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것들의 시선에서
이꽃님 지음 / 이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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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고, 뭉클했다. 최근에 나온 이꽃님 작가의 거의 모든 책을 읽었는데, 몇 손가락 안에 꼽힐 만했다. 내게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으나, 위태로워 보이는 분께 선물했고.. ‘덕분에 좋은 책으로 위로 받았어요. 많이.‘ 라고 감동 받아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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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 윌리엄과 호랑이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78
샤를로트 르메르 지음, 이정주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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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단에 뽑혀 책을 제공받았으나, 즐겁게 읽고 솔직하게 썼어요*


『탐험가 윌리엄과 호랑이』, 샤를로트 르에르 글, 그림.


『탐험가 윌리엄과 호랑이』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간 사람이 낯선 존재를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그림책이다.


탐험을 떠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튼튼한 배일까, 든든한 식량일까,

아니면 낯선 곳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는 지도일까.


샤를로트 르에르의 『탐험가 윌리엄과 호랑이』에서 윌리엄이 가장 먼저 챙긴 것은 망원경이다.

그는 망원경으로 먼 곳을 살피며 무언가를 발견하지만, 거리 조절에 실패하면서

결국 자신이 발견한 것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호랑이였다.

호랑이는 호랑이 사냥꾼들과 싸우려면 힘을 비축해야 하기 때문에 윌리엄을 잡아먹겠다 하고~.

꼼짝없이 잡아먹힐 위기에 빠진 윌리엄.


요즘 핫한 오디세우스의 모험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강한 적을 물리치는 힘’이 아니다.

매번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자신이 가진 지혜와 기지를 이용해 살아남는 것이다.

이 책의 윌리엄 역시 그렇다.

윌리엄은 힘으로 호랑이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대신 자신이 가진 망원경과 탐험가라는 자신의 능력, '기지'를 이용해 호랑이를 설득한다.


“살려준다면 망원경으로 놀라운 것을 보여주겠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던진 말이지만,

이 약속 때문에 윌리엄은 정말로 ‘놀라운 것’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작은 오디세이가 된다.


윌리엄과 호랑이는 함께 정글을 헤맨다.

윌리엄은 시간이 흐를수록 보여줄 것이 없다는 사실에 점점 불안해지던 찰나

반짝이는 돌을 발견한다.

'이깟 돌멩이~'라고 실망하는 호랑이에게 다시 한번 '기지'를 발휘하여 설득하는 윌리엄.

그 돌들을 정글 곳곳에 흩어놓고 사냥꾼을 기다리자는 것이다.

밤이 되자 돌들은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멀리서 보면 마치 수많은 호랑이의 눈처럼 보였다.

사냥꾼들은 자신들이 호랑이들에게 포위되었다고 생각하고 겁에 질려 달아난다.

이렇게 호랑이와 윌리엄은 위기를 넘긴다

이 장면은 오디세우스의 모험에서 반복되는 ‘힘이 아니라 지혜로 위기를 돌파하는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외눈박이 키클롭스의 동굴에서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아무도 아니다’라는 꾀를 사용했던 것처럼, 윌리엄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돌멩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해 위기를 벗어난다.


탐험가에게 꼭 필요한 것은 특별한 장비나 강한 힘만이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더욱 필요하다.


윌리엄에게 망원경은 처음에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한 도구였지만,

결국 호랑이를 만나고 위기를 해결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매개가 된다.


윌리엄은 처음부터 ‘보는 사람’이었다. 망원경을 들고 먼 곳을 관찰하며 탐험하는 탐험가.

하지만 정글에 들어선 순간 윌리엄이 보게 된 것은 호랑이였고,

호랑이에게서 살아나려고 망원경으로 놀라운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렇게 둘이 헤매다(탐험하다) 발견한 작은 돌멩이는 사냥꾼들에게 '호랑이의 눈'처럼 보이게 된다.

이 책에서 ‘본다’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시선)에 따라 같은 대상도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호랑이와 윌리엄의 관계 변화이다.


처음 만났을 때 호랑이는 윌리엄을 먹잇감으로 바라본다. 윌리엄 역시 호랑이는 두려운 존재였다.

그러나 함께 정글을 헤매고, 위기를 해결하면서 둘 사이에는 어느새 믿음과 고마움이 생긴다.

