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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의 조금 용감한 하루 ㅣ 작은 곰자리 84
마야 다츠카와 지음, 장미란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7월
평점 :

[두더지의 조금 용감한 하루], 마야 다츠카와 글 그림, 책읽는곰
두더지에게 땅 위에 사는 토끼의 파티 초대장이 배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어요.
근데, 초대장에 덧붙여진 추신 내용을 읽어 보니, 그간 초대를 수락한 적이 많지 않았나 봅니다.
더이상 거절하기 어렵다 생각된 두더지는 토끼가 좋아하는 슈크림을 만들어서 가게 되요.

'이번엔 열심히 어울려 봐야지'
'그러면 더는 나더러 부끄럼쟁이라고 하지 않을 거야' 다짐하는 두더지를 보니
그동안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런 모습으로 인해
부끄럼쟁이라는 소릴 들었던 모양이에요.
누구에게도 폐 끼치고 싶지 않은 두더지.
잠든 뱀을 깨우지 않고 토끼집을 찾아가면서도
친구들과 말을 건네고 어울릴 생각을 하니 자신감이 뚝~ 떨어지고 맙니다.
이를 우째요~ ㅜㅜ

용기를 내야 하는 것도 알겠고,
좀 달라져야겠는 것도 알겠는데...
나오지 말고 그냥 집에 있을 걸 싶은 생각이 두더지를 엄습해 옵니다.
어찌 어찌 토끼집에 도착한 두더지는
'꿀꺽' 저절로 침이 삼켜지죠.
근데, 어디서 '꿀꺽'하는 소리가 또 들려요.
오긴 왔는데,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자신이 없던 그 때,
'저기'...'들어갈거야' 하는 스컹크의 소리가 들려요.
두더지와 스컹크
이 둘은 토끼집에 들어갔을까요?
두더지의 입장에서 글이 전개 되다 보니, 놓친 부분들이 많은 듯 하여
처음부터 찬찬히 그림 위주로 다시 봤어요.
그랬더니, 숨어있는 스컹크의 이야기가 읽혀지고,
토끼한테 초대받은 다른 동물들의 이야기도 볼 수 있어 좋네요.
무엇보다도 땅 속의 배경지를 악보로 그린 것이 참 좋게 다가왔어요.
(이 악보 때문에 [Mole Music]이 생각나면서, 이 악보들이 혹 그 책에 나오는 'simple gifts'일까 싶기도 했고, king, song, glory같은 가사도 보이는 걸로 봐선 특정 유명곡보다는 공용으로 쓰이는 옛날 찬송가 악보 이미지를 스캔해서 배경무늬처럼 깔아둔 게 아닐까 싶었어요)
내향적이고, 소심하고, 부끄럼쟁이 두더지와 스컹크가 사는 땅 속이지만
악보들로 가득차니, 즐겁게 느껴집니다.
땅 위의 토끼네도 파티로 인해 흥겁겠지만,
땅 속의 공간에서도 잔잔한 음악이 흐르며 신날 것 같달까요.
스컹크가 준비한 꽃다발 포장지도 악보고..
분명 이유가 있으실텐데 추측을 해보자면,
작가는 땅 위나 땅 아래나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이거나
즐거울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원서 제목처럼 두더지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어서, 행복해 보여서
마지막 장면에서 계속 눈이 머무네요.
뭐 그렇다고 혼자인 두더지가 막 슬퍼 보이고 그러진 않았지만 말이죠.^^
부끄럼쟁이, 소심한 두더지, 스컹크 같은 울 아이들..
사실은 감정과 상황에 민감할 뿐,
뱀이 자고 있는 것을 깨우지 않으려는 것처럼 타인을 배려하는 성향을 지닌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토끼의 마음도 참 예쁘게 느껴졌어요.
두더지가 혼자 있는 것 보다는 친구와 함께 있기를 바라서 파티에 초대하고,
스컹크와 친해져 더 이상 혼자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정말이지
찐 마음처럼 느껴졌답니다.
간만에 좋은 책을 접했네요.
주위에 엄마들에게 이 책 열심히 권해야겠어요.
#제이포럼 서평단에 뽑혀 출판사로부터 책 제공받았지만,
좋은 책 너무 감사했다고 인사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