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다 그림책이 참 좋아 56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알사탕>의 주인공 동동이의 반려견 '구슬이'를 기억하시나요?

동동이와 8년을 함께 산 반려견 '구슬이', 동동이가 싫어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늙어서 자꾸 눕고 싶어 그러는 거니 오해하지 말라던 그 '구슬이'말이에요.

그렇습니다.

이 책 <나는 개다><알사탕>의 주인공 동동이의 반려견 구슬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책입니다.



귀는 살짝 들리고, 눈곱이 낀 것 같이 촉촉하고 게슴츠레한 눈, 이리저리 자유롭게 난 수염

그리고 아줌마 자세로 앉아 있는 구슬이가 정면으로 우리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들을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는 것 같은 표지입니다.


표지 뒷면에는 화면 가득 구슬이의 털이 빽빽하게 채우고 있네요.

살짝 쓰다듬어 보고 싶습니다.

구슬이의 오르락내리락하는 숨쉬기 운동과 체온을 고스란히 느껴보고 싶네요.

그렇게 다음 장을 넘겨보면 턱 밑을 왼쪽 뒷발로 긁고 있는 구슬이가

사람들이 자신을 구슬이라 부른다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는 개다>는 반려견 구슬이의 시선으로 보고, 구슬이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구슬이의 가족이야기입니다.

수년 전 슈퍼집 방울이네 넷째였던 구슬이는 엄마 젖을 떼고 밥을 먹기 시작하자 동동이네로 보내집니다.

아빠, 할머니 그리고 동동이와 구슬이는 그렇게 가족이 됩니다.

밤마다 자신의 형제자매일지 모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면 열심히 대답해주다 '구슬이, 조용!'이라는 아부지의 (개가 보기엔 한참 부족한) 하울링을 듣는 구슬이, 가족 모두가 나가고 남겨진 채 길고 긴 기다림을 견디는 구슬이, 할머니와 산책나오자마자 질주하는 구슬이, 산책길에서 누구보다 바쁜 구슬이, 그러다 동동이를 발견하고 뛰어가는 구슬이, 넘어진 동동이를 보며 지켜 줘야겠다 마음 먹는 구슬이, 동동이와 장난 치고 그러다 사고 치는 구슬이, 결국 아부지의 화를 불러일으켜 베란다로 쫓겨간 구슬이, 작은 소리로 우는 구슬이, 그리고 그런 구슬이 옆에 누워 구슬이를 꼭 끌어안고 같이 잠드는 동동이....


구슬이는 동동이와 함께 장난치며 놀고, 한 공간에서 먹고 자는 한 마디로 한가족입니다. 그래서 넘어진 동동이를 보며 구슬이는 지켜주고 싶어하고, 동동이는 아부지에게 야단 맞고 베란다에 쫓겨난 구슬이 곁에서 함께 잠을 자는 거겠지요. 구슬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듣고 있다가 동동이가 한밤중에 문을 살며시 열고 이불을 들고 있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쿵하고 숨이 멈춰집니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 둘이 함께 잠든 모습에 두 생명을 둘러싼 이불만큼 따뜻한 감동으로 마음이 가득해집니다. 눈물이 날 것 같지요.

<나는 개다>는 개의 입장이 너무 잘 드러나 있어 작가님의 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찐~하게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어요. 하울링하는 이유라든지 길고 지루한 기다림의 끝에 산책나온 그 엄청난 기쁨과 동동이를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 넘어진 동동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구슬이의 다양한 표정과 여러 형태의 동작과 모습에서 잘 드러납니다. 개를 오랜 시간 옆에서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표현들이거든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화면구성도 다양합니다. 그리고 개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장면들은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지요.

활자를 그림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사진 속 정교한 소품들을 하나씩 꼼꼼히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리고 <알사탕>에서 <나는 개다>로 혹은 <나는 개다>에서 <알사탕>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와 힌트들을 찾아가며 두 권을 함께 보는 이야기의 연결과 확장이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해주네요.

<알사탕>에서 동동이가 먹었던 사탕 중에 구슬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해 준 사탕이 무슨 무늬였는지 기억나시나요? 기억이 안 난다면 얼른 한번 보고 오세요.

그리고 <나는 개다>의 그림책 겉장 바로 다음 장을 꽉 채우던 구슬이의 털과 마지막 장의 동동이의 잠옷의 점 무늬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두 같은 색깔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어 어떻게 연결이 되어 있는지를, 동동이와 구슬이가 '가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줍니다. 따듯한 그 느낌은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와 보송보송한 손길이 느껴지고 어떤 그리운 냄새까지도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네요.

맞습니다.

<나는 개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때론 웃음이 나고 때론 화도 나고 때론 슬프기도 하고 때론 따뜻한 가족.

<알사탕>을 보며 동동이에 대한 안쓰러웠던 마음이 <나는 개다>를 보면서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어요. 외로워보였던 동동이 곁에 구슬이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애틋한 마음이 들게 만드는 <나는 개다> 우리 곁의 반려동물들한테 좀 더 잘합시다! 가족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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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2019-06-1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JunestaR님
저는 [매거진 Chaeg]의 에디터 이희조 라고 합니다.

저희 매거진은 ‘책’을 통해 사회와 문화, 예술 등의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2014년 10월에 창간해 지금까지 총 47호를 제작했습니다.
http://www.chae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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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staR님이 쓰신 <나는 개다> 리뷰를 보고 제안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연락하게 됐습니다.
저희는 현재 7월호(48호)를 준비 중에 있는데요, 그중 <방 안의 코끼리>라는 코너는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책에 대해 사람들의 솔직한 리뷰를 싣는 코너입니다. (방 안의 코끼리는 ‘방 안에 들어온 코끼리처럼 존재가 자명하지만 많은 이가 굳이 언급하지 않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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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는 일반 문학, 비문학 위주로 다뤘다면 이번에는 그림책 서평도 한 번 다뤄보고자 한국 대표 그림책 작가인 백희나 작가의 신작 <나는 개다>를 이번호 책으로 선정하게 되었는데요, 이 기사에 JunestaR님께서 쓰신 리뷰를 조금 다듬어 실으실 생각이 없으신지요. 백희나 작가의 팬들만이 느낄 수 있는 세세한 감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감상을 (감상 위주로) 분량에 맞게 다듬어 A4 1/2-2/3로 맞춰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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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너는 700~1000자의 짧은 서평을 싣고 있고 일반 서평 이벤트로 진행하기 때문에 따로 원고료를 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 다만, 저희 책과 자체적으로 제작한 엽서 세트를 드리고 있습니다. 수락 여부 먼저 메일로 답변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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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의코끼리 예시: https://bit.ly/2Z2mNyL

heejo@chaeg.co.kr
이희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