서로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던 둘이 서로를 돕는 관계로 바뀌는 것이다.


마지막에 호랑이는 윌리엄에게 반짝이는 돌을 선물하고, 윌리엄은 자신의 망원경을 호랑이에게 선물한다.

이 장면은 이야기의 처음과도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윌리엄에게 망원경은 세상을 바라보기 위한 도구였다.

그런데 망원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다가 만난 호랑이를 통해 윌리엄은

오히려 ‘함께 살아가는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반짝이는 돌 역시 처음에는 그저 쓸모없는 돌멩이처럼 보였지만,

윌리엄의 기지에 의해 호랑이를 구하는 중요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탐험’은 단순히 낯선 장소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진짜 탐험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존재를 만나고, 그 존재를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새롭게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망원경을 들고 먼 곳을 바라보던 윌리엄은 호랑이와 함께한 짧은 탐험을 통해 

두려움 속에서도 생각하는 힘, 다른 존재를 믿는 마음, 그리고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된다.

그래서, 윌리엄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이 특별한 정글에서 위대한 탐험을 경험했다고 한 걸테다.


내게도 아니 우리 모두에게도 윌리엄의 '망원경'이 필요해보인다.

더 멀리, 더 많이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소에는 지나치던 것들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기 위해서 말이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뜻밖의 발견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처음에는 어딘가에 있을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망원경을 들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발견은 눈앞의 호랑이와 새로운 관계였다는

가볍고 유쾌한 모험담 속에 ‘발견’과 ‘관계’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낸 이 그림책.

책장을 덮고 나면, 문득 주변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고 싶어진다.

어쩌면 우리가 찾던 놀라운 것은 아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망원경의 초점을 조금만 다르게 맞추면 바로 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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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 공주 ㅣ 우리 설화 그림책 21
박윤규 지음, 박철민 그림 / 봄봄출판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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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뽑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솔직한 마음으로 읽고 썼어요


[버들공주] , 박윤규 글, 박철민 그림, 봄봄




옛날 백제 왕궁에 ‘버들’이라는 이름의 아름답고 용감하고 슬기로웠던 공주가 살았어요.

아홉왕자보다도 뛰어났다는 말이 나올 만큼 총명했던 공주를 백제 사람들은 아끼고 사랑했지요.

하지만 평화로운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강한 고구려가 호시탐탐 백제를 넘보고 있었고,

고구려의 장수왕 첩자 도림이라는 승려가 백제 개로왕에게 접근하고,

개로왕을 바둑에만 빠지게 만들고,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하게끔 꾑니다.

그러는 동안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국력은 쇠하여 지죠.

그 때에 장수왕은 버들공주를 후궁으로 보내지 않으면 백제를 치겠다고 하고,

개로왕이 거절하자, 쳐들어 옵니다.

국력이 약하진 백제는 고구려의 침략에 무너지고, 개로왕은 죽임을 당하게 되구요.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들은 버들공주는 아버지를 그리며 강에 빠져 죽게 됩니다.

버들공주가 죽은 자리에 못보던 물고기가 생겨났고,

마치 버들공주같이 생겨 버들붕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창릉천 일대에 전해진대요.


1. 역사와 전설 사이


1) 역사

[삼국사기] 에 기록된 개로왕(455-475)은 역사적 인물이에요. 백제의 21대 왕이구요,

475년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으로 한성이 함락되고 아차산성에서 죽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요.

백제 한성 시대의 마지막 왕이 된 거죠.


백제의 한성 시대가 끝난 데에는 승려 '도림'이라는 역사적 인물도 있어요.

장수왕의 첩자였던 도림은 개로왕에게 '바둑'이라는 매개로 접근하여 신임을 얻고,

궁궐이 초라하다며 화려하게 짓게 하죠.

그 바람에 국고는 텅텅 비게 되고, 강제 노역에 시달린 백성들의 원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뒤늦게 정신을 차린 개로왕. 고구려가 진짜 쳐들어올 것 같자, 중국의 북위(북조) 황제에게 국서를 보내게 됩니다. '제발 군대를 보내 고구려를 쳐주세요. 그러면 제가 딸을 보내겠습니다.'라고.

이미 고구려와 친하게 지내던 북위(북조) 황제는 그 국서를 장수왕에게 보여줘 버립니다.

