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뽑는 날 그림책은 내 친구 80
홍당무 지음 / 논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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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뽑는 날], 홍당무, 논장, 2025.


홍당무 작가를 이 책을 통해 첨 알게 되었다.

작가의 전작을 찾아보았는데, 전작 중에는 [별로 안자랐네]가 흥미로웠다.

방울토마토를 키우는 할머니의 이야기로,

작가는 무언가를 키운다는 것은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별로 안 자랐네]가 방울토마토였다면,

이번 [파 뽑는 날]은 파 농사를 지으신(아직도 짓고 계신지는 모름)

부모님을 도왔던 기억으로 만든 책이다.



밭일이 그러하듯, 파 뽑는 일은 아침 일찍 시작되었다.

새가 울고, 안개가 피어 오르는 이른 아침,

오늘이 지나면 파꽃이 펴서 추수한 들 팔 수 없게 되기에 서둘러야 한다.

그렇기에 가족 모두의 힘을 합쳐야 한다.

어린아이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만큼.



파를 수확하는 일은 단순하다.

잡아서

뽑고

털어 놓고는

여러 개를 묶어 묶음을 만들어야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웃으며 시작된 일.

(봄에 파송한 파는 7~8월에 수확한다고 하니, 한여름인 듯 하다.)

무한 반복되는 단순 작업은 지치게 할 법도 하다.



함께 일을 하고,

함께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함께 일을 하는데,

옆 밭 주인 아저씨(당근농사)가 와서 함께 마무리작업을 돕는다.

농사는 서로 도와야만 가능하다.



원색에 색감이 신선하게 다가오면서

꽉, 쏙, 탁...을 반복하는 것에서

밤코 작가의 [모모모모모] 피뽑피뽑피뽑...같은 부분도 생각났다.



농사짓느라 얼마나 햇볕에 그을리셨으면 아빠의 피부표현을 저리했을까

첨엔 살짝 괴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여자분이 '엄마'인줄 몰라볼 뻔 했다.

아빠와 딸, 아들인줄 ^^



책에서 가족들의 표정이 어찌 저럴까 싶을 정도로

환해서 기분 좋았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도

열심히 할 때도

점심을 먹으면서도

잠시 쉴 때도

새참을 먹을 떄도

서로 도와 일을 할 때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들이 모두 웃고 있다.

함께 해서 그랬겠지 싶다.



작가에게 있어 그 하루는

가족의 일원으로 가족의 일터에서

당당하게 함께 일한 날로 기억된다 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부모님의 사랑을 직접 보고

몸으로 체험한 소중한 날로 말이다.

책 맨 뒷 부분에

[작가의 말] 중 이 말이 오랫동안 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빠는 기억을 중요하게 생각하셔. 기억해주는 것 이게 사랑이래"


작가의 기억은

결국 가족에 대한 사랑이고,

그 사랑이 이 책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인 내게도 그 사랑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농경 사회 때는 가족 모두 같은 일을 했었다.

아버지가 하는 일을 아들도 하고,

어머니가 일을 하면 딸도 함께 일했다.

그 노동으로 가족은 가족 공동체가 될 수 있었다.

사랑과 보살핌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 동역하는 존재.


그런데, 요즘은 '캥거루족' 같은 신조어로 불리는 청년들이 즐비하다.

성경에 일하지 않은 자는 먹지도 말라했는데,

요즘 청년 세대들은 가족 공동체로서 '함께' 일하지 않는다.


내 부모 세대는 정말로 열심히 일했다.

자연스레 우리 세대도 그래야 하는 줄 알고 열심히 일했다.

본을 받았다면 본 받은 걸 테다.

근데, 아이들 세대는 왜 다르게 살고자 하는 걸까?


꼰대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노동의 가치가 살아나야 가족 공동체도 바로 세워질 것 같다.

가족 공동체가 바로 세워져야 사회도 바로 세워질 것이기에.


#제이포럼 서평단에 뽑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공들여 보고 또 보고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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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의 조금 용감한 하루 작은 곰자리 84
마야 다츠카와 지음, 장미란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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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의 조금 용감한 하루], 마야 다츠카와 글 그림, 책읽는곰


두더지에게 땅 위에 사는 토끼의 파티 초대장이 배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어요.

