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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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족, 혼밥, 혼술 그리고 고독사.
요즘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는 단어들.

저출산의 심각성과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
이것 역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

이렇게 보니 '가족의 해체'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문득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십니까?라고 묻고 싶어진다.

그래서일까?
여기 츠지무라 미즈키가 들려주는 '가족의 탄생'이 갖는 의미가
더욱 특별한 것은.

'아침이 온다'는 단순히 불임이나 난임 부부, 입양, 미혼모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갖고 있는 혹은 가족을 원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여기 두 사람, 아니 두 여자가 있다.
연령대도, 사는 곳도, 관심사도 그 어느 것 하나
공통점 아니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두 여자, '히카리'와 '사토코'
이 둘을 이어주는 유일한 것은 '히카리'가 낳은 아이, '아사토'

츠지무라 미즈키는 10대에 '아사토'를 낳은 '히카리'와
난임으로 인해 40대에 '아사토'를 입양한 '사토코'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려준다.

'사토코'의 가정은
밖에서 보면 아이를 낳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부부와 입양아로 이루어진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어느 정상적인 가정보다 더 바람직한 가정.
'히카리'의 가정은 교사인 엄마와 아빠, 그리고 모범생인 언니가 함께 사는
평범하고도 정상적인 가정처럼 보이지만,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가장 가까이에서 상처를 주고 있는
어쩌면 우리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가정.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상처를 주고 있는 사람들
특히 누구보다 가까이에 있는 가족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다.
핏줄로 이어진 친부모와 말다툼 같은 대화를 하면서 가족이란 노력해서 쌓아 올리는 것임을 깨달았다.
가족은 아무리 핏줄로 이어졌다 한들 오만하게 굴어서는 쌓아 올릴 수 없는 관계다.
- '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

핏줄이란 무엇일까?
그것이 갖는 연대성이란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세상에 노력없이, 정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완벽한 관계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핏줄이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족이란 관계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 온 것은 아닌가 싶다.
'진정한 가족'이 되려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정한 관계'를 쌓아 올리려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한동안 소설이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아침이 온다' 읽으며 '맞아, 이래서 소설을 읽는 거야'라며
책을 쓰다듬어 보게 되었다.
'히카리'의 입장에서 '사토코'의 입장에서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처음 만나는 일본 작가이지만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섬세하게 타인의 감정을 들려주고 공감하게 만드는 것을 보니
좋은 작가구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정말 오랜만에 다른 누군가의 입장에서
함께 울고, 웃는 시간이었다.
'히카리'와 '사토코'에게 밝아오는 아침이 오듯이
책을 덮으며 함께 아침을 맞이할 수 있어서,
고마웠던 만남의 시간.

지금 길고 긴, 정말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모두에게
새로 떠오르는 빛을 머금은 아침 같은 선물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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