국서를 본 장수왕은 분노하고, 3만 대군을 이끌고 백제로 쳐들어옵니다.

국력을 탕진한 백제, 막을 힘이 없었죠. 7일 만에 수도 한성이 함락되고, 도망치던 개로왕은

고구려군에 잡혀 아차산성에서 참수당하는 치욕적인 죽음을 맞이합니다.


[삼국사기]에는 안나오지만, [고구려사략], [신라사초],[일본서기] 등에 개로왕의 가족 관련 행적 일부가 나옵니다.

- 8월, 화덕이 연전연승하여 백제 도성을 포위하니, 개로왕은 오래 지킬 수 없음을 알고 먼저 처자들에게

포위를 뚫고 남쪽으로 도망가게 하였으나, 장군 풍옥이 붙잡아 바쳤다. 장수왕은 개로왕의 처 아오지, 첩 가마지, 문주의 처 오로지, 곤지(개로와 문주의 동생)의 처 자마 등 4명을 취하였다고 기록함. [고구려사략]<장수대제기>

개로왕의 바램과 달리 그렇게 되었고, 이 중 오로지만 탈출하여 훗날 문주왕이 웅진에서 즉위할 때 합류하여 왕비가 됩니다. 백제와 신라가 나제동맹을 체결하였기에, 신라원군이 도우려 왔으나 개로왕은 이미 죽었고, 한강은 함락된 후였다. 문주는 신라원군의 호위 하에 웅진으로 갔고, 그곳에서 왕으로서 다시 백제를 세워나가게 되요.

- 왕(개로왕)과 대후(수마태후),왕자 등이 적의 손에 죽었다. [일본서기] <백제기> 인용

- 개로왕의 처와 첩, 궁인은 공경과 공을 세운 여러 장수에게 하사하여 비첩으로 삼게 하였다. [고구려사략]

- 고구려 장수 재증걸루가 과거 개로왕이 자신의 처와 딸을 범한 일로, 개로왕의 후궁과 딸(공주)를 대상으로 복수했다는 기록이 있다(재증걸루는 한때 백제사람이었으나, 고구려에 망명한 인물)[신라사초]


개로왕의 딸 중 장수왕에게 잡히지 않고, 용케 살아남은 여성이 있으니, 개로왕 후궁 진씨의 소생 보옥공주에요.

- 토양(479년) 11월, 동성왕이 개로왕의 딸 보옥을 신라 아진종의 처로 삼았다.

보옥의 어머니 진씨는 장수집안이다. ~ 보옥은 키가 크고 예쁘며 정숙하고 엄하지만 큰 도랑이 있어 나라 사람이 그녀를 좋아하였다. [신라사초] <소지명왕기> 기록.


신라 아진종과 혼인한 보옥공주는 태종을 낳는데, 이 태종이 신라 지증왕 시기 우산국(울릉도)을 정벌한 이사부의 또다른 이름이라네요.

우리가 잘아는 독도는 우리땅 가사에 나오는

'신라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독도는 우리땅~' 할 때의 바로 그 이사부에요. 재밌지요~


2) 역사가 아닌 이야기


역사 기록 어디에도 개로왕에게 ‘버들’이라는 딸이 있었다는 기록은 없네요.

그렇다면 버들공주는 누구일까요?

버들공주는 역사적 사실로 확인되는 인물이 아니라,

현재 고양시 창릉천 일대에 전해 내려오는 버들붕어 설화 속 인물이에요.

이 설화에 백제의 역사적 사건을 입혀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듯 보입니다.


개로왕에게 아홉 왕자가 있었다는 것도,

버들공주라는 고명딸이 있었다는 것도 앞서 살펴본 바대로라면 사실이 아니네요.

개로왕의 아들이라고 나오는 문주 태자도

[일본서기] 기록에 의하면 개로, 문주, 곤지 이 셋이 모두 한 형제라고 하니,

사실이 아닌 모양입니다.


버들공주 설명에서, 나리꽃처럼 예쁘고, 날래고 용감하고 슬기롭기도 으뜸이고,

무술마저 어느 장수 못지 않았다~ 고 되어있는데,

이 설명은 이미 살펴본 바대로 [신라사초] <소지명왕기> '보옥공주' 설명과 유사해 보입니다.