근데, 초대장에 덧붙여진 추신 내용을 읽어 보니, 그간 초대를 수락한 적이 많지 않았나 봅니다.

더이상 거절하기 어렵다 생각된 두더지는 토끼가 좋아하는 슈크림을 만들어서 가게 되요.




'이번엔 열심히 어울려 봐야지'

'그러면 더는 나더러 부끄럼쟁이라고 하지 않을 거야' 다짐하는 두더지를 보니

그동안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런 모습으로 인해 

부끄럼쟁이라는 소릴 들었던 모양이에요.


누구에게도 폐 끼치고 싶지 않은 두더지.

잠든 뱀을 깨우지 않고 토끼집을 찾아가면서도

친구들과 말을 건네고 어울릴 생각을 하니 자신감이 뚝~ 떨어지고 맙니다. 

이를 우째요~ ㅜㅜ




용기를 내야 하는 것도 알겠고,
좀 달라져야겠는 것도 알겠는데...
나오지 말고 그냥 집에 있을 걸 싶은 생각이 두더지를 엄습해 옵니다.

어찌 어찌 토끼집에 도착한 두더지는 
'꿀꺽' 저절로 침이 삼켜지죠.
근데, 어디서 '꿀꺽'하는 소리가 또 들려요.

오긴 왔는데,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자신이 없던 그 때,
'저기'...'들어갈거야' 하는 스컹크의 소리가 들려요.

두더지와 스컹크
이 둘은 토끼집에 들어갔을까요?

두더지의 입장에서 글이 전개 되다 보니, 놓친 부분들이 많은 듯 하여
처음부터 찬찬히 그림 위주로 다시 봤어요.
그랬더니, 숨어있는 스컹크의 이야기가 읽혀지고,
토끼한테 초대받은 다른 동물들의 이야기도 볼 수 있어 좋네요.

무엇보다도 땅 속의 배경지를 악보로 그린 것이 참 좋게 다가왔어요.
(이 악보 때문에 [Mole Music]이 생각나면서, 이 악보들이 혹 그 책에 나오는 'simple gifts'일까 싶기도 했고, king, song, glory같은 가사도 보이는 걸로 봐선 특정 유명곡보다는 공용으로 쓰이는 옛날 찬송가 악보 이미지를 스캔해서 배경무늬처럼 깔아둔 게 아닐까 싶었어요)


내향적이고, 소심하고, 부끄럼쟁이 두더지와 스컹크가 사는 땅 속이지만

악보들로 가득차니, 즐겁게 느껴집니다.

땅 위의 토끼네도 파티로 인해 흥겁겠지만,

땅 속의 공간에서도 잔잔한 음악이 흐르며 신날 것 같달까요.


스컹크가 준비한 꽃다발 포장지도 악보고..

분명 이유가 있으실텐데 추측을 해보자면,

작가는 땅 위나 땅 아래나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이거나

즐거울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원서 제목처럼 두더지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어서, 행복해 보여서

마지막 장면에서 계속 눈이 머무네요.

뭐 그렇다고 혼자인 두더지가 막 슬퍼 보이고 그러진 않았지만 말이죠.^^


부끄럼쟁이, 소심한 두더지, 스컹크 같은 울 아이들..

사실은 감정과 상황에 민감할 뿐,

뱀이 자고 있는 것을 깨우지 않으려는 것처럼 타인을 배려하는 성향을 지닌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토끼의 마음도 참 예쁘게 느껴졌어요.

두더지가 혼자 있는 것 보다는 친구와 함께 있기를 바라서 파티에 초대하고,
스컹크와 친해져 더 이상 혼자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정말이지
찐 마음처럼 느껴졌답니다.

간만에 좋은 책을 접했네요.
주위에 엄마들에게 이 책 열심히 권해야겠어요.



#제이포럼 서평단에 뽑혀 출판사로부터 책 제공받았지만,

좋은 책 너무 감사했다고 인사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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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앙! 내 동생은 울보 미래그림책 197
미야니시 타츠야 지음, 김수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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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 제공받았지만, 제가 넘 궁금하여 서평단 모집에 손 들었고 감사하게 읽고 솔직하게 씁니다.



