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너머 자유 -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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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뭔가 딱딱하다. 법원과는 멀리 떨어져 살면 살수록 좋다. 이러한 편견 아닌 편견을 가지고 살았다. 내가 법조계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법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는 말에 공감은 하면서도 막상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어쩌면 과학 도서를 읽는 것보다도 법에 관련된 도서에 더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법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법을 알면 유익한 부분이 있다. 법이 주는 무게감이 있더라도 나와 관련된 최소한의 법은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판결 너머 자유’와 같은 책들은 참 반갑다. 어려운 부분이 좀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자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분열과 갈등이 난무하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요즘 들어 우리 사회는 더욱더 분열하는 것 같다. 2024년을 살고 있는 요즘도 좌파니, 우파니, 빨갱이라는 말이 들린다. 여성의 인권이 올라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은 존재하며 남성과 여성의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또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점차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법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서도 드러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법원의 판결을 100%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부를 가진 경제사범들이 받는 처벌이 약함을 보며, 또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흉악범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을 보며 그러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이 책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여러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조상의 무덤을 타인의 산에 만들어도 되는지를 다루는 분묘기지권, 제사주재자 사건, 인공 수정이나 배우자의 외도로 얻은 자녀를 이혼 이후에도 친자로 보아야 하는지를 다룬 친생부인의 한계 사건, 각종 뉴스에서 떠들썩했던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또 양심적 병역거부,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건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사건들에 대해 대법원은 어떻게 판결하였고 그 과정 가운데서 어떠한 의견들이 있었고 상충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들어본 사건은 사건대로, 생소한 사건은 그 나름대로 흥미를 주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주장을 다루고 거기에 대한 근거를 드는 과정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이처럼 민주주의 사회란 나와 다른 의견도 듣고자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으로 뽑혀 참여한 적이 있다. 사건을 듣고 검사와 변호사가 변론하는 과정을 보며 판사가 판결하는 것까지 참관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때 판사가 했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당장 나타나는 판결만 보고 국민들이 판사들을 쉽게 욕합니다. 하지만 판결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보니 생각이 달라지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는 그 말에 동의한다.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될 수도 없고 그렇게 된다면 세상은 더 어지러울 것이다. 전제군주처럼 한 사람이나 집단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면 사실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듣는 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더 그러한 귀를 가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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