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쉬는 숨 - 공기, 물, 햇빛이 우리를 아프게 할 때
데브라 헨드릭슨 지음, 노지양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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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쉬는 숨』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기후 위기의 무게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영향이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먼저, 깊게 닿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덱스를 사용했다. 그만큼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붙잡아야 할 문장들이 곳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후 변화를 흔히 수치와 현상으로 이해한다. 기온이 얼마나 올랐는지, 재난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같은 이야기들이다. 이 책은 시선을 조금 다르게 옮긴다. 그 변화가 아이들의 몸에서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지를 보여준다.

소아과 진료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사례를 통해, 미세먼지와 폭염, 산불 연기 같은 환경 변화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실제 질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전해진다.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면역 체계와 호흡 기관을 가진 아이들은 같은 환경에서도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고, 결과는 더욱 직접적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하루 종일 바깥에서 뛰어놀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특별한 조건을 따질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들에게 그 시간은 점점 제한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공기질에 따라 외출을 미루고, 알레르기나 호흡기 증상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자연은 더 이상 마음껏 몸을 움직이고 상상력을 확장하는 공간이 아니라, 상태를 확인하고 선택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놀이보다 먼저 제약을 배우는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경험은 이전과는 다른 감각을 남긴다.

이 변화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결국 현재의 환경은 우리가 만들어온 결과라는 점에 닿게 된다. 아이들이 겪고 있는 불편과 위험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선택과 구조가 축적된 결과이다.

흔히 인간을 가장 지능적인 존재라고 말한다. 그런 인간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존재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수세기에 걸쳐, 그 정교한 두뇌로 스스로의 터전을 훼손해왔다. 과연 우리는 가장 현명한 존재일까.

환경과 인간은 분리될 수 없다. 우리는 공기를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공기는 이미 우리 몸속을 흐르고 있다. 지구에 가해지는 모든 변화는 결국 인간의 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가장 앞선 자리에 아이들이 있다.

이 책은 단순한 경고를 넘어, 우리가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는지, 그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전부라고 말하면서도, 그들이 살아갈 지구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쉽게 지나칠 수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에게 이미 해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가능성이 아니라 행동이다.

지금의 환경이 앞으로의 세대에게 어떤 조건으로 남게 될 것인지는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아이들이 숨 쉬는 공기를 떠올리는 일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이쉬는숨 #기후변화 #기후위기 #도서추천 #서평

*도서증정 @nextwave_pub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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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5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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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하나의 결론으로 정리하려 한다.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진리를 향하고 있는지, 결국 어디에 도달하는지. 이러한 방식으로 『픽션들』을 읽는다면 독자는 금세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그리고 그 상태 자체가 보르헤스가 의도한 바일 것이다.

『픽션들』 속 이야기들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끊임없이 흐린다. 존재하지 않는 문헌과 가상의 작가가 실제처럼 등장하고, 현실처럼 보이는 설정은 어느 순간 허구로 미끄러진다. 그 과정에서 ‘사실’이라는 개념은 점점 무의미해진다. 우리가 믿고 있는 세계 역시 하나의 구성물일 뿐이라는 암시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보르헤스를 읽으며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이 세계와 자기 존재에 대한 강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 책 안에는 어떠한 진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진리로 수렴하려는 시도 자체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의 해석 대신 수많은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고, 하나의 길 대신 끝없이 분기되는 사유의 갈래들만이 놓여 있다. 읽는 동안 우리는 무엇도 확정할 수 없는 상태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그 상태 속에서 떠오르는 다양한 상상들을 마주하며, 바로 그 가능성 자체가 보르헤스 문학의 힘이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각 단편의 스토리나 문장 하나하나의 의미를 따라가기보다,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방식을 바라보는 편이 더 적절해 보인다. 각각의 이야기는 결론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생각을 증식시키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우리가 읽기를 통해 얻으려 했던 이해는 흔들리고, 당연하게 여겨왔던 인식들은 과감히 균열을 만든다.

『픽션들』은 끝없이 변주되는 질문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후 많은 작가들이 보르헤스의 영향을 받아 문학의 새로운 출구를 모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문학은 이 세계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무수한 가능성 위에 서 있는 존재임을 마주하게 한다. 보르헤스가 설계한 이 주도면밀한 미로는 나라는 존재 자체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깊은 균열을 남긴다. 그리고 그 흥미로운 경험 앞에서 문학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보르헤스 #픽션들 #호르헤루이스보르헤스 #고전읽기 #서평

*이 서평은 구매한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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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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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되어야 할 마땅한 증언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숨죽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악은 때로 너무도 평범한 얼굴을 하고, 너무도 익숙한 방식으로 삶의 내부에 스며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는 말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절대적인 고독 속에 고립된다.

