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사라졌다 북멘토 가치동화 75
김정숙 외 지음, 남수현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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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겨울을 담은 푸르고 하얀 표지,
그리고 〈바람이 사라졌다〉라는 제목.
아이의 쓸쓸하고 체념이 묻어나는 표정은 책을 펼치기 전부터 마음을 붙잡는다.
이내 펼쳐진 겨울 풍경 속에서 얼굴에 검은 반점을 지닌 하얀 고양이, 바람이가 등장한다. 바람처럼 날쌔지만 홀쭉한 배를 지닌, 배고프고 안쓰러운 작은 길고양이다.

바람이에게 이름을 지어준 아이 서진이 역시 얼굴 한쪽에 반점이 있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엄마가 없다는 점까지, 둘은 닮아 있다. 이렇게 닮은 두 존재가 자주 향하는 곳은 동네 중앙시장이다. 서진이는 시장길을 오가며 바람이에게 참치캔을 챙겨 주고, 바람이는 그 작은 친절에 하루를 버틴다.

이 책은 네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바람이, 서진이, 주하, 그리고 생선 가게 아줌마. 네 개의 시선은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겹치고 어긋나며,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장면들을 하나씩 드러낸다.

얼굴을 드러내기 어려워 늘 주눅 들어 있는 서진이, 장사는 안 되고 삶은 팍팍한 생선 가게 아줌마, 왕따를 겪었고 동물털 알레르기가 있지만 이제는 친구를 만난 주하까지.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바람이를 걱정하고 챙기지만, 때로는 자신의 삶에 치여 “괜찮겠지” 하며 지나친다.

그리고 그 작은 무심함들이 모여, 모두가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 아침, 바람이는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다. 인물들은 그제야 자신이 했던 선택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바람이에게 전하지 못한 미안함을 고백한다. 하지만 바람이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잠시나마 자신을 바라봐 주었던 따뜻한 시선과 손길을 기억하며 조용히 이야기를 마친다.

이 책은 작은 행동 하나가 생명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초등 중·고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한 동화로, 인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발견하고, 학교와 일상, 길 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 그리고 이름 모를 이웃들까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과장되지 않은 문장과 일상적인 장면들, 그리고 바람이의 짧은 삶은 큰 울음 대신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다정하게 안부를 묻는 일, 그냥 지나치지 않는 마음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에, 아름다운 겨울 그림이 주는 고요함이 잔잔하고 따뜻한 울림을 준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어른들에게도 건네고 싶은 의미 깊은 겨울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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