[내 동생은 울보] 미야니시 다쓰야 글, 그림 / 미래아이



[신기한 사탕가게], [고 녀석 맛있겠다]로 엄청 유명한 미야니시 다쓰야 작가의 이 책,

첨 표지를 보자마자, 앗! 이 남매 익숙한데...싶었어요.






제이님들이 보시기에도 [내가 오줌을 누면(2018)]에 나오는 그 남매 맞는 것 같죠^^

책의 면지가 노랑색인 거 보니, 흐흐흐 이어지는 이야긴 모양이에요.

시리즈로 내실 건가 봐요^^ 저는 두발, 두팔 들어 환영입니다!

요 책의 내용은 이래요.





오빠가 뭐라고 하면 여동생이 그대로 따라하는 거죠. 흉내쟁이처럼.

흉내를 내도 이런 걸 흉내내면 아휴~ 엄마로서 땡큐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이렇게 오빠 흉내쟁이 여동생은 이번 책에서 뭐든지 함께 하고픈 아이로 나옵니다.



가령 오빠가 친구 다카시네를 갈라치면 자기도 데려가달라고 하죠.

오빠랑 함께 하고싶으니까 말이에요.

그럼 오빠는 단호하게 "안 돼!"라고 합니다.


흠...근데, 이 "안 돼!"는 

여동생의 울음보를 터트리게 하는 트리거(장치)가 되고 맙니다.


여동생이 울어버리면 맘 약하고, 동생을 사랑하는 이 오빠는

결국 동생을 친구네 데리고 가죠.

뭐, 한두번 있었던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매번? ^^



내용은 거의 같은 패턴으로 이어져요.

오빠가 뭔가를 하려하고, 동생은 같이 하겠다고 하고,

오빠는 안된다고 하고, 동생은 울어버리고,

결국 오빠는 동생과 함께 그 뭔가를 하게 된다는.



비슷비슷한 패턴을 쭈욱 보다가 '어~? 우와~~~~~~' 싶은 장면이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이층 침대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자려고 누운 남매.

여동생이 묻죠.

"오빠, 오늘부터 내가 이 층에서 잘래"

물론 오빠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안 돼!"


그다음은 어찌 되었을까요?

당연히 동생은 울음을 터트렸을거고, 이층에서 자게 되었을까요?


저는 여기서 오빠가 자리를 바꿔줄거라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아유~ 사랑스럽게스리~ 저리 이쁘게 같이 자네요^^

멘트도 사랑스럽습니다.

"그래서 늘 이 모양이다"

이렇게 자는 것도 한 두번이 아닌 모양입니다. ㅎㅎ



이 오빠 진짜 거절은 못하는 걸까요???

아니요~ 진짜로 단호하게 거절을 하긴 해요~ 그 이후는...60초 후가 아니라,

책으로 확인 부탁드립니다.



작가의 모든 책이 그렇지만 쨍한 색감으로 아이들 시선을 확~ 끌구요,

반복되는 말로 인해 읽어주고, 듣는 느낌도 좋아요.

나중엔 오빠의 대사 "안 돼!" 를 막막 따라하게 되거든요~^^



간결한 그림의 간결한 내용의 책이지만,

저를 옛추억 속으로 데려다 주기도 하고, 동생에게 막막 전화하고 싶게 하고

그러네요.



[내가 오줌을 누면]을 좋아하셨던 독자라면,

뭐...전작을 모르는 독자라도

이 사랑스러운 남매이야기 [으아앙! 내 동생은 울보] 꼭 읽어보시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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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전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57
이소영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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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글이 엄청 많은 책일 줄 알았는데, 흠...

글 없는 그림책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글이 얼마 없다.

이야기는 드라마 <도깨비> 마냥 "날이 참 좋은 오후입니다"로 시작한다.


날이 참 좋은 오후, 물가

배고프고, 졸린 갈매기들이 학익진 모양으로 다가 줄지어 있다.

물가 공원을 찾은 많은 사람들 중 아빠 손을 잡고 온 한 아이는

물가 오리들에게 빵조각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꼬마 갈매기 하나가 아이에게로 다가가고

아이는 꼬마 갈매기에게도 빵조각을 던져주는 데....

그 때부터 놀라운 일들이 펼쳐진다.


빵 한 조각을 둘러싼 갈매기들의 싸움.

물가 공원에 있던 사람들도 이젠 모두들 갈매기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꼬마 갈매기를 응원하기에 한마음이 된다.

