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고양이 1
네코마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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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동물원에 버려져 있던 어쩐지 아저씨 같은 얼굴의 새끼고양이들이
어엿한 동물원의 식구가 되어가는 이야기

 

 

이전에 소개한 '고양이와 할아버지'의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필명부터 심상치 않으시더니 이번 작품 역시 고양이 사랑이 가득 느껴집니다.

 

'동물원 고양이'에서는 버림받았던 고양이가 어떻게 해서 동물원에서 존재감이 넘치는
녀석들로 자리매김하는가에 대해 나옵니다.
할아버지가 주된 화자였던 '고양이와 할아버지'와는 달리 이번엔 두 고양이가 화자입니다.

 

 

상자 안에 담겨서 동물원에 버려져있었던 새끼고양이.
어쩐지 55세, 52세인 원장님과 부원장님(인간)을 닮았던지라 동물원에서 맡게되었습니다.
이름은 원장과 부원장! 담당 업무는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 

 

 

동물원에 원래 있던 동물들이 차례차례 오거나 원장과 부원장이 만나러 가는 식으로 만남이 이어지는데요.

많은 동물들이 이들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서 보면서 왠지 포근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게 꼭 히가 아로하의 '백곰카페'에서처럼
물들이 생각을 하고 이야기를 하는 부분입니다. 

동물들이 정말 사람 같았고, 사람들과 대화도 가능하고 일을 하고 있는 백곰카페와는 달리
아쉽게도 이곳은 같은 동물들끼리만 말이 통하고 인간들과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주된 화자가 고양이이고, 읽고 있는 저희도 고양이에 이입하여 읽으니까요,
이 때문에 아쉽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동물들의 각각의 개성이 나와서 소소하게 재미있었습니다.
동물들의 마음을 알 수 있으니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모르는 것보다 알고 보게되어서
더 유쾌했습니다. 

 

 

자꾸 백곰카페얘기를 꺼내서 조금 그렇지만, 전 백곰카페를 보며 펭귄이 무척 많다는 사실이나
여러 동물들의 다양한 특성을 알게 되어서 좋았는데요.
'동물원 고양이'도 이렇게 간간히 동물의 특성을 보여주고,
그걸 고양이의 시선으로 재미있게 해석합니다. 고양이가 거의 사람이랑 비슷한 느낌이니 책을 보는 우리가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동물들의 생각 중에 제일 웃겼던 부분입니다.
동물들이 말을 하게 되면 정말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고양이 덕에 다시 인기쟁이가 된 사자의 이야기라든지,
동물원에 서서히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원숭이 대장한테는 이렇게 높은 사람 취급도 받습니다. 

 

 

그러다 참새에게서 자신의 부모 같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듣습니다.
동물원 식구들과 헤어지는 슬픔을 감수하며 작정하고 입양된 집은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집.
다시 집에 간다고 야옹 야옹 웁니다.
저 히잉 히잉 하고 써 있는 부분의 우는 표정이 귀엽고도 우습네요.

 

 

  엄마의 품은 그립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가족들보다 더 가족 같은 동물원의 식구들과
앞으로도 계속 동물원에서 살아가겠다고 생각하며 사자한테 포옥 안기는 모습입니다.

'동물원 고양이'도 고양이와 할아버지처럼 계절이 흘러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더운 여름날에 산책을 하러 나왔다가 힘들어 하는 모습이나,
겨울에 산타 복장을 하고 퍼레이드를 하거나, 꽃 피는 봄에 대한 정경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계절감이 물씬 풍기는 부분들도 이 작가님 작품의 묘미라 생각합니다.
고양이와 할아버지를 즐겁게 보셨던 분들이라면,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분들이시라면
따듯한 그림체와 이야기로 무장한 네코마키 작가의 '동물원 고양이'도 읽어보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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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여 들어다오 1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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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네 이름을 걸고 방송해볼 생각은 없나?"

