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있어서 구원 - 교유서가 소설
채기성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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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비롯한 문학 작품은 예로부터 그 시대를 예리하게 읽고 풍자해 왔다.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소설을 통해 말하고 보았다. 민중은 소설을 읽으며 답답함을 해소하기도 했다. 요즘은 SF를 비롯하여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소설이 등장하지만 다들 그 시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 소개할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소설가 채기성님이 몇 년간 문예지나 신문사에 발표했던 8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소설집이다(미발표 소설이 1편 있다). 8편 모두 우리 사회의 단면들을 놀랍도록 잘 반영하고 있다. N번방 사건, 학교폭력, 데이트폭력. 코로나 팬데믹, 직장 내 성과주의 등을 소설 속에 잘 녹여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 사람들의 심리, 성향을 잘 반영한 것 같다. 이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누구나 느낄 법한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작가님의 작품은 무척이나 섬세하다. 사실 작품을 읽는 내내 작가님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헷갈렸다. 각 소설마다 주인공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계속해서 바뀌는 데다가 섬세한 묘사와 감정 표현이 있었기 때문이다(물론 남자는 이러한 소설을 쓸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또 우리 사회의 굵직한 이슈들을 소재로 사용하면 있지만 자칫 교훈적으로, 또 딱딱하게 흐를 수도 있음에도 전혀 그러한 느낌이 없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소설 속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또 8편 모두, 소소한 반전들이 있어서 더 몰입해서 보게 한다.

뭐랄까? 정말 뛰어난 작가님을 만난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처럼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잘 꿰뚫는 작가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활용한 소재들도 현실과 밀착해 있고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따뜻함도 있어서 읽고 나면 여운이 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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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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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마음이 먹먹해졌다. 가슴속에서부터 뭔가 울컥했다. 슬프지만 희망적인, 힘들었지만 이겨낸, 누군가의 이야기, 또 나의 이야기 같기도 한, 이 소설!

 

나는 어렸을 때 참 내성적이었다. 생각이 많았고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기도 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과거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내가 참 우울해 보였다고 이야기한다. , 고등학교 때 썼던 일기를 보면 어두운 정서가 확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의 이야기에 심히 공감이 간다.

 

이 소설에는 상처가 있는 몇몇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 이유는 다 다르지만 다들 가정과 연결되어 있다. 가정이, 부모가 어떠하냐에 따라 아이의 정서와 생각도 달라진다. 이것을 보면서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 나름의 세계도 깊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알게 모르게 상처를 극복해 간다. 중학생이라고 하면 마냥 어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아이들도 서로 위로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가 생각나기도 하면서 나의 좁은 시선이 조금은 깨어졌다.

 

여기서 상세히 이 책의 내용을 밝히고 싶지는 않다. 아이들이 저마다의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목도하면서 느껴지는 희열이 책 속에 있는데 이것을 다른 사람들도 고스란히 느꼈으면 하기 때문이다. 꼭 한번 일독을 권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전해지는 울림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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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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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나는 돈키호테를 참 많이 사랑한다. 혹자는 그를 그저 미치광이로 보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불합리한 세상에 도전하는 대단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나간 시대의 낭만을 꿈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점점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꿈을 쫓아 도전하고 불의와 맞서기도 하는 그런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 그립다.

 

그런 돈키호테가 내가 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고 현실에 부딪치면서 그건 점점 더 요원해져 가는 것 같다. 사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어린 시절 꿈꾸었던 이상향과 점점 멀어져 가는 현실에 조금은 낙심하기도 할 것 같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주인공이 어린 시절 비디오 가게 주인인 돈키호테를 닮은 돈 아저씨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행방불명된 아저씨를 찾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주요 이야기이다. 김호연 작가님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소시민들의 삶을 잘 포착하고 표현해내는 것 같다. 그 이야기들이 참 생동감이 있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해학적이기도 하다. 조금은 슬픈 이야기도 재미있게 그려내는 것이 작가님의 힘인 것 같다.

