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
김나을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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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정성껏 내린 향 좋은 드립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촉촉하고 폭신한 시나몬롤을 한입 베어 물며 영화 카모메 식당을 다시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한겨울 싸락눈을 맞다 찬 공기를 피해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분위기 좋은 따뜻한 카페를 만나는 장면도 자연스레 떠올랐다.
차를 타고 두 시간쯤 달리면, 나만 알고 싶은 작은 과자점이 마법처럼 나타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경험과 장소들은 분명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에 이름을 올릴 법했다.

책 한 권으로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이 이렇게 늘어날 수 있다니. 새삼 책이라는 존재가 고맙게 느껴지는 시간을, 나는 또 한 번 선물 받았다.
그렇게 오늘, 구워진 행복이 내게 도착했다.

『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 속에는 우리와 꼭 닮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진짜 자신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행복과자점’이라는 작은 카페로 하나둘 모여든다.
그들의 이야기는 부모이자 형제, 친구이자 동료의 얼굴을 하고 있어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겹쳐지고, 깊이 공감하게 된다.

삶은 좀처럼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은 계획에 없던 삶이 오히려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진짜 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행복과자점에는 이미 행복이 준비되어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리기까지 여러 번의 계절과
숱한 망설임을 통과해야 했을 뿐이다.

그 시간이 길수록, 그 자리가 ‘나의 자리’임을 실감하는 순간은 더 단단해진다. 어쩌면 삶이란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우리의 선택을 오래 기다려주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아름다운 이유는 삶 속에서 맺어지는 인연들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우리는 늘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고,
충분히 사랑받고 또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곁에 존재한다.
그 사실 자체가 얼마나 고맙고 아름다운 일인지,
소설 속 인물들은 서로를 보듬는 관계를 통해 가장 따뜻한 형태로 증명해 보인다.

책을 읽다 보니 첫 직장을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매일같이 반복되던 야근 끝에 씻지도 못한 채 잠들던 밤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른 채 알람 소리에 눈을 떴을 때,
아프거나 사고라도 나서 출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나 자신의 불운을 바랄 만큼,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사표를 낼 결심을 하고 회사를 등지고 나오는 길에서 소리 내어 울었다.
무엇이 그토록 억울했는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에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길에 우뚝 서 한참을 울던 내 모습이 소설 속 인물들과 닮아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성장하고 있었다는 걸,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 책은 400페이지가량의 장편소설이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인기 에세이들에는 아름다운 문장이 많지만,
읽고 나서 오래 남는 장면이나 문장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아마 충분한 서사가 빠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조금은 긴 시간을 내어
한 권을 오롯이 읽어내는 경험이 필요하다.
들인 시간만큼 우리에게도 서사로 남기 때문이다.
그러한 삶과 맞닿은 서사가 이 책에는 있다.
오래된 추억처럼, 언젠가의 잊지 못할 기억처럼 떠오를 장면과 문장이 가득하다.

머뭇거리고 오래 고민하는 인물들이
삶에 대한 사랑을 가득 품은 채 향긋한 커피를 앞에 두고
나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다.
그 대화 속에는 그동안 쉽사리 꺼내지 못했던 치열한 과거와,
이제는 정리되어 말할 수 있게 된 마음,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용기가 담겨 있다.

『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일상 그대로, 천천히 오래 따뜻해지는 방식으로
우리의 마음을 데워주는 소설이다.

유난히 마음이 시린 날,
이 책 속 ‘행복과자점’에 잠시 들러
한 조각의 달콤함과 온기를 건네받아도 좋겠다.
고민과 걱정이 무색해지게, 이내 다정한 행복이 나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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