네주 시노는 증언과 분석, 문학과 철학을 가로지르며 우리가 외면해 온 질문들을 깊고도 섬세하게 파고든다.

이 책이 보여 주는 것은 강간이라는 사건이 결코 한순간의 폭력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피해자의 삶 전체를 다시 쓰고, 존재의 방식 자체를 바꿔 놓는다. 숨 쉬는 방식, 타인과의 거리,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감각까지 침식해 들어간다. 그 경험은 과거로 밀려나는 사건이 아니라, 삶 위에 겹쳐진 채 사라지지 않는 또 하나의 차원으로 남는다. 그 안에서 피해자는 고통받는 존재일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이해할 언어마저 박탈당한 채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된다.

가해자는 너무도 쉽게 자신을 정당화한다. 책 속의 가해자 역시 수감 생활 이후 아무렇지 않게 삶을 이어 간다. 바로 그 점이 더 큰 공포를 만든다. 우리가 상상해 온 괴물의 형상 대신, 악이 평범성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는 사실은 이 세계를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피해자가 겪는 무력감은 단순한 고통을 넘어, 끝내 이해할 수 없음에서 비롯되는 고립에 가깝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그것이 멈추지 않았는지, 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그 질문들 앞에는 좀처럼 닿을 수 있는 답이 없다. 그렇게 피해자는 더욱 깊은 고독 속에 놓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말하기를 선택한다.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면서도, 끝내 그것을 넘어 언어를 만들어 가는 일. 이 모순적인 움직임이야말로 이 책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문학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그것이 한 개인에게만 갇힌 고통으로 머물지 않게 한다. 증언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세계를 해부하고 침묵 속에 남겨진 누군가에게 닿아 가는 하나의 방식이 된다.

이야기되지 않는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삶을 잠식한다.
침묵은 보호가 아니라 고립을 강화한다.

그래서 이 책의 존재는 더욱 절실하다.
누군가에게 이것은 하나의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분명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건네는 신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네주 시노는 감정의 과장 없이 절제된 문장으로 분노와 고통, 기억과 사유를 직면해 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문학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 하나를 보여 준다. 문학은 모든 것을 치유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최소한, 침묵 속에 묻혀 있던 것을 밖으로 끌어낼 수는 있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진 힘이다.
우리는 이 책 앞에서 쉽게 떠날 수 없다.
침묵하지 않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세상을 곧장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또 다른 침묵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끝내 믿게 만든다.


#슬픈호랑이 #열린책들 #네주시노 #페미나상 #소설추천

*도서증정 @openbooks21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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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사람을 위한 것
슬론 크로슬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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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다시 꺼내 읽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책이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다시 만나고 싶은 책. 마치 눈앞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서도 다시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처럼. 이 책이 꼭 그렇다. 아주 사적이고 도발적이며, 애틋하고 깊은 사랑의 애도를 담은 아름다운 회고록이다.

이 이야기는 뜻밖의 도난 사건에서 시작된다.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비로소 자각하게 되는 순간. 그 감각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상실이 찾아온다. 가장 가까운 친구의 죽음. 그것도 예고 없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예견할 수 없었고, 준비할 수도 없었으며, 설명조차 불가능한 상실이 남긴 감각을 그녀는 글로 토로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잃기 전까지는 그것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지 결코 알 수 없고, 미리 애도하는 방법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삶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얄팍한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슬픔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자살이라는 죽음이 남기는 감정은 복잡하다. 그것은 슬픔을 넘어, 죄책감과 질문을 남긴다. ‘왜’라는 질문은 끝없이 반복되지만 어떤 답도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유가 아니라, 남겨진 사람이 삶을 이어가는 방식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이유를 모르더라도 괜찮아지는 법을 배우는 것. 이 책은 그 불가능해 보이는 과정을 은밀할 만큼 솔직하고, 절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 과감하게 풀어낸다.

그녀의 애도는 정리되지 않는다. 그것은 지극히 감정적인 문제다. 캐비닛 속에 넣어둘 수 없고, 억눌러도 불쑥 튀어나오는 어떤 것이다. 길을 걷다가도, 비행기 안에서도 아무런 예고 없이 다시 떠오르는 기억과 감정들. 애도는 삶의 한 장면이 아니라, 삶 전체를 바꾸어놓는다.

