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시대 - 하얼빈의 총성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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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를 생각하면 슬픔과 분노가 함께 밀려온다. 나에게도 한민족의 피가 흐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린 시절부터 듣고 봐왔던 많은 미디어의 영향일까? 아니면 주변 사람들의 영향일까?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질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일본은 흔히 악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그들을 처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정의롭다고 여겨진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에 딱히 반론을 가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침략자는 침략당한 자의 슬픔과 고통을 알 수 없으니 우리가 복수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우리의 통념에 반론을 제기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려고 했으나 정보가 잘못되어 관련 고위 관료를 살해한다. 그러면서 그는 극심한 고뇌에 빠지게 된다. 그들이 침략자라고 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옳은 일일까? 특히 그 대상이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라면 어떻게 봐야 하는가? 그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살해했지만 이것이 보통의 살인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을 이 책은 던지고 있다. 그래서 새롭다.

 

1800년 후반기와 1900년 전반기, 그 시절은 정말 미친 시대였던 것 같다. 인류는 이전 어느 시대보다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각 나라는 각자 정의를 내세워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던 피와 살육의 시대였다. 그 결과는 세계 1, 2차 대전으로 이어진다. 인류가 치룬 대가는 참으로 컸다. 그러나 인류는 온전히 깨닫지 못한 것 같다. 오늘날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서도 드러난다. 그리고 곳곳의 테러와 내전 등에서도 알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당시 독립을 이끌었던 많은 분들이 얼마나 고뇌했을지 상상이 안 된다. 그들은 살인에 미친 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살인의 현장으로 이끈 그 시절의 역사가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깊이 생각해 볼 만한 거리를 준다. 오늘날에도 논쟁이 되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나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으로 생각하기를 즐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딱 나눌 수 없다. 그래서 참 어렵지만 고민해야만 한다.

 

이 책은 희곡이다. 인물 간의 대사가 있기에 더 실감 나게 이야기가 전달된다. 책을 읽음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장면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주인공과 주인공 어머니의 대화, 또 주인공이 죽인 사람의 아내와의 대화 등이 특히 인상적이었고 주인공 정의태의 독백을 통해 표현되는 그의 심리 묘사가 참 멋지다. 부록을 제외한 본문은 160쪽 남짓한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분량이지만 이 책을 통해 여러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2022년도 거의 끝나간다. 멋진 희곡 한편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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