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동물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전대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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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분들의 총합이 이 책을 이룬다면, 그 수많은 논점 중, 내가 일부만을 이해했음을 먼저 밝힌다.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철학적 훈련과 사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꺼운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읽어나갈 흥미로운 지점은 많다. 그것은 꼭 이해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인간을 “생각하는 존재”로 정의한다. 어떤 릴스 영상에서는 인간만이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길가에 핀 꽃은 그런 질문을 하지 않으니 생각을 내려놓고 그저 살아 있음 자체를 받아들이라는 조언을 전한다. 하지만 나는 그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만이 무엇이 가능하고, 그 외 지구 생물들은 가능하지 않다는 사고는 이분법적인 동시에 전 지구적 합의에 의한 결정이 아니다. 그 생각을 정의 내린 것이 인간뿐이기 때문이다. 무엇도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에 오히려 해답이 가까울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다행인 사실은 이 사실 또한 인간 스스로 안다는 점이다.

이러한 포괄성과 복합성을 인정하는 철학적 사고는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와도 관통한다.

인간은 동물이다.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아는가. 우리가 동물임을 인간 스스로 정의 내렸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동물이다. 그러나 인간은 단순히 동물에 머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인간은 스스로를 동물로 규정하고, 동시에 동물 이상의 무언가(이성,언어,정신)를 덧붙임으로써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정의해 왔다. 이 자기정의의 과정 속에서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자연에 온전히 들어맞지 않는 존재가 된다. 인간은 자연 안에 있으나, 자연을 설명하고 분류하고 해석하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가 좋아하는 분류 작업, 우주, 지구, 자연, 생물, 인간, 동물, 식물을 나누는 수많은 학문들은 그저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도구이지, 그것들이 닿을 수 없는 영역은 훨씬 더 넓다. 인간은 다 알지 못함으로 아는 것에서 멀어진다. 아는 것 이상으로 판단할 수 없고, 모르는 것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기 때문이다.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를 정한 것도, 그 경계를 그은 것도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비판하는 것은 인간이 자연을 설명하려는 시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설명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으로 변질되는 순간이다. 인간이 세운 이분법과 위계는 자연과 다른 생명체의 입장에서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인간 내부의 복잡성을 증폭시키며, 인간이 자연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착각을 강화해 왔다. 가브리엘은 인간을 자연에서 분리된 예외적 존재로 세우는 것도, 인간을 단순한 자연 현상으로 환원하는 것도 모두 거부한다. 인간은 동물이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성찰하고 판단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결국 가장 오래된 철학적 질문 앞에 우리를 다시 세운다.
우리는 누구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가브리엘의 철학이 머무는 곳은 정의가 아니라 태도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완전히 알 수 없다면, 그 알 수 없음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가 제안하는 것은 ‘무지의 윤리’다. 모든 것을 안다고 믿지 않는 겸손,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태도, 그리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자세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도덕적 인식 능력때문에 다른 생물들과 우리가 공유한 환경에 대해 책임이 있다.

우리가 누구이건, 무엇이건 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책에서 언급한 대목 중 한 부분을 옮겨 온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을 인간만으로 한정하지 않고, 인간이 속한 환경과 전 지구적 생명 전체로 확장해 읽을 때 이 문장은 비로소 온전히 의미를 지닌다. 그렇기에 확장된 의미로 수정했다.

“비극이 발생할 개연성을 낮추는 일, 최대한 많은 존재가 존엄하게 살고 죽을 수 있게 만드는 일, 사회적 정의의 원리를 통해 되도록 만인이 서로에게—인간은 물론 지구와 환경,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에게—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각자의 삶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일
― 우리는 이 모든 일을 유의미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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