이 책에서의 애도는 원망과 분노, 사랑과 그리움이 한데 뒤섞여 때로는 웃음과 함께 돌아온다. 함께했던 사소한 말과 행동, 스쳐 지나갔던 순간들까지 반복해서 떠올리게 되는 과정 자체가 애도의 본질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애도’라는 단어 하나로는 도저히 포괄할 수 없는 모든 것이다.

그녀는 애도를 끌어안는다. 삶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삶이 기적인 이유는 특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다시 그것을 붙잡기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처럼 빠져나가려는 삶을 붙들고, 다시 살아가기로 하는 그 반복이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그리고 그 선택은 슬픔을 품은 채 이루어진다.

어떻게 한 사람을 묻어두면서도 동시에 곁에 둘 수 있을까.

그녀의 질문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맴돈다. 애도는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의 형태가 어떠하든, 그것은 결국 크고 아름다운 사랑이었다는 것을.

#슬픔은사람을위한것 #에세이추천 #현대문학 #신간추천 #서평

*도서증정 @hdmhbook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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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에디션 AI 네이티브 코리아 ㅣ MK에디션
매일경제 국민보고대회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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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새로운 문명의 흐름이 되었고,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변화가 사회 전체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으며, 그 앞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다. 이 책은 AI 기술의 명암을 현실감 있게 짚어내는 동시에, 산업·노동·교육·의료·행정·안보·분배에 이르는 문제를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이러한 관점은 집필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이 책은 AI 전문가가 아니라 기자들에 의해 쓰였다. 엔지니어나 연구자가 기술의 정교함과 성능을 중심으로 AI를 바라본다면, 기자들은 기술이 사회에 들어왔을 때 누가 먼저 이익을 얻고 누가 뒤처지는지, 무엇이 가능해지고 무엇이 위태로워지는지를 묻는다. 그 덕분에 AI를 특정 산업군의 혁신을 넘어, 전기나 인터넷처럼 사회 전체를 관통하며 인간의 삶을 재편하는 기반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가능해진다. 이 관점이야말로 지금 AI를 이해하는 데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처럼 느껴진다.

AI의 역할을 설명하는 방식에서도 이러한 관점은 이어진다. AI를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보지 않고, 손실과 위험을 줄이며 인간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기술로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효용에만 머물지 않고, 노동시장 격차와 고용 불안, 부의 편중, 비판적 사고의 약화 같은 부작용을 함께 짚어낸다. 특히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정책이 뒤처지는 ‘시차’를 핵심 위험으로 지적하며, 중요한 것은 AI 도입 여부가 아니라 그 혜택과 비용을 어떤 원칙으로 분배하고 어떤 사회적 설계 안에 정착시킬 것인가라고 지적한다.

기술을 사회적 구조 속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국가 단위의 전략 비교로도 확장된다. 각국의 AI 전략을 비교하는 대목 역시 인상적이다. 미국은 AI를 특정 산업이 아니라 전 산업에 스며드는 운영 기술로 확장하며 민간 중심의 혁신을 가속하고, 중국은 국가 주도의 통제와 대규모 데이터 활용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추구한다. 유럽은 인권과 규범을 중심으로 기술을 설계하며, 프랑스와 싱가포르는 정책과 인재, 산업을 결합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경쟁력을 구축해나간다. 같은 기술을 두고도 각국이 전혀 다른 설계 철학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은, 결국 AI 경쟁이 기술 자체를 넘어 제도와 문화, 국가 전략의 차이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비교 속에서 한국에 대한 분석은 더욱 선명해진다. 한국은 반도체, 통신망, 제조업 기반 등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밸류체인을 국가 내부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드문 나라이다. 동시에 소프트파워와 인재, 규제 혁신, 상업 생태계의 한계가 있다. 결국 이미 갖춘 기반을 사회 전반의 활용 구조로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기술의 혜택을 일부가 아닌 시민 전체의 역량으로 확장하려는 ‘전 국민 AI 네이티브 카드’와 같은 정책적 제안은 의미 있게 다가온다. AI를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곧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주장 역시 설득력 있다.

『AI 네이티브 코리아』는 AI라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지, 아니면 불평등과 소외를 확대할지는 결국 제도와 분배, 교육과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AI의 미래를 감당할 사회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며 국가적 과제와 제안 또한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기술의 성능보다 기술 이후의 삶을 먼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AI 입문서를 넘어 훨씬 넓고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는 탁월한 보고서다.

#AI네이티브코리아 #경제전망 #매일경제신문사 #매경출판 #도서추천

*도서증정 @mkpublishing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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