 

 

[작품 소개]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홧김에 술을 마시던 중 만난 어떤 수염이 멋진 나이스한 중년에게 남자친구 흉을 본 코다 미나레(25).

아침에 눈을 뜨니 뇌세포까지 술에 담근 건지 기억이 하나도 없다.
지각을 하여 사장에게 혼이 나며 출근을 한 것빼고는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하루다.
그런데 갑자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웬 여자의 목소리.
잘 들어보니 그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며 내용은 어제 저녁에 술집에서 넋두리하며 풀어낸 남친 뒷담!? 

여러분들은 라디오를 들으시나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게,
지금으로부터 3년 전에 어떤 리서치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때 들은 질문은 바로
'라디오는 얼마나 들으시나요?'
였습니다.
안 듣는다고 하니 조사자 분께서 너무 놀라시더라고요.
나이 든
 여성 분이셨는데 왜 듣지 않느냐고 따지는 투로 몰아붙이기까지 하셨어요.
저는 당황해서, 라디오 같은 건 일부러 찾아서 들어본 적도 없고, 최근에 찾아서 듣는 거라고는 어학 공부를 위한 해외 라디오인데 그것도 포함되느냐고 했더니 국내 것만이라하시며 죄송하다고 끊으시더라고요. 

중고등학생 때 친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진행하는 라디오를 찾아듣는 건 알았지만 저는 관심이 없어서 들은 적도 없고,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들고다니던 mp3에 라디오 기능이 있었지만 재난 때 도움이 되겠거니 하기만 했습니다;;; 

제게 라디오는 스스로 찾아 듣기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기사님이 튼 것이나 명절 때 고속도로에서 부모님이 트신 걸 듣는 정도인데요.
그런 라디오 방송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하니, 솔직히 궁금하긴 했습니다.
3D에 이어 4D까지 나오고 오감을 전부 만족시키는 TV 얘기까지 나오는 이때에,

청각만을 이용한 라디오를 아직도 듣는 사람이나 있나 이런 걸 소재로 잘 팔릴까 하는 괜한 걱정과 함께요. 

 

 

"술집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아가씨가 실연 이야기를 하길래 녹음했다...
그런 기획이었고 정말 그렇게 한 것뿐이었지."

 

작품 소개에 써진 내용 다음 장면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썩은 방송 관계자 마토 카네츠구는 술에 취한 미나레에게 쓰게 한 대화내용을 어떻게 사용하든지 문제없다는 서약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론 술을 마시고 쓴 거니까 별로 효력은 없을 것 같지만, 여자 주인공은 속아넘어갑니다.

"굳이 따지자면 프로덕션이 밀어주는 지방 아이돌이나 인기 성우 용 기획질에 질렸다고 할까 진행자를 하나 새로 키워보고 싶은 것뿐이야."

 

 

코다 미나레가 하필 그 진행자로 선택된 이유랍니다.
라디오도 방송이니만큼, 스폰서가 어느 정도 있어야 계속 유지가 될 텐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하물며 일반인을 내세우는 건 크디큰 도박입니다.

안전한 길을 두고, 일반인이 진행자이고 심지어 TV는 애국가가 나오고 흰 화면이 되었을 새벽 3시 넘어서의 라디오 방송을 누가 들을까요.

"그 뒤에 두 번, 네가 했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아마추어의 인터뷰를 내보냈지만 반응은 두 번 합쳐도 네 절반도 되지 않았어.

첫 회니까 반응이 좋았던 부분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네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고 알아듣기 편했기 때문이야.

기억을 못 할지도 모르지만, 술집에서의 인터뷰와 8스튜디오에서 했던 이야기... 도합 26분 10초 동안 네 목소리가 흐른 셈이지만...
그 26분 동안 넌 한 번도 말을 씹지 않았어."
 