"놓치마! 힘내! 네 거야! 파이팅!"

빵 조각 하나 때문에 꼬마 갈매기에게 조차 인정사정없이 달려드는 큰 갈매기들.

갈매기들의 신기한 행동에서 허걱한 상황까지 보게 되자,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저마다 여러 생각에 빠지게 된다.


   '겨우 빵 한 조각 때문에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너무 잔인하고 저건 아니지....

    불쌍한데 뭐 나눠줄게 없나?'


사람들은 갈매기들의 행동에 인간적인 윤리, 양심의 잣대를 들이대지만,

실상은 인간들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싶다.


모여있던 사람들이 십시일반 나눠준 빵조각 덕분에 배불린 갈매기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나 했는데...

큰 갈매기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꼬마 갈매기???

엥~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앞서 했던 모든 것이 사실은 갈매기들이 짜고 했던 행동이었다고?


여기까지 읽는 데, 너무 몰입했던 것일까??

갈매기들에게 배신감도 느껴지면서

갈매기들이 미워질려고까지 했다. 아~ 이 감정이 뭐지???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전개가 <갈매기전>을 마당놀이극처럼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마당놀이극이나 판소리는 관객도 알면서 펼쳐지는데,

이번 갈매기전은 관객인 사람들이 연극에 동참했음을 알지 못하는 데 차이가 있다.



싸움인 줄 알았는데 짜고한 연극같은 행동이었다고?

작가는 이 <갈매기전>을 카프리스 24번(니콜로 파가니니) 와 함께 감상해 보라면서

큐알코드까지 넣어두었기에,

다 읽어본 후, 음악을 틀어놓고 다시 한번 보았다.

"카프리스 24번"은 1개의 테마와 11개의 변주로 이뤄진 곡인데,

이 유쾌하고 변덕스러운 성격의 바이올린 소곡은

갈매기들의 박진감 넘치는 공중전과 너무 잘 어울린다.


https://youtu.be/xdTWABLty4k

이소영작가가 바랐던 것처럼 

세상의 슬프고, 아프고, 힘든 모든 것이

사실은 한편 놀이였다면 좋겠다. 


세상의 전쟁이 그치고, 반목과 질시가 멈추기를.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서평단 되고, 출판사로부터 책 제공받고, 읽었지만

넘나 재밌게 보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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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조약돌 Dear 그림책
질 바움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정혜경 옮김 / 사계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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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표지에 매혹되었었다.

숲 속 길을 여러 개의 풍선을 들고 달려가는 사람의 모습

어두운 것도 같고, 밝은 것도 같아...묘했다.



처음 책을 펼쳐 읽었을 때, 당황스러웠다

'무슨 이야기이지? 왜 이리 안 들어오지?'

그림이 너무 강렬하여 글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느낌이랄까.

몇 번을 다시 보고, 다시 봐도 마찬가지였다.

해서, 글만 다시 타이핑 하여 보았다. 오롯이 글만.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작가인 질 바움.

질 바움이 쓴 책은 그동안 6권 정도 읽었는데, 모두 이해가 쉬웠었다.

특히 <자전거 타는 날>, <책으로 전쟁을 멈춘 남작>은 너무 좋아서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이 없이, 질 바움의 글만 떼어 읽으니

그림책이 아니라, 단편 소설을 읽은 느낌이었다.

호수도, 강도, 개울도 없는, 흐르는 물이 없는 마을.

그나마 있는 물은

늪, 못처럼 깊은 구덩이에 고여 있거나 진흙에 엉겨 있거나 진창 속에 잠들어 있는 마을.

못이 움직이지 않는 식인귀처럼 모든 걸 집어삼킨 마을.

깊은 권태가 전염병처럼 퍼져 말조차 가라앉은 마을.

어른들은 모두 기쁨의 환호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자란 마을.


그런 곳, 그런 마을이 있었다.


마을 어른들은 침묵의 벗 삼아, 일만 하며 지내지만,

아이들은 그 와중에도 놀 거리를 찾는 모습이 인상 깊다.



어느 날 밤, 하늘에 불꽃놀이 같은 것들이 펼쳐지고,

마을의 어린 아이들은 그것이 뭔지 알고 싶고, 자기 눈으로 보고 싶어 수면 위로 올라가게 되고,

수면 위에서 웬 낯선 가족을 보게 된다.


