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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 만든 천국
심너울 지음 / 래빗홀 / 2024년 3월
평점 :
마법,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단어다. 우리는 대부분 마법이라는 단어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해리포터의 영향일 수도 있고 여러 영화의 영향일 수도 있다. 이 책의 설명과 표지를 봤을 때도 그런 비슷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것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마법이 통용되는 한국 사회다. 태어날 때부터 뛰어난 마법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도 있고 부족해도 열심히 배우는 사람들도 있다. 마법을 잘하는 것이 성공의 척도가 된다. 얼마 전에 대치동 학원가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의대 진학반이 개설됐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것처럼 마법을 배우기 위해 발버둥치는 대한민국,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배경이다.
그런데 돈이 있고 힘을 가진 인간은 언제나 방법을 찾아낸다. 바로 마법에 뛰어나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꼬드겨 그들의 혈관 속에 있는 능력을 추출하고 자신이나 자녀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장기를 사고파는데 그것처럼 마법의 능력을 사고판다. 내가 마법을 가진 사람이라도 많은 돈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소설은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소설의 첫부분에서는 마법이 뭔가 낭만적으로 묘사된다. 남녀간의 사람도 나타난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책 속에 낭만적인 마법 세상은 없다. 너무도 현실적인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을 뿐이다. 마법은 하나의 비유일 뿐이며 물질만능주의, 개인주의, 집단적 이기주의로 치닫는 현실이 있다. 그래서 씁쓸해진다.
20년 전에 비해 점점 더 후퇴하는 것 같은 요즘을 볼 때 한숨이 나온다. 이 소설은 그러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너무도 리얼하게 짚어내고 있다. 철학적이고 고민할 만한 거리를 던져 주며 다양한 가치들이 부딪치는 모습도 보여준다. 정말 기대 이상의 작품이었다. 어떻게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소설이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