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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사람을 위한 것
슬론 크로슬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4월
평점 :
분명 다시 꺼내 읽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책이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다시 만나고 싶은 책. 마치 눈앞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서도 다시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처럼. 이 책이 꼭 그렇다. 아주 사적이고 도발적이며, 애틋하고 깊은 사랑의 애도를 담은 아름다운 회고록이다.
이 이야기는 뜻밖의 도난 사건에서 시작된다.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비로소 자각하게 되는 순간. 그 감각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상실이 찾아온다. 가장 가까운 친구의 죽음. 그것도 예고 없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예견할 수 없었고, 준비할 수도 없었으며, 설명조차 불가능한 상실이 남긴 감각을 그녀는 글로 토로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잃기 전까지는 그것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지 결코 알 수 없고, 미리 애도하는 방법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삶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얄팍한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슬픔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자살이라는 죽음이 남기는 감정은 복잡하다. 그것은 슬픔을 넘어, 죄책감과 질문을 남긴다. ‘왜’라는 질문은 끝없이 반복되지만 어떤 답도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유가 아니라, 남겨진 사람이 삶을 이어가는 방식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이유를 모르더라도 괜찮아지는 법을 배우는 것. 이 책은 그 불가능해 보이는 과정을 은밀할 만큼 솔직하고, 절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 과감하게 풀어낸다.
그녀의 애도는 정리되지 않는다. 그것은 지극히 감정적인 문제다. 캐비닛 속에 넣어둘 수 없고, 억눌러도 불쑥 튀어나오는 어떤 것이다. 길을 걷다가도, 비행기 안에서도 아무런 예고 없이 다시 떠오르는 기억과 감정들. 애도는 삶의 한 장면이 아니라, 삶 전체를 바꾸어놓는다.
이 책에서의 애도는 원망과 분노, 사랑과 그리움이 한데 뒤섞여 때로는 웃음과 함께 돌아온다. 함께했던 사소한 말과 행동, 스쳐 지나갔던 순간들까지 반복해서 떠올리게 되는 과정 자체가 애도의 본질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애도’라는 단어 하나로는 도저히 포괄할 수 없는 모든 것이다.
그녀는 애도를 끌어안는다. 삶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삶이 기적인 이유는 특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다시 그것을 붙잡기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처럼 빠져나가려는 삶을 붙들고, 다시 살아가기로 하는 그 반복이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그리고 그 선택은 슬픔을 품은 채 이루어진다.
어떻게 한 사람을 묻어두면서도 동시에 곁에 둘 수 있을까.
그녀의 질문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도록 맴돈다. 애도는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의 형태가 어떠하든, 그것은 결국 크고 아름다운 사랑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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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정 @hdmhbook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