허수아비 같은 차림의 수염이 텁수룩한 남자와 지친 여자,

여자의 무릎에 앉은 한 아이를.

침묵의 마을 아이들로서는

자신들과 다른 언어를 쓰고,

웃고, 박수치고, 노래하는 아이에

한번도 본 적 없는 물수제비뜨는 일을 하는 남자가 낯설긴 했어도

그리 개의치 않았다.


물수제비뜨는 남자에 매료되어 계속 더 놀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리라.

손짓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남자가 원하는 조약돌을 찾기 위해 아이들은 힘을 합한다.

줄무늬가 있는, 납작한, 가장 아름다운 조약돌.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조약돌을 남자에게 건넨 아이들.


남자가 조약돌을 따뜻하게 데우고 비밀의 주문을 외우고,

힘껏 날려보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조약돌은 질주했고, 둑에 도착하고서도 들판을 가로질러 끝도 없이 달렸다.

바다를 만나지 못할 바엔 차라리 터져 버리려는 강물처럼 못이 구덩이에서 넘쳐 흘렀다.



이 마을 아이들이 아직 어린 아이일 때,

남자의 가족을 만나고, 마술사같은 남자의 물수제비뜨기를 볼 수 있어

미소를 띄고, 웃게 되어 다행스러웠다.

어릴 때 이런 경험을 한 그들의 이후 삶은 틀림없이 달라질 것이기에.



그리고, 이 책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줄무늬가 있는, 납작한, 가장 아름다운 조약돌이

늘 그 마을에 그들과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절대로' '아무리 평평한 돌을 골라도' 성공하지 못하고 가라앉았지만,

남자는 바로 그 마을 조약돌로 물수제비를 시도했고, 성공했고,

아이들이 찾아준 조약돌로 대미를 장식할 만한 멋진 물수제비뜨기를 해냈다.



<물수제비 잘하는 법>이라는 연극이 있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삶의 파도 앞에서 돌을 던지려 하고,

파도치는 바다를 향해 누가 물수제비를 던지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는 그 파도치는 바다에서 몇 번의 성공을 맛보는 그런 내용이다.



도전해보지 않으면 바로 가라앉을지 성공할 지 모를 물수제비뜨기.

몇번의 실패로, 지레 짐작으로 도전하기를 포기한 이들과

될 때까지 도전해보는 이들 중 어느 편에 속할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한 번의 성공이라도 경험하게 되면 삶은 달라진다.

어둠과 빛처럼 180도 변화한다.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작가는 이 변화 전후를 어둠과 빛으로 그리고 있다.

그녀는 질 바움의 글을 기본으로 하여 마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같다.

남자가 풍선을 가지고 왔다는 글은 없었는데,

남자의 손에 풍선들을 잔뜩 쥐여 주고는

그 풍선들이 불꽃놀이 같기도, 조약돌 같기도 아이들의 웃음 같기도 하게...

희망차게 그리고 있다.


그림 작가는 암울한 시간들이나 빛의 시간들에서도

사람들을 흑백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빛을 더욱 강조하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얼마 전까지 이 책의 마을처럼 암울한 시간들을 보냈다.

물수제비뜨기를 해서, 흐르지 않는 물을 요동치게 하는 것 같은 시간이 오면 좋겠다.

또다시 그 이전의 시간을 경험하고 싶지 않기에.

될 때까지 하다 보면 한번은 성공하리라.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면,

표지에서 풍선을 들고 달려가고 있는 사람은 그러니까...남자 같다.

들판을 지나 숲을 지나

깊은 구덩이에 있던 마을의 물들을 이끌고

바다까지 풍선을 들고 간 남자.



참, 내게는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들이 참 어렵다. 

난해한 현대미술 같이 다가온다.

이 책 앞뒷 면지에서 보여지는 사슴, 토끼, 꽃은 작가의 전작 [잃어버린 영혼]이 생각나게 하는데,

이 책과 함께 [잃어버린 영혼] [잃어버린 얼굴], [바다에서 M] 등을 함께 보면

내가 그랬듯, 이해하는 데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제이그림책포럼 서평단이 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열심히 보고 또 보고 고민하며 작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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