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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없는 전쟁 - 두려움도 분노도 없는 AI 전쟁 기계의 등장
최재운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1월
평점 :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인간은 머뭇거리고 망설이며 고민한다. 선택이라는 문제 앞에서 인간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챗GPT에게 질문을 던지면 아무리 긴 문장이라도 삽시간에 읽어 내고, 수초 만에 즉각적인 답을 내놓는다. AI에게 ‘망설임’은 없다.
인간은 때때로 도덕적 판단 앞에서 행동을 멈춘다. 전쟁터에서 적군을 살려두는 이유는 “얼굴을 마주했기 때문에, 아이가 보였기 때문에, 이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것 같아서”처럼 지극히 인간적인 이유로 살상을 멈춘다.
AI는 그런 이유로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은 그 인간성 때문에 잔혹해지기도 한다. 분노와 공포, 복수심, 편견은 판단을 흐리고, 때로 무차별적인 폭력과 학살의 명분이 되어왔다. AI는 감정이 없기에, 증오로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복수로 목표를 선택하지도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AI는 오히려 더 냉정하고, 더 윤리적인 존재일 수도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인간은 기술 혁명과 함께 수많은 전쟁을 치러 왔다. 화약, 철도, 전신, 핵무기까지 기술은 언제나 전쟁의 양상을 바꾸어 왔다. 그러나 20세기까지 전쟁은 여전히 비합리적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선택이었기에 쉽게 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21세기, AI를 기반으로 한 전쟁은 이 문턱을 급격히 낮춘다.
AI는 인간의 ‘무기’를 넘어 전쟁의 ‘행위자’가 되고 있다. 드론은 자율적으로 표적을 식별하고, AI 플랫폼은 전장을 지휘하며, 알고리즘은 공격의 효율성과 허용 가능한 피해를 계산한다. 전쟁은 더 이상 인간의 결단으로만 시작되고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되돌아갈 수 없는 시대의 한가운데에 있다.
AI 기술은 삶 곳곳에 스며들었고, 위험성을 인식한다고 하여 기술의 파장을 피할 수는 없다. 포문을 연 기술은 비가역적이다. 인간만이 싸우는 전쟁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명백해졌다. 그렇기에 단순히 AI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전쟁의 주체·책임·인간성 자체가 어떻게 재정의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AI는 확률을 계산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경로를 제시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전쟁의 규모를 줄이고, 무차별적 살상을 억제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AI는 그 판단의 결과를 살아내지는 않는다.
밤에 악몽을 꾸지 않고, 유가족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며,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죄책감이나 회한, 책임의 무게 앞에 서지 않는다. AI는 인간보다 더 ‘윤리적’일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비윤리적인 존재가 된다. 윤리를 계산할 수는 있지만, 윤리를 짊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AI 그 자체가 아니라, 결정권과 책임을 어디까지 위임할 것인가에 있다. AI에게 판단을 맡기되, 책임은 인간이 끝까지 떠안을 수 있는가. 효율을 선택하되, 그 결과에 대해 도망치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는가. 누가 무엇을 위한 AI를 만들것인가.
이처럼 AI는 인류의 기술적 능력보다 윤리적 성숙도를 먼저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었지만,
인간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이 책을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AI가 전쟁을 얼마나 바꾸었는지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변화 속에서 인간이 무엇을 끝까지 붙들어야 하는지를 자각하는 일이다. AI가 전쟁을 하면 더 정확해질 수는 있다. 어쩌면 더 잔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책임지는 존재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결정의 순간에 인간이 완전히 사라져서는 안 된다.
이 책은 그 마지막 경계선을 우리 앞에 또렷이 그려 보인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전쟁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불확실과 불안이 내재된 세계는 여전히 전쟁을 지뢰처럼 품고 있다. 누구에게나 실제가 될 수 있는 전쟁을 지금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가장 현실적으로 예측하게 하는 탁월한 책이다.
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지금 단 한 권을 추천해야 한다면 이 책을 선택하고 싶다.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란다. AI의 이면과 현재의 상황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최적의 시나리오가 이 안에 담겨 있다. 우리가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붙들어야 할 가치 또한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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