버들공주가 정말 보옥공주일까요?



[버들공주] 그림책에 따르면,

개로왕이 고명딸 버들공주를 아주 어여삐 여겼다고 하고,

승려 도림의 꾐에 빠져 있던 개로왕의 정신을 차리게 한 인물도 다름아닌 버들공주고,

백제를 지키겠다며 고구려의 후궁을 자처하는 인물도 버들공주고(개로왕이 만류함),

고구려가 쳐들어올 길목을 지키어 싸우겠다고 하는 인물도 버들공주입니다.

그녀는 갑옷을 입고 칼을 차고 한강 건너 달을성현(현 고양시) 의 성주가 되어 고구려와 싸우려 했어요.

아차산에서 참수당한 개로왕 시체는 한강에 버려졌고, 이 소식을 들은 버들공주는

적의 노리개가 되느니, 차라리 물고기가 되어 아버지를 모시겠다며 물속으로 뛰어들어요.

몇년 후, 한강 줄기인 달을성현 창릉천 강가에서는

조그맣고 갑옷입은 무사처럼 야무지게 생긴 물고기가 보이게 되고,

사람들은 그 예쁜 물고기를 '버들공주'가 변해서 된 물고기라고 '버들붕어'라고 불렀대요.



2. 역사, 기억이 되다.


[삼국사기] 속 개로왕에게는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 왕, 바둑에 빠지고 도림의 계략에 빠져

수도 한성이 함락되게 했다는 간단한 기록이 전부지만,

[버들공주] 그림책에서는 한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중심축으로 세우고 있어요.

나라가 무너지는 이야기이면서, 나라 그 자체였던 아버지를 잃는 한 딸의 이야기로 만들고 있는 거죠.


버들공주는 위기에 놓인 채 누군가에게 구해지기를 기다리는 나약한 공주가 아니에요.

갑옷을 입고 칼을 차고, 고구려군이 쳐들어올 길목을 지키죠. (개로왕이 왕자는 피신시키는 것과 대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선택합니다.

그녀는 왕의 딸이면서 동시에 전쟁을 온몸으로 맞서는 백제를 대표하는 사람이 됩니다.

마치 백제에서는 공주도 이 정도로 할 수 있고, 이 정도 기개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아요.

위태로운 백제일지라도 지키려고 몸부림치는 누군가가 있었다고.


개로왕이 장수왕의 손에 죽고, 장수왕의 후궁이 될 처지에 놓인 버들공주는

또 한번 스스로 선택하죠. 아버지를 따라 물속으로 뛰어들기로 말이죠.

설화는 이 죽음으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고, 이어갑니다.

버들공주가 사라진 자리에 나타난 물고기로.


백제와 고구려가 맞서는 공간이었으며, 백제의 마지막 ‘한강’시대가 된 그 ‘강’이

버들공주의 죽음으로 새로운 존재(버들붕어)로서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죠.

사람의 역사가 끝난 자리에서 기억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전쟁이 끝나고, 한강 유역에서 백제의 왕궁이 사라지고 개로왕, 버들공주 등은 사라졌지만

입에서 입으로 물고기 설화가 되어 다시 살아나 그렇게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 그림책이 아니라, 기억의 그림책에 가까워요.

‘사람들이 지나간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는가’를 생각하게 해주니까요.


역사는 큰 사건을 기록해요.

개로왕이 죽고, 성이 무너지고, 백제의 수도가 옮겨지고....


하지만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는 것은 때때로 그런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그날 누군가 흘렸던 눈물, 누군가를 끝까지 기다렸던 마음, 다시 만나고 싶었던 간절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라가 무너지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가족을 생각했을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했을 거에요.

누군가를 잊지 않기 위해 물속에서 살아남은 작은 기억처럼.

사람들은 버들붕어를 보면서 백제 공주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지금은 흔적도 없는 백제의 마지막 한강 시절의 기억을 덧입혔어요.

오래오래 기억되도록.

어쩌면 그것이 설화가 우리에게 남겨주는 가장 따뜻한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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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어린이 찾기 - 김소영 그림책 에세이
김소영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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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는 언니가 쓴 글을 읽고는 곧바로 온라인중고서점에서 몇 권의 책을 구입했다.