 

 

저 의문이 들어서인지 왜 라디오를 들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점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교통방송 등의 정보 전달용 말고 사연 위주로 돌아가는 라디오가 대부분인데요.
이런 방송들은 그야말로 청취자와 소통하고 청취자가 없으면 더는 진행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니즈에 맞춰서 방송국이 만든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선장 한 명인 유람선 같은 TV와 달리 
제작자와 청취자가 함께 페달을 밟아야만 앞으로 나가는 오리배 같은 점이

라디오의 매력이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자신이 보낸 사연을 읽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그리고 사연이 읽힌다면 고민 상담의 경우 확실한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군가가 함께 고민을 해준다는 위안을, 즐거운 일이든 슬픈 일에 관한 것이든
비난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진행자가 공감해줄 것을 알기 때문에 라디오를 듣겠죠.
라디오의 목적이 그렇다면 일반인인 미나레가 진행을 맡는 것도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과 별로 다를 것 없는 사람이 해주는 이야기라면 더 진정성이 있을 테니까요. 

 

 

 

 

"한밤중에 생초짜가 하는 원맨쇼에 1천만이나 내는 인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점점 더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생각도 들지만, 성공이든 실패든 과정을 지켜보고 싶게 만드는 힘은 확실히 있는 작품입니다.

시원시원한 성격의 여주인공의 태클거는 모습이 꽤나 유쾌하기도 하고요.

 

 

"방금 당신 집에서 살면 어떻게 될지 고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요.

최종적으로 당신이 쇼핑센터에서 칼에 찔려 죽었어요.
(중략)
당신과 난 오늘 밤을 계기로 일단 절교예요.

그렇지만 내가 진정한 의미로 밥줄이 끊기게 되면 다시 당신 앞에 나타날 거예요.

그때까지 안녕이에요."

 

라디오 얘기만이 아니라 사랑 이야기도 이렇게 끼어있고요.
일단 언뜻 보기만 해도 썸을 탈 것 같은 상대가 셋은 보이는 것 같으니 그 부분의 전개도 궁금해집니다.
1권만 보고 느낀 점은, '드라마든 영화든 영상화해도 재미, 연애, 라디오의 성공 등의 여러 면이 조밀하게 짜여져있어서 꽤나 성공하겠다'였습니다. 

배경이 방송국이든 출판사든가로 나오는 '도저히 성공할 것 같지 않은 도박과도 같은 이야기'는 꽤 여럿 있었을 테지만,

'라디오'라는 방송계에서는 안타깝게도 비주류 중의 비주류가 되어버린 매체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작품만의 개성을 주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화제가 되어 작품을 손에 쥐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밤 3시 반부터 네 방송이 시작될 거야.
타이틀은 '파도여 들어다오'.
시간은 20분."

 

과연 '파도여 들어다오'는 월 170의 지원을 받으며 성공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이 리뷰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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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매
다니구치 지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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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전투에서 패하고 고향에서 쫓겨난 前 아이즈 번사인 소마 히코사부로와 시오츠 만조가 또 다시 오글라라의 전사로서 선주민의 땅과 자유를 둘러싼 미국 정부와의 길고도 치열한 전투를 헤쳐가는 이야기.

 

 

하늘의 매 앞 표지입니다. 그냥 보기에는 그냥 동양인들 전쟁 이야기인가 할 수 있지만, 가운데의 히코사부로가 오른손으로 쥐고 있는 궁을 자세히 봐주세요. 저는 아메리카 선주민(인디언은 콜롬버스가 인도를 발견했다고 착각하여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인디언으로 부른 데에서 나온 잘못된 말입니다. 책의 목차에도 작가인 타니구치 지로는 선주민들을 차별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19C 북미 사회 표현을 지향한 것이라고 합니다.)을 떠올리라고 하면 저 깃털이 빠지지 않는데요, 저 깃을 보시고 아메리카 선주민에 관한 얘기라고 예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뒷 표지를 보면 바로 알게 되네요.
지금이라도 당장 '호카헤이(죽기 좋은 날)'라고 하면서 그림 속 아메리카 선주민들이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처럼 막 움직일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졌는데요, 너무 과장일까요;;;?

