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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 늑대다! ㅣ 한울림 별똥별 그림책
마티외 모데 지음,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늑대가 나타났다!"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
양치기 소년이 다시 등장했나 싶어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빨간 새 한 마리가 늑대의 출현을 알리며
모두에게 도망치라는 소리.
무슨 일인지 함께 볼까요?

빨간 새는 커다랗고 시커멓고 무시무시한(?) 늑대가
느긋하게 벽에 기대어 막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으려는 모습을 봐요.
그래서 서둘러 다른 친구들에게 위험하다며 알리지요.

빨간 새의 작은 친구들,
그러니까 커다랗고 시커멓고 무시무시한 늑대의 먹잇감으로 딱 적당한 친구들은
직접 눈으로 보기도 하고 이야기를 듣고 겁에 질리지요.
그런 상황을 모르는 늑대는 마냥 즐겁게 식사를 즐기고 있어요.
그러다가, 그러다가 말이에요.
늑대와 딱! 마주치고 말아요.
모두 겁에 질려 있는데,
아주 커다랗고 시커멓고 무시무시하지만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늑대는
그런 작은 친구들이 왜 그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네요.
자, 이 다음은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도망쳐, 늑대다>는
정말 간결하고 단순한 그림과 밝고 선명한 색감만큼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늑대는
주로 포식자로 약하고 작은 동물들을 괴롭히는 대상으로
빨간 새와 다른 동물 친구들이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이 늑대는 좀 다르다.
아니 작은 동물 친구들이 그런 것처럼 우리가 아는 '늑대'를
이 늑대에게도 그대로 적용해 바라보고 있다.
게다가 진짜 늑대의 모습을 알게 된 후에도
작은 동물들은 여전히 변화가 없으니 이를 어쩌나.
가장 큰 반전이 있는 마지막 장면은
아이들에게는 재미있고 우스운 것일지 모르나
어른인 나에게는 씁쓸한 미소를 남긴다.
그 무시무시한 늑대가 순식간에
편견과 선입견의 피해자가 되는 전복이 일어나기에.
그러나 여전히 무던하게 대꾸하는 늑대의 쿨함이
확실히 유쾌하기는 하다.
우리가 가진 편견과 선입견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도망쳐, 늑대다!>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아니지, 어쩌면 늑대가 주인공으로 나와
편견과 선입견에 쿨내나게 대처하는 방법을
유쾌하게 보여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