처음 본 책도 있었고, 내용만 쓰윽 보고는 덮은 책도 있었다.

이런 책을 어떻게 몰랐지?? 그 땐 나에게 왜 이렇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제목만 봐서는, 내용을 쓰윽 봐서는

보물을 눈앞에 두고도 몰라볼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언니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고, 영업(?) 능력도 장난아니며

내 귀는 팔랑 귀고, 손은 그 보다 더 가벼워서

글을 읽으면서도 책을 주문하고 있긴 하다. ^^;;;

단언컨대, 이 책을 읽는 당신

분명 이 책 속에 나오는 그림책을 찾아보게 될 것이다.

혹자는 도서관에서 찾아볼 것이고, 혹자는 중고로라도 구입하리라.

(알라딘에서 세심하게도 이 책 수록된 50권을 묶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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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의 [숨은 어린이 찾기] 책은

들어가는 말부터가 무릎을 딱하고 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박물관 수장고에 보물이 너무 많다고 그 일부를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캬~~ 그래 이거지,

지금 내게 있는 그림책들 모두

한권 한권 너무 좋아서, 보물같아서 사고 모았던 책이 아니던가.

이 보물들을 어찌 버릴 수 있으리~~~

그림책은 한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질릴 수가 없다는 말.

어린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그림책을 읽는다는 말.

완전 공감하게 되는 말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그림책 속 일상과 삶>, <오직 그림책만 할 수 있는 일>, <그림책을 읽는 어른의 의무>,

<배우는 아이>라는 주제로 50권의 그림책에 대해 쓴 글의 묶음이다.


자! 이제 그림책 속에서 숨은 어린이를 찾을 시간이다.

[전학가는 날] 속에서는 전학을 자주 다닌 어린 시절의 나와

지역을 옮기면서 전학을 경험한 어린 시절의 우리 아이들을 찾았고..

[오리는 책만 보고] 속 오리는 한동안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었다.

그 오리를 보노라면, 책에 빠져살던 어린 시절의 나와 만나게 되고.


"궁지에 몰린 어린이일수록 눈에 띄지 않는다. 그들을 찾아내고 도우려면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하고

그 중 한 방법이 그림책을 읽는 것이다."

헉~ 맞네 맞아.

그림책 뿐 아니라, 요즘은 동화에도, 청소년소설('비스킷' '왝왝이~' 같은)에도

궁지에 몰린 아이를 찾는 내용들이 나왔던 것 같다.

눈에 띄지 않고, 존재감이 사라져가는 어린이들이

그림책의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많이 많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그 속에 숨은 어린이를 찾고 있는데,

나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 시절의 나 (어린이)를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서두에 이야기한 언니처럼

김소영 작가도 내 가벼운 손을 부지런하게 한다.

벌써 몇 권을 장바구니에 담았는 지 모르겠다.

이러다 50권을 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모습도 있을 지 모르지만,

어린 시절의 나를 그림책 속에서 찾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바로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서평단 뽑혀, 출판사로부터 책제공받았으나,

감사하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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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펄로 키드 ㅣ 미래그림책 200
라스칼 지음, 루이 조스 그림, 밀루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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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펄로 키드], 라스칼 글, 루이 조스 그림, 밀루 옮김, 미래아이


[버펄로 키드] 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은

[마법의 시간여행] 의 ‘버펄로와 아메리칸 인디언’ 편이었어요.

그 책에서 메리 폽 어즈번 은 버펄로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대평원에서 살아가던 인디언 라코타족 사람들의 삶 그 자체였음을 보여줬지요.

버펄로는 먹을거리와 옷, 집의 재료가 되었고, 사람들은 필요한 만큼만 얻으며 자연과 함께 살아갔습니다.

그래서 버펄로의 멸종은 단지 한 종의 동물이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던 문화와 삶의 방식이 무너지는 일이기도 했지요.



미국 동전 중에

5센트 동전과 1/4 달러 동전(NORTH DAKOTA) 중에 버펄로가 등장합니다.

그 만큼 미국에서는 버펄로를 중요하게 기억하고자 하는 의미겠지요.



마지막 나무가 쓰러지고

마지막 강이 오염되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히면

사람들은 그제야 알게 될 거야.

돈은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시팅 불



뒷표지에 적힌 시팅 불의 글. 