 

진 가운데 남자인 소마가 출산 후 정신을 잃은 사진 오른쪽 여자 러닝 디어를 구하면서 작품이 시작됩니다. 그녀는 백인 군단과의 싸움으로 잿더미가 된 마을의 사람으로 러닝 디어는 전사한 남편의 자식을 임신하고 있었으나 상인에게 팔려가 잡역부로 이용당했다고 합니다. 일은 힘들고 아이는 커져만 가기에 그녀는 눈 딱 감고 도망을 쳤습니다. 만조(사진 왼쪽의 남자)와 히코사부로는 미국으로 건너 온 뒤 어딜 가나 배신만 당했는데요. 이럴 때에 미국인을 적으로 돌리는 무모하고 골치 아픈 일을 떠안았다고 생각도 하지만, 사정을 들으니 더욱 쫓아낼 수 없다고 하는 인지상정을 아는 두 남자 주인공이네요.

 

 

미리 말을 하자면, 이후에 두 사람은 오글라라 수족과 함께 지내게 되는데요. 무작정 아메리카 선주민들인 그들에게 감화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일본의 사무라이였던 자신들의 경험을 녹여내서 여러 기술을 전수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계속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이게 백인들의 방식이야. 버팔로의 모피만 벗겨가고 고기는 썩게 놔두지."

 

"버팔로를 송두리째 쓸어버리면 평원의 인디언도 수렵생활을 포기하고

정부가 관리하는 거류지에 정착할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중략)
훗날 인디언들의 패배 원인은 미국 정부의 군사력이 아니라 버팔로라는 그들의 '생활양식'이

백인 수렵자들에 의해 씨가 말라버렸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대지에 감사한 마음으로 버팔로를 먹었던 이 땅의 원래 주인인 아메리카 선주민들의 이제까지의 생활을 단번에 짓밟아버리는 짓입니다. 모피가 필요한 것이라면, 좀 더 유한 방식으로 선주민들에게 모피를 사든가 하면 될 텐데 이렇게 잔학무도함을 여실히 드러내보일 필요가 굳이 있었을까요.

 

 

 

"1869년 5월. 미국의 이민선을 타고 신천지를 찾아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간 아이즈 번사 일행 가운데 소마 히코사부로와 시오츠 만조가 있었다. 무사도를 버리고 이 타향에서 새로운 길을 걷고자 했던 두 명의 사무라이는 또 다시 전사로서 살아갈 장소를 찾아냈다."
"소마 히코사부로와 시오츠 만조는 그 이름을 버리고 오글라라 수족의 전사, 대평원의 아메리카 인디언으로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중략)
그 이름은 '하늘의 매', '바람의 늑대'였다."

자신들을 인(仁)과 예(禮)로써 맞이해준 오글라라 수족에게 오히려 공감을 하고 이런 미국인들의 행태를 참을 수 없던 불의를 내버려두지 않는 두 남자는 그렇게 오글라라 수족의 부족원이 됩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하늘의 매'는 히코사부로의 오글라라 수족 식의 이름입니다.

 

 

"애초에 깨지기 위한 조약.
미국 정부와 인디언 사이에 맺어진 조약은 백인 측의 사정에 따라 속속 깨졌고,

인디언은 땅과 자유를 빼앗기고 있었다."

 

초원에 강철말(철도 건축)을 달리게 하려는 것도 억장이 무너지는 일일 텐데 거기에다가 선주민들의 성지인 블랙 힐스에 금이 있으니 금을 캐겠다고 하는 미국인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라는 말을 이런 때 쓰는 거겠죠? 처음에는 그럴듯한 말로 선주민들을 꾀어내서 타협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머리를 쓰는 부류의 인간이 더 무섭다고 하죠, 조금씩 조금씩 선주민들의 땅을 갉아먹을 생각이었던 거죠.
그들은 처음부터 선주민들을 무시하고 신대륙이라는 긍정적인 단어로 자신들의 부당함을 포장하여서 땅을 빼앗고 제 입맛에 맞게 개척해나갈 작정이었습니다.

