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평점 :
내 몸의 장기를 인공적으로 바꾸어서라도 영원히 살고 싶은가? 솔직히 아직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특히 이 책에서 묘사된 미래 세대의 사람들의 삶을 보면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든다. 불완전하지만 임플란트 장기가 있어서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다(물론 장기의 30%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의 수명은 100세를 훌쩍 넘기고, 갖가지 상상 속에만 머물던 세계가 이 책 속에 펼쳐진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다들 그러할 것이다. 저자도 미래를 아름답게 그리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서 묘사되는 사랑이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인류의 수명이 늘어도, 많은 것들이 편리하다고 해도 사랑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진화의 산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우리에게 마음이 있다고 믿는다. 단순히 생리적인 발달의 산물이 아닌 고유의 가치가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비싼 구독료를 내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는 임플란트 장기, 음주하는 것 하나도 점수로 계산되는 감시받는 사회, 인플란트 장기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싼 구독료를 내기 위해 사랑하는 시늉만 하는, 나쁘게 말하면 몸을 파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세계!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러한 암울한 세계 속에서 발견하는 본질적 가치! 그것을 저자는 성아를 만나서 변화되는 주인공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이 책은 시대를 관통한다. 우리 시대의 많은 문제들을 곳곳에서 직간접적으로 짚고 있다. 물질만능주의, 지나친 성공주의, 조기교육. 자본의 독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 등 많은 것들을 은연중에 다룬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상실하고 있는 가치들을 생각나게 만든다. 정신없이 사느라 놓치는 우리 자신에 대한 가치도 생각난다. 주인공이 성아를 만나면서 다시 찾아갔으니 우리에게도 각자의 성아가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나는 하루하루가 참 버겁다. 하루하루 일하지 않으면 벌 수 없는 대학기관 강사의 삶, 대학원생으로서 열심히 산다고 하지만 어느새 주객이 전도된 듯한 삶, 무엇 때문에 이렇게 달리고 있는지 목적을 잊어버릴 때도 많다.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 사람들과 제대로 하루를 함께하지 못하는 씁쓸한 상황도 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사랑의 의미에 대해,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참 감사하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