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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의 탐험가 - 2019 볼로냐 라가치 상 논픽션 부문 대상 수상작
이사벨 미뇨스 마르틴스 지음,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 최금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9월
평점 :
※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서평단에 뽑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구요, 주관적으로 이 글을 씁니다 ※
책을 받고 책상 위에서 이리보고 저리보고 하다가
이 책에 대한 예의라고나 할까??
'탐험책이니 꼭 밖에서 읽어야 겠다' 고 생각했다.
분명 나갈 채비를 할 때까지만 해도 비가 안왔는데,
막상 나가려고 하니 비가 쏟아지는 거다.
아~~ 어쩌지? 다른 날 나가고 오늘은 나가지 말까?
아니야 그럴 수는 없지 탐험책이잖아~!!! 그럼 나가는 게 맞아!!
우산쓰고, <지도밖의 탐험가> 책을 들고서 천변으로 나갔다.
그래 탐험가들도 이렇지 않았을까?
예상치 못한 숱한 일들을 경험하고도 멈출 수 없지 않았을까?
포기하지 않고 나온 나를 스스로 칭찬하게 되었다 쓰담쓰담^^

▶ 이 책은 표지를 쫘악 펼치는 것 만으로도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게 되어 있다.
어떤 탐험가가 배를 타고 망망대해 바다로 나섰고,
온갖 고초를 겪은 후 마침내 미지의 세계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누군가가 이미 살고 있었으니~~~
뒷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궁금하면 책을 꼭 읽어보시라~
▶ 표제 글씨에도 의미를 담고 있다.
지와 도 사이에 있는 별은 북극성을 뜻하는 것 같고,
탐의 물결과 험의 나침반도 항해를 하던 탐험가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들쑥 날쑥한 글씨체들은 탐험가들이 찾아다닌 산들 모습 같기도 하고...
분명 이 책의 원서 표제는 이렇지 않을 것 같다 싶으면서
위즈덤하우스 관계자분들이 신경 많이 쓰셨구나 싶었다.
▶ 면지
앞면지는 세계전도가 흑백으로 나오면서, 책에 나오는 11명의 탐험가들이 어느 지역을 탐험하였나 하는 것이 박스처리가 되어있다.
뒷면지는 앞과 반대로 컬러플한, 어딘가는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이 나온다.
이것은 곧 내용 전체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흑백과 컬러의 대비
이 책에서의 흑백은 동양적인 붓터치를 이용하여 탐험가들의 모험을 이야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고,
반대로 컬러는 서양적인 유화터치를 이용하여 미지의 세계의 모습들을 이야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재밌지 않은가? 유희같기도 하고...
미지의 세계를 컬러플하게 원색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신비함을 더해주는 듯 한데, 신비해 보인다'는 느낌은 외부의 시선으로 본 느낌이라는 점에서 그것을 서양 유화적 표현방식을 썼다는 것도 의미 있다 싶었다.
탐험가들의 탐험에 대한 것들은 동양적으로 흑백의 모노톤으로 표현함으로써 탐험이 결코 꽃길이 아니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고, 탐험가들이 느꼈을 두려움과 긴장, 암흑같이 알 지 못함에 대한 여러 감정들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지도 밖의 탐험가>라고 해서 탐험가의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 탐험, 발견, 모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꺼내고 있어 좋았다.
작가님이 들려주신 바를 내 말로 풀어보면 이러하다.
수세기 동안 인간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 주된 원인은 생존이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존을 위한 이동은 이루어지고 있다(예: 난민, 탈북).
그러다 18세기 경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과 지적 욕구로 인해 알지 못하는 세계로의 이동이 이루어졌으니,
그것이 바로 우리가 탐험(또는 발견)이라 부르는 이동이다.
생존을 위한 이동이었든 호기심 충족을 위한 것이었든 간에
그 옛날 이들에게는 ‘지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 독자들이 생각해 볼 많은 질문을 던지신다.