 

 

 

 

"난 이따금... 내가 대체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 묘연해지곤 해.
언제까지고 처단해야 할 적의 모습의 또렷이 보이질 않아.
너무 거대한 탓인가? 이대로 걷잡을 수 없이 검은 구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가고 있는 것 같아."

"난... 이 생활이 파괴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이 아름다운 땅을 빼앗겨선 안 돼.
그게 안 된다면... 이 세상 어디에도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 거잖아?"

첫 번째 대사는 히코사부로가 말한 것입니다.
첨단 무기를 사용하는 미국인들, 그 수도 어마어마하기에 이미 물이 닿아서 녹아버린 설탕을 어찌할 수가 없어서 지켜만보다가 손을 더럽히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선주민들의 상황을 잘 나타낸 대사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힘이 정의를 쉽게 망가뜨리고 새로운 정의로 자리매김하는 순간, 정의라는 단어의 진정한 뜻은 빛바래고 마는 것이라고 말하는 두 번째 대사도 먹먹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가장 앞에서 말했듯이 히코사부로와 만조는 일본의 기술을 선주민들에게 전수하는데요. 이는 방어 울타리를 만들어서 적군의 당황케함과 동시에 그들의 탄환을 조금이라도 헛되게 낭비하게 하는 매우 유용한 기술입니다.

 

 

유술을 가르치기도 하고요.

 

 

총에 비하면 약해보일지 모르지만 속도, 그리고 정확도만 높이면 어떤 무기보다 더 든든한 활도 가르쳐줍니다. 저는 이런 이 둘의 모습이 바로 미국인들이 했어야 했던 행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래 주인들에게 땅을 빌려쓰는 입장이라면, 그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합니다.
정말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미국인들은 여러 혁명을 통해 기술력을 비롯해 여러 수준이 선주민들에 비해 (물론 문명을 앞세우고 으시대는 이들의 표현이지만) 앞섰다고 생각하고 미개해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문화를 기준으로 두고 다른 문화를 평가하는 건 무척 오만한 것이지만 인간은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기에 그렇게 완벽할 수는 없다고 눈 감아 준다해도, 자신들의 좋은 점은 나누고 상대의 장점 역시 배우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그렇지만 긴 역사 속에서 실현된 적은 없는 이 유토피아와 같은 모습을, 선주민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디스토피아였을 이 침략을 담아낸 작가는 잠시나마 꿈꾸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높은 위치에 있는 일본인들이 너무 많이 그려져서 작가가 일본인의 위대함을 과시하는 건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는 대목이라 사실 저도 처음 읽을 땐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꼼꼼히 읽어보니 작가의 의도가 그게 아닐 거란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습니다.

 

 

전쟁 영화에서 흔히 죽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나 말이 있다고 하잖아요?
부인이나 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우리 마누라(딸) 예쁘지?" 라든가
"우리 아내가 지금 임신 몇 개월이야" 등을 말하면 죽는다.
"반드시 돌아올게"라고 말하면 죽는다.
소리지르면서 막 도망치려는 놈도 죽는다.
등등...
반드시 돌아올 테니 걱정말라는 저 대사에 괜히 사망 플래그는 왜 세우는 건가 조마조마했습니다.
어떻게 됐는지는 책을 보시고 확인하시길...

 

"(중략) 우리가 저들을 죽이러 간 게 아니라 저들이 우릴 죽이러 왔던 거야.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잃은 거지-."

