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왕궁에 사랑스런 공주님이 태어나고, 왕과 왕비님은 공주의 세례식에 요정들을 초대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요정이 가져다준다고 믿었거든요. 해서, 공주님께 좋은 일을 가져다 주십사하는 의미에서
7명의 요정을 초대하게 된 거죠. 그런데, 초대받지 못한 늙은 요정 1명이 찾아와 심술을 부립니다.
50년쯤 전부터 탑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고 있어서 죽었거나 마법에 걸렸다고 생각했던 그 늙은 요정은 초대받지 못했다고
화가 나서 공주에게 저주를 퍼붓습니다. 물레에 찔러 죽게 될거라구요.
초대받은 막내 요정에 의해 죽음의 저주는 100년간 잠자는 걸로 바뀌게 되고, 왕자가 와서 잠을 깨우게 될 것이라고 하지요./
저는 초대받지 못해 화를 내고, 저주를 퍼붓는 늙은 요정이 이 책의 두억시니랑 많이 비슷하다 싶네요.
책을 서평 쓰느라 여러 번 보다보니, 두억시니에게 애정이 막막 가면서,
변질된 두억시니 말고, 원래의 두억이 설화에 나오는 상서로운 괴물로 설정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훌륭한 괴물들 초대받을 때 두억시니도 초대를 받았을 것이고,
임진왜란이나 나쁜 녀석들이 쳐들어왔을 때, 용감히 싸우지 않았을까...두억시니도 궁궐에 있었다면, 경복궁이 그리 험한 세월을 보내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을까...
에니메이션을 전공한 무돌 작가님은 어둑시니, 꿈벌레, 불귀신을 그리는 데 자신의 전공을 십분 활용하신 듯 보입니다 ^^
사람을 놀래키고, 나쁜 꿈을 보게 하고, 불을 지르는 모습을 아주 재밌게 표현하셨어요.
무돌 작가님 그림이 재밌기도 하고 만화같아서 저도 살짝 따라 그려봤는데, 허걱~ 직접 그려보니 쉽지 않아 작가님의 노고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궁궐에 있는 괴물들이 단순히 무시무시하게 그려지기 보다는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은 궁궐의 석상들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옛 장인들의 그것과 통하는 작업인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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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하다가 정작 책 내용을 놓칠까 싶어... 먼저 대강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궁궐에 초대받지 못한 두억시니는 심술이 잔뜩 나서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못을 들고, 어둑시니와 꿈벌레, 불귀신과 함께 궁궐로 향합니다. 궁궐을 망쳐버릴 속셈으로요.
두억시니와 어둑시니, 꿈벌레, 불귀신이 궁궐에서 첫번 째 당도한 곳은 광화문입니다. 거기엔 정의로운 괴물 해치가 버티고 있어요.
표지에서 봤던 목에 방울 달고 있는 파란 괴물이 바로 해치입니다.
두번 째는 영제교에요. 이곳에서는 천록을 만나죠.
세번 째는 근정전 앞 마당이랑 월대에요. 사자 가족을 만나요.
이곳에서 기고만장하여 몸짓이 커지던 어둑시니가 특히 혼쭐이 나네요.
네번 째는 꽃담이 예쁜 곳, 굴뚝이 예술인 곳...자경전으로 갔나 봅니다.
자경전에서는 불가사리가 나타나 꿈벌레와 불귀신을 해치우고, 두억시니의 쇠붙이 공격에도 끄덕없네요.
간신히 불가사리의 불길을 피해 달아난 두억시니는 드넓은 연못과 경회루에 다다랐어요. 혼자 남으니 커다란 궁궐이 좀 두려워졌다네요~
근정전에 준비해간 못을 박고는 돌아가야겠다는 두억시니의 말을 들은
경회루 위의 잡상들이 콧웃음을 칩니다. 근정전의 사방신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가만있지 않을 거라면서요.
잡상들의 말을 들은 두억시니는 겁이 났지만, 한편으로 잡상들에게 화도 났대요.
사실 놀림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그럴 것 같아서 두억시니의 행동이 이해되기도 해요.
암튼 근정전에 못을 못박는다면 잡상들이라도 혼내주려고 하지요.
이때, 물보라를 일으키며 용이 나타납니다. 우와~~~ 역~~~시 !!!!!
괴물들 중에 으뜸은 용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네요.
용이 나타나서 두억시니를 혼내주었을까요?
두억시니는 어찌 되었을지 궁금하시면 꼭 책을 보시길 바래요~^^
책말미에서는 괴물들에 대한 설명도 나오고,
책에서 나온 경복궁 궁궐에 사는 괴물들을 어디가면 볼 수 있는 지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해주고 계시니~ 아이들과 이 책 들고, 경복궁 가서 두억시니가 다녔던 길로 함께 걸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