 

또 이 책은 바로 나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을 향한 편지와 같은 이야기다. 여기에 등장하는 중심인물들은 하나 같이 이 사회의 주류가 아니다. 이용만 당하고 잘린 피디,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이용만 당한 작가, 불의에 맞서다 지금은 택배일을 하는 영화감독, 큰 인기는 카페 사장, 모두 다 애잔한 마음을 주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상은 아직도 돈키호테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어제, 어느 연애 기획사의 주요 인물의 긴급 기자회견을 보았다.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지만 그 말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마치 이 책의 주인공을 보는 것만 같았다. 조금 두서없고, 어설픈 듯 보여도 진정성이 있는 그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나의 돈키호테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그리고 소시민이라면 누구나 좋아할만하다. 김호연 작가님은 이번에도 대박을 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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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서 아프리카까지 - 150일 간의 세계여행 좌충우돌 성장 스토리
박지윤 지음 / 담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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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화 듄2를 보았다. 사막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사막의 장엄함이 커다란 스크린을 가득 채워 숨이 멎을 정도로 강하게 다가왔다. 이 땅에 사는 날 동안 저런 사막을 꼭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못 갈 것 같다고 단념했다. 사막, 아프리카는 나에게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여기, 나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저 먼 아프리카로, 사막 속으로 여행을 떠난 사람이 있다. 그는 무척이나 평범한 사람이다. 20대 중반, 대학을 졸업하고 얻은 직장을 버리고 홀연히 미얀마로 떠나면서 그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요즘 여행 유튜버들이 많고 여행 프로그램도 많다. 그러나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보기에는 쉬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막상 마음 먹고 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그걸 20대 중반에, 700만 원만 가지고, 여자의 몸으로 갔다는 것이 대단하다.

그의 여행은 150일에 걸쳐 이루어졌다. 방문한 나라의 목록도 참 다양하다.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인도, 튀르키예, 이집트,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잠비아, 나미비아... 이 책이 아니었다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나라도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 넓은 지역을 홀로 여행했다. 아프리카의 사막을 거닐고, 히말라야를 오르고,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직접 눈으로 목도하기도 했다. 저자의 글이 무척 생동감이 있고 사진도 함께 있어서 마치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여행하면서 참 다양한 일들을 겪었다. 좋지 않은 일도 있었다. 휴대폰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의자가 매우 불편한 버스를 타고 2박 3일을 가기도 했다. 낯선 곳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 마음 졸이기도 했다. 그래도 그때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잘 이겨내었던 것 같다. 국적이 다르고 인종이 달라도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한 점이 있다. 사람이 무섭지만 사람이 있기에 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여행했다고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저자는 그 점을 분명히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행은 그에게 많은 것을 던져 주고 이전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조금은 낯선 분야라도 용기 있게 나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때가 되면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힘도 가지게 되었다. ‘누구나 꿈꾸는 대로 살길 원하지만 아무나 그렇게 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그 아무나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라는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나도 나의 영역에서 그 아무나가 되기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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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이면 어때 - 이전과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하다
이경용 지음 / 담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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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이면어때 #담다출판사 #에세이 #동기부여 #자기계발 #이경용 #도전 #용기 #서평단 #책추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책임질 것이 많아진다. 그리고 가장이 된다는 것은 다른 가족들의 무게를 그만큼 짊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 있는 자리에서 안주하게 된다. 설령 그것이 내 적성에 전혀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비상식적인 상사, 이기적인 동료가 주변에 있더라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변화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쉽사리 변화에 도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그 나이 때마다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도달해야 하는 위치가 있다고, 남들은 다 그렇게 하는데 왜 너만 다른 길로 가려고 하느냐고, 그러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질문한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강하게 작용한다.

이 책은 그런 여러 어려움을 뒤로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길로 나아간 한 가장, 그리고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사실 ‘일용직이면 어때’라는 제목부터 강렬하게 다가왔다. 처음에 저자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일용직하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별해서 특별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선택이 특별한 삶을 만든다’라는 저자의 말이 더 깊게 와닿는 이유이기도 하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 제주도라는 낯선 환경을 선택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일용직을 선택하고 서점을 열기도 하고! 저자는 결혼하기 전 20대 초반에도 쉽지 않을 도전을 용기 있게 하고 있다. 솔직히 내가 저자라면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신이 없다. 그런데 저자가 그것을 선택한 삶이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닌 것 같다. 힘든 것도 나누는 저자의 솔직함이 이 책의 매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을 통해 깨닫게 되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에서 강한 힘이 느껴진다. 일용직을 하지 않았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누군가의 삶,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 멀리 배송하면서 느끼는 것, 철거 작업, 마늘밭, 타일 조공 등 다양한 일을 하며 느끼는 것 등을 솔직하게 나누는 그 이야기가 참 좋았다.

100세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몇 살까지 사느냐보다 어떠한 삶을 사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저 흐름대로 아무 생각 없이 살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도 의미를 찾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저자의 특별한 선택이 특별한 삶을 만든 것처럼 우리에게도 언젠가 특별한 선택을 할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저자의 삶이 우리의 선택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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