"어디로 옮겨가든 놈들은 죽이려 쫓아올 거야.
우리는 단지 자신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뿐인데. 저들이 '풀이 자라고 비가 내리는 한 이곳은 인디언 소유다'라고 선언한 그 겨울 이후로 8년간.
우리에게 약속한 건 아무것도 실행되지 않았어.
그 조약을 기억하고 있는 건 우리뿐이지."

이 말들도 너무 와닿았습니다. 이게 정말 딱 맞는 말이죠.
제가 다른 말을 더 붙여봤자 사족이 될 것 같으니 이만 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늘의 매'와 '바람의 늑대'란 이름을 받은 일본인들에 대한 이 책의 내용은 보류지의 한 여인이 들려준 것이라며 책은 끝이 납니다. 이 여인은 제가 올린 사진들 중에 있는데요.
이 여인이 과연 누구인지 직접 확인하시는 것도 마지막에 극대화된 여운을 빠짐없이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역시 수없이 여러 나라에게 침략받았던 나라이고, 그 역사는 지금도 은근히 그리고 끈질기게 형태와 방식만 다르게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가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 인디언이라고 가볍게 불렀던 아메리카 선주민들의 아픔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가해지고 있는 소수민족에 대해 조금 더 궁리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3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의 책이라서 소설도 300페이지 읽기 힘든데 만화까지 나를 괴롭히는구나 하면서 좌절했습니다만, 다시 생각해보니 만화인 덕분에 술술 읽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누구를 찌르고 어쨌다는 내용을 글로 읽으면 이렇게까지 몰두는 못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꼭 '이웃나라 먼 나라'와 같은 만화로 된 교양서를 읽은 것 같은 착각까지 든 작품이었습니다.

이 리뷰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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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아버지 2
네코마키 지음, 오경화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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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1권에 이어서 또 다시 이어지는 나이 많은 고양이 타마와 다이키치 할아버지의 희고 분홍 빛이 꽃 피는 포근한 봄에서부터 소복소복 흰 눈이 쌓이는 서늘한 겨울까지의 이야기.

 

 

지난 1권 표지가 흰 색 바탕이었다면 이번 2권 표지는 연한 분홍색, 유행중인 딸기우유 색입니다.
1권에서도 가운데에는 할아버지와 고양이가, 그리고 뒤편에 많은 고양이들이 이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는데요. 2권 역시 오른쪽 뒤를 보시면 고양이들이 따뜻한 눈길을 주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 타마가 어릴 때 찍은 사진인가 봅니다.
펑퍼짐한 체형의 지금도 물론 귀엽지만 작은 아기 고양이 모습 역시 사랑스럽네요.

 

이번에도 역시 앞 부분은 색이 들어가있습니다.
물을 많이 섞은
물감을 살짝살짝 찍어낸 것 같은 연한 느낌의 색채가 마음에 쏙 듭니다.

 

이번 권은 다이키치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부터 결혼 초까지의 여러 회상이 녹아있습니다.
너무 할아버지에만 초점이 맞춰져서 할아버지와 고양이라고 책 이름을 바꿔야하나 생각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딱 보시면 이 한 컷만 해도 고양이가 무려 다섯 마리 정도는 보이니까요.

"늘 하는 생각이지만... 왜 이런 식으로 세팅해놓은 걸까...?
할머닌 아무 말씀 없으시지만 시끄럽지 않을까?"
"항상 어둑어둑하고 쥐죽은 듯 고요하던 이 작은 집에
TV가 켜있는 시간만은 아이들의 환성이 울려 퍼졌다."

