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트래블러 - 조현병과 투쟁한 어느 아름다운 정신에의 회고
W. J. T. 미첼 지음, 김유경 옮김 / 에디스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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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최근에 뉴스에서 종종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영화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주변에서 조현병 환자를 만날 일도 잘 없는 것 같다. 아니... 조현병 환자가 있다고 해도 당사자가 그 사실을 밝히기는 꺼릴 것 같다. 그만큼 정신질환에 대해 우리 사회가 보는 시선이 부정적인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정신질환을 병으로 규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도 하고 겉으로 멀쩡해 보이면 아프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그러한 편견에 쌓여있다.

 

그런데 이 책은 조현병 증세가 나타나고 이후 18년간 앓은 아들과 함께 보낸 아버지가 쓴 글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영문학과 미술사를 가르치는 교수이자 글을 쓰는 작가이다. 그의 글을 통해 조현병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살필 수 있었다. 또 조현병에 걸린 환자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들이 겪는 고통도 생생하게 묘사된다. 무엇보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의 아픈 마음이 잘 드러난다. 아마 책에 표현된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떠난 이를 가장 적절하게 추모하는 방법이 이 책을 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가브리엘을 정신질환으로 자살한 불쌍한 남자로만 기억했을 것이다. 아니면 기사 한 줄로 지나가는 사건으로 그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가브리엘을 만난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조현병과 맞서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 어떤 꿈을 꿨고 어떤 영화를 준비했는지 생생하게 살필 수 있다. 가브리엘은 어쩌면 아주 뛰어난 영화감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아들을 정말 사랑하고 아꼈다. 글 곳곳에 그 마음이 잘 드러난다. 그래서 참 슬프면서도 좋았다.

 

사실 우리는 정신질환에 대해 잘 모른다. 조현병은커녕 우울증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에 우리는 정신질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어쩌면 눈에 보이는 상처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이 훨씬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조금 더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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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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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사이보그가되기로했다 #피터스콧모건 #김영사 #가제본서평단 

 

인간이 사이보그가 되는 것은 SF 영화에선 볼 법한 이야기였다영화에서는 뭔가 멋진 일로 묘사되지만 막상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여러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인간의 몸을 사이보그로 개조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헤치는 것은 아닐까우리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아닐까우리는 이러한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반면에 또 다른 소리도 들릴 것이다루게릭병과 같은 불치병에 걸린 사람은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한 채 그저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내가 불치병에 걸린다면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발버둥치지 않을까이 책의 저자는 가만히 앉아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기존의 편견에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다저자는 동성애자다최근 월드컵에서 동성애와 인종차별 반대를 상징하는 무지개 완장을 대표팀 주장이 차는 것이 논란이 된 바 있다우리나라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많다이 책을 읽는 독자도 깜짝 놀랄 수 있다동성끼리 서로를 사랑한다는 표현 자제가 낯선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저자는 여러 편견에 맞섰고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어려움에 맞닥뜨렸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다그러하기에 루게릭병에 걸려 몸이 굳어가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그의 도전은 뮤지컬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대표곡, ‘지금 이 순간을 연상시킨다그렇다거대한 장벽에 맞서는 인간의 도전은 숭고하다그가 자신의 연인 프랜시스에게 자신을 사이보그화하며 일어날 일들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얼마 전 그는 사망했다이 책은 결국 그의 유작이 되었다자신을 사이보그화해서 병에 저항하고자 했던 그의 도전은 실패로 끝난 것일까이 책은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이 생각만은 동일할 것 같다죽음을 무기력하게 기다리지 않고 저항하고자 했던 인간의 삶은 아름답다는 것.

 

자신의 가치관과 종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책이다그렇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 볼 것을 권한다그리고 비판이든 이해든 해보기를 원한다인정하지는 않더라도 나와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들을 순 있어야 하지 않을까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세계와 그들이 받는 차별그리고 고통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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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과학 - 세상을 바꾼 발견과 혁신의 순간들
톰 잭슨 지음, 김주희 옮김 / BOOKERS(북커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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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영역이다. 고등학교 이후에는 관련 책도 거의 읽지 않았기에 꽤 오랜 시간 동안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도래하고 다시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좋아하던 문학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읽기 시작하면서 과학 서적도 접하게 되었다. 주제나 책에 등장하는 용어들이 어렵기는 했지만 흥미를 느꼈다. 사실 마블 영화를 통해 과학 용어를 접하면서 조금은 더 친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에서 접하자마자 바로 서평단에 지원했다.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서평단에 당첨되어 정말 기뻤다.

 

이 책은 나와 같은 과학 초보자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과학 백과사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역사, 실험, 이론, 연구 방법과 장비라는 총 4개의 주제 안에 총 146개의 키워드로 다뤄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나 키워드를 찾아 읽어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학교 다닐 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본 적이 있는 염색체에 대해 알고 싶다면 109쪽을 읽으면 된다. 또 이 책은 한 키워드를 읽을 때 책 하단에 관련 키워드와 쪽 수를 명시하고 있어서 바로 찾아 읽어 볼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책을 이쪽저쪽 넘기며 읽는 재미가 있다.

