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는 동동이와 함께 장난치며 놀고, 한 공간에서 먹고 자는 한 마디로 한가족입니다. 그래서 넘어진 동동이를 보며 구슬이는 지켜주고 싶어하고, 동동이는 아부지에게 야단 맞고 베란다에 쫓겨난 구슬이 곁에서 함께 잠을 자는 거겠지요. 구슬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듣고 있다가 동동이가 한밤중에 문을 살며시 열고 이불을 들고 있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쿵하고 숨이 멈춰집니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 둘이 함께 잠든 모습에 두 생명을 둘러싼 이불만큼 따뜻한 감동으로 마음이 가득해집니다. 눈물이 날 것 같지요.
<나는 개다>는 개의 입장이 너무 잘 드러나 있어 작가님의 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찐~하게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어요. 하울링하는 이유라든지 길고 지루한 기다림의 끝에 산책나온 그 엄청난 기쁨과 동동이를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 넘어진 동동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구슬이의 다양한 표정과 여러 형태의 동작과 모습에서 잘 드러납니다. 개를 오랜 시간 옆에서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표현들이거든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화면구성도 다양합니다. 그리고 개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장면들은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지요.
활자를 그림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사진 속 정교한 소품들을 하나씩 꼼꼼히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리고 <알사탕>에서 <나는 개다>로 혹은 <나는 개다>에서 <알사탕>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와 힌트들을 찾아가며 두 권을 함께 보는 이야기의 연결과 확장이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해주네요.
<알사탕>에서 동동이가 먹었던 사탕 중에 구슬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해 준 사탕이 무슨 무늬였는지 기억나시나요? 기억이 안 난다면 얼른 한번 보고 오세요.
그리고 <나는 개다>의 그림책 겉장 바로 다음 장을 꽉 채우던 구슬이의 털과 마지막 장의 동동이의 잠옷의 점 무늬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두 같은 색깔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어 어떻게 연결이 되어 있는지를, 동동이와 구슬이가 '가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줍니다. 따듯한 그 느낌은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와 보송보송한 손길이 느껴지고 어떤 그리운 냄새까지도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네요.
맞습니다.
<나는 개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때론 웃음이 나고 때론 화도 나고 때론 슬프기도 하고 때론 따뜻한 가족.
<알사탕>을 보며 동동이에 대한 안쓰러웠던 마음이 <나는 개다>를 보면서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어요. 외로워보였던 동동이 곁에 구슬이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애틋한 마음이 들게 만드는 <나는 개다> 우리 곁의 반려동물들한테 좀 더 잘합시다! 가족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