나갔던 말이 지금은 다르게 이해되는 뒤늦은 깨달음에 안타깝다.



문득 영화 '사랑도 번역이 되나요?'가 떠오른다.
각자의 언어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이야기했던 우리들의 사랑이 
제대로 서로에게 전달되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런 일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언어와 나의 언어는 그 어디 하나 닮은 데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배워가게 될 것이다.
어떤 언어를 배우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하나씩 배워가며
계속해서 사랑을 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사전 하나 없는 그의 말을 이해해보고자,
어렵기만 한 내 언어를 배우려는 그의 노력에 부응하고자
우리의 사랑이자 서로의 사랑을 깨달음의 시간들로 채워가야겠다
마음 먹어 본다.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를 덮으니
바스락거리던 마음의 소리는 잦아들고 이제는 향이 나는 것 같다.
떨어진 낙엽들을 그러모아 태운 후의 냄새와 닮아 있는 것 같은 향.
사랑을 하면서, 이별을 예감하면서 그리고 이별 후에 남아 있는 
열정, 상실감, 번민, 후회, 체념, 기다림, 원망, 기대 같은 감정의 부스러기들.
그것들을 쓸어담아 태운다면 이런 향이 아닐까?
불에 다 태우고서도 결국 재는 남기 마련.
감정 또한 마찬가지일 터.
그러니 남은 것들은 다음 사랑의 밑거름으로 쓰게 그냥 두자.

그나저나 어찌하여 나는 이 책을 
사랑을 끝낸 혹을 사랑이 끝나가는 이들에게 위로하고자 건네기보다
지금 사랑하는 그대들에게 더 권하고 싶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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