실제 북미 원주민 추장이었던 시팅 불(Sitting Bull)이 그 말을 했다던

역사적 기록이 분명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이 말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 즉 환경파괴와 인간의 탐욕, 인간 문명의 착각을 비판하고 경고하는 문장으로

자주 인용되고 있어요. 그렇다는 건 이 책도 그런 내용이라는 거겠죠.



선택, 당신이 해야만 하는 일은 뭔가요? 그 일을 하고 있나요?



이 책은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져 가는 생명들과, 그것을 지키려는 한 사람의 선택에 대해,

그 선택을 하게 된 아주 특별한 계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884년, 자연사 박물관의 박제사였던 스무 살 청년 잭 본햄은

박물관의 요청으로 박제할 버펄로 가죽을 구하기 위해 캔자스 대평원으로 향해요.

하지만 그곳에서 잭이 마주한 것은 살아 있는 버펄로가 아니라 끝없이 쌓여 있는 버펄로의 뼈였지 뭡니까.

한때 미국 대평원을 가득 메웠던 버펄로는 인간의 무분별한 사냥 때문에 거의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세상은 앞만 보며 달려갔고, 지나간 것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라는 책 속 문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당시 시대의 모습이면서 동시에 오늘날 우리의 모습처럼 느껴져 더욱 마음에 남았지요.


잭 본햄이 캔자스 대평원에 도착해 마주한 수많은 버펄로의 뼈는 단순한 죽음의 흔적이 아니었어요.

그것은 인간의 욕심이 자연과 원주민의 삶까지 파괴한 결과였던 거죠.

한때 대평원을 가득 메웠던 버펄로가 인간의 무분별한 사냥으로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고, 발전만을 향해 달려가던 시대의 잔인함도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원주민 아노키와 잭의 만남이었는데,

너무 짧게 처리되어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원주민 아노키의 존재는 마법의 시간여행 에서 보았던 라코타족 사람들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도 했지요.


잭은 아노키를 통해, 아노키가 알려준 곳에서 만난 버펄로의 눈빛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게 되고, 결국 버펄로를 지키는 길을 선택합니다.

아노키가 잭에게 “해야 할 일을 알았다면 그대로 하라”고 말하는 장면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잭이 자신의 선택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용기를 준 말이었대요.


아노키는 잭과의 만남에서 ‘버펄로 키드’라는 이름을 주는데, 생명을 아끼고 보호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대요.

이 책에서 '이름' 은 소망이고, 해야할 일이고, 관계이고, 삶이 된 것 같습니다.

잭은 '버펄로 키드'라는 이름을 받고 삶이 완전히 뒤바뀌었고,

잭이 버펄로들에게 이름을 붙여 주고 서로 가까워지는 모습에서는 단순한 보호를 넘어 진짜 교감이 느껴지니까요.


박제를 위한 임무로 시작된 여정, 박제로라도 버펄로의 모습을 남기고자 했던 잭은

결국 버펄로의 생명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그러한 삶을 살았습니다.

잭은 버펄로 무리를 안전한 곳으로 이끌며 함께 긴 여정을 떠나게 되었고,

힘든 길이었지만, 스스로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 감당하는 고생이었기에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해야할 일을 할 때,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ㅜㅜ

그래도 행복했다니...다행이지 않을 수 없네요.


두 책을 함께 읽고 나니, 버펄로의 멸종은 단순히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오늘날 현재진행형인 환경 문제와도 이어지는 이야기인 듯 했습니다.

인간의 편리와 욕심 때문에 사라져 가는 생명들이 지금도 많기 때문에.


[버펄로 키드] 는

자연 보호에 대한 책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들고,

자연을 잃어버린 뒤에야 후회하는 인간의 모습과, 그럼에도 늦지 않게 행동하려는 한 사람의 용기를 함께 보여주고,

한 사람이 올바른 선택을 했을 때 세상을 조금은 바꿀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전해주는 그림책이라고 느꼈다.

환경 보호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결국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인

이 책은 어린 독자들에게는 생명의 소중함을, 어른들에게는 우리가 지나치며 잃어버린 것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깊은 울림의 그림책이었어요. 꼭 한번 읽어보시길~


#제이그림책 포럼 서평단에 뽑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구요,

솔직한 감상을 남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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