 

어린 시절에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을 구입했었다. 그 책이 워낙 방대해서 감히 다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그 책을 넘길 때의 질감과 냄새, 소리가 참 좋았다. 난 도서관의 책 냄새를 참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이 책의 질감이 브리테니커 백과사전과 유사해서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과학을 전문적으로 깊이 공부한 사람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부족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과학에 관심은 있으나 거리감이 있었던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조금 더 똑똑해진 느낌이다. 성인뿐만 아니라 과학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게 된 아이들에게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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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시대 - 하얼빈의 총성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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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를 생각하면 슬픔과 분노가 함께 밀려온다. 나에게도 한민족의 피가 흐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린 시절부터 듣고 봐왔던 많은 미디어의 영향일까? 아니면 주변 사람들의 영향일까?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질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일본은 흔히 악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그들을 처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정의롭다고 여겨진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에 딱히 반론을 가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침략자는 침략당한 자의 슬픔과 고통을 알 수 없으니 우리가 복수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우리의 통념에 반론을 제기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려고 했으나 정보가 잘못되어 관련 고위 관료를 살해한다. 그러면서 그는 극심한 고뇌에 빠지게 된다. 그들이 침략자라고 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옳은 일일까? 특히 그 대상이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라면 어떻게 봐야 하는가? 그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살해했지만 이것이 보통의 살인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을 이 책은 던지고 있다. 그래서 새롭다.

 

1800년 후반기와 1900년 전반기, 그 시절은 정말 미친 시대였던 것 같다. 인류는 이전 어느 시대보다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각 나라는 각자 정의를 내세워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던 피와 살육의 시대였다. 그 결과는 세계 1, 2차 대전으로 이어진다. 인류가 치룬 대가는 참으로 컸다. 그러나 인류는 온전히 깨닫지 못한 것 같다. 오늘날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서도 드러난다. 그리고 곳곳의 테러와 내전 등에서도 알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당시 독립을 이끌었던 많은 분들이 얼마나 고뇌했을지 상상이 안 된다. 그들은 살인에 미친 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살인의 현장으로 이끈 그 시절의 역사가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깊이 생각해 볼 만한 거리를 준다. 오늘날에도 논쟁이 되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나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으로 생각하기를 즐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딱 나눌 수 없다. 그래서 참 어렵지만 고민해야만 한다.

 

이 책은 희곡이다. 인물 간의 대사가 있기에 더 실감 나게 이야기가 전달된다. 책을 읽음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장면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주인공과 주인공 어머니의 대화, 또 주인공이 죽인 사람의 아내와의 대화 등이 특히 인상적이었고 주인공 정의태의 독백을 통해 표현되는 그의 심리 묘사가 참 멋지다. 부록을 제외한 본문은 160쪽 남짓한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분량이지만 이 책을 통해 여러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2022년도 거의 끝나간다. 멋진 희곡 한편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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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러닝
이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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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러닝 #이지 #이지소설집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이 책은 2015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지 작가의 단편 8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각 소설마다 독특한 매력이 있는데 공통적으로 상실감의 정서가 나타난다. 이 책의 제목이자 첫 번째 단편인 나이트 러닝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서 오는 상실감이 나타난다. 그밖에 다른 소설에서도 애인과의 헤어짐, 부모님의 죽음, 친구의 죽음 등으로 인한 상실감이 나타난다. 꼭 누군가 죽지 않더라도 믿었던 친구로부터 배신을 당했다거나 젊은 날의 상실, 한쪽 눈의 상실 등 대체로 상실감의 정서가 이 단편집 전체를 관통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것이 마냥 우울한 것은 아니다. 각 단편의 주요 인물들은 상실감에 빠져 생을 포기한다거나 물러서지 않는다. 꼭 완벽한 승리는 아닐지라도 회복과 연대의 정서가 나타난다. 나와 다른 이들과 함께 밤에 달린다거나 자신이 가진 순금 반지를 팔아 젊은 청년을 후원한다거나 고장 난 밥솥을 고친다거나, 비록 커다란 승리는 아닐지라도 삶의 작은 영역에서 저항하고 승리를 맛본다. 그래서 난 이 소설이 참 좋았다. 나와 같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특히 6번째 단편 대리석 궁전에 사는 꿈을 꾸었네가 가장 좋았다. 주인공에게서 내가 느끼는 정서와 고민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주인공도 상실감이 있지만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것으로 나름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집은 참 재미있다.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 만에 다 읽어 버렸다. 내가 소설을 참 많이 좋아하기도 하지만 저자가 참 잘 쓰는 것 같다. 있을 법한 이야기와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잘 조화시킨다. 그것이 저자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물론 첫 번째 소설 나이트 러닝은 판타지 같아서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가 했지만... 다 읽고 다시 곱씹어 보니 이 소설까지 좋았다. 나도 이런 상상력과 문장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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