지도 없는 세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무엇이 탐험가들로 하여금 길도 없는 곳으로 가도록 이끌었을까?
탐험가들이 미지의 세계에 가서 한 것은 발견이었을까? 탐험이었을까?
탐험가들이 미지의 세계에 가서 여러 인종들을 만났는데, 그것은 발견인가? 만남인가?
...
...
던져주시는 여러 질문들을 보면서 자꾸 생각에 빠지다보니
한 장 한 장 넘기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한 번에 쓰윽 읽히는 책도 좋지만, 멈추고 읽고, 멈추고 읽고 하는 책도 좋지 않을까 싶다.
피테아스, 현장, 카르피니, 마르코 폴로, 이븐바투타, 바르톨로메우 디아스, 잔 바레, 조지프 뱅크스, 홈볼트, 다윈, 메리 헨리에타 킹즐리.
이상의 11명의 탐험가에 대한 이야기를 푸는 방식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그 일정한 패턴을 적어보면 이러하다.
1. 한 명 한 명의 간략한 정의내림이 있고, 탐험가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2. 탐험가가 갔던 여정을 표시한 지도
3. 지도에 표시된 탐험가의 여정에 대한 설명
4. 탐험가의 여행에서 배울 점, 중요한 점
정부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아 탐험에 나섰던 지리학자/수학자/천문학자 피테아스,
인도 관련 책을 읽고 인도 여행을 결심했던 승려 현장
교황의 명으로, 유럽의 평화를 위협하던 몽골군 최고 책임자를 만나 협상을 하기 위해 떠난 카르피니
상인으로써 좀더 좋은 상품을 찾기 위해 여행을 했던 마르코 폴로 가족
이슬람 종교를 좀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여행했던 이븐바투타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너머를 두려워하던 시대에 그 두려움에 맞섰던 바르톨로메우 디아스
아버지가 쓰시던 책을 완성하고자 여성 혼자의 몸으로 서아프리카 탐험에 나섰던 메리 헨니에타 킹즐리
등등
이유도 다 다르고, 그들이 경험한 것도 다 다르다.
이들이 탐험가로 기억되고, 책에까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보고 들은 것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탐험가들은 모두들 대단해보이지만,
안타까운 이도 있었다.
잔 바레
왕실 식물학자이자, 역사상 최초로 세계 일주를 한 여성 탐험가 잔 바레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성경의 인물 에스더가 떠오른다.
잔 바레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승선했다던 배 이름이 '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민족을 위해 왕 앞에 나섰던 별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지고 있던 에스더이기에.
그러나 안타깝게도 잔 바레는 자신의 일을 기록에 남기지 않았다.
함께 승선했던 배의 선원들의 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밖에 없어 아무도 그녀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다가 200년이 지난 후에야 인정받게 되었다고 한다.
아...기록이라...
기록을 남기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라면 책의 작은 글씨 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히 읽어 볼 텐데, 아이 혼자 읽게 놔두지 말고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읽는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번에 한 명씩 꼼꼼히 살펴본다면
이 책이 전해주고자 했던 이야기를 십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덮을 때 쯤엔 모험을 떠나고 싶을 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자라서 여기 나오는 탐험가들처럼 탐험을 떠나...
다윈처럼 기록을 남길지도 모르겠다.
기대가 된다.
"오늘 나는 마치 장님이 눈을 뜬 것처럼 매우 영광스러운 날을 보냈다"
(다윈의 탐험 일기 중에서)
글작가님과 그림작가님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책 중에
[아무도 지나가지 마!](그림책공작소)가 있다.
거기에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팠던 장군이 나오는데,
여차 여차 하여 이야기가 끝날 때 이런 말을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구란 말이냐?"
<지구 밖의 탐험가>를 다 읽고 덮으면서 바로 이 말이 머릿속을 맴맴 돈다.
과연 이 탐험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