이 두 개의 글을 읽으시면 왜 저런 식으로 TV가 놓여있는지 알게 되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데요.
이 이야기 말고도 어린 시절 전투기와 관련된 유쾌한 얘기, 요시에 할머니께 남자답게 프러포즈한 얘기들이 나옵니다. 그 내용들이 하나 같이 다 미소가 지어질 만큼 딱 좋은 온도의 것들이라서 이 책이 일상물은 물론 치유까지 겸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컷 사이사이에 깨알 같이 혼자 뒹굴고 있는 타마의 모습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고 귀여워 죽겠지만 저는 아무래도 할아버지와 함께 노는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고양이들이 긴 끈을 보면 환장을 하고 달려드는 건 영상으로 많이 봐서 그런지 눈앞에 영상이라도 튼 것처럼 생생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혼자서도 놀 수 있을 텐데 장난이라도 치듯이 다가와서 울어대더니만,
저렇게 자랑이라도 하듯이 궁둥이만 보여준다든지요.

 

" 아침도, 점심도 안 먹고 어딜 싸돌아 댕기는 거야?
우리 타마...
(중략)
타마야. 대체 어디 있는 거니...?"

"그렇다니 좀 걱정이네요.
고양이는 죽는 모습을 인간한테 안 보여준다는 설도 있고..."

1권에서는 할아버지 때문에 가슴을 졸였는데 이번에는 타마였습니다.
그냥 동물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말벗이고, 함께 사는 가족이기 때문에 마치 사람을 찾는 것처럼 추운 겨울에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타마 덕에 할머니의 빈자리가 채워지고 서로 의지하며 사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정말 만약의 순간이 와서 떠난 거라면 시체라도 수습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요즘 들어서 반려동물 문화가 많이 확산되어서 장례식까지 치러주고,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을 잊지 못해서 약간의 우울증이 걸린 사람들도 있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해외 기업에서는 3일 정도의 휴가를 준다고도 하고요. 엉엉 울지도 않고 덤덤히 계속해서 타마를 찾는 게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1권에서 자신이 먼저 떠나고 남을 타마를 걱정했지만 타마가 먼저 떠나는 것 또한
문제가 전혀 없지만은 않다는 걸 2권을 통해 상기시켜주네요.
이번에도 다행히 별다른 일 없이 돌아왔지만,
언젠가 찾아올 그때를 피할 수 없으므로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는 부탁을 하면서 끝납니다.

"얘야, 타마야. 약속해주지 않으련?
만약의 순간이 오더라도 제발 혼자선 떠나지 말아다오.
우리는 동지 아니냐. 끝까지 함께 가는 거야."

이 리뷰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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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아버지 1
네코마키 지음, 오경화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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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반려자를 잃고 10살 반려묘 '타마'와 함께 둘만의 생활을 하는 75세 다이키치 할아버지의

토실토실한 고양이 살만큼이나 푹신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이야기​.


 

 

저는 '나츠메 우인장'이나 '너와 나' 같은 그림체를 좋아하는데요.

선이 진하지만은 않고, 채색이 들어간 경우에도

강하지 않은 옅고 은은한 느낌의 그림을 보여주는 작품들입니다.

『고양이와 할아버지』도 딱 표지를 보자마자 꽂혔습니다.

사실 저는 아따맘마도 무척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인데요, 대충 그린 것 같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내용에 걸맞은 그림체라 생각합니다.

 


작품소개가 무척 짧았는데요. 전반적으로 딱 이런 느낌으로, 배경음은 벌레 소리나 자전거 소리 정도만

날 것 같은 작품입니다. 아따맘마도 그렇지만 엄청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든지, 주인공이 사랑이든

평화든 무언가를 쟁취하려 애쓰는 내용의 만화도 아닌데 맞지 않는 옷처럼

화려한 그림체를 가질 필요도 없고, 가지면 그야말로 이질감만 들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딱 표지 그림만 봐도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예상도 가고

저로서는 기대도 되었어요.

 

개가 인간을 '주인님'이라 인식한다면 고양이는 '집사', '돌봐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식의

글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앞부분은 컬러에 고양이 타마의 관점으로 짧게 이야기가 써있습니다.

딱 저희가 알고 있는 고양이스러운 발상을 하는 타마가 뻔뻔한 만큼이나 귀여웠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네요

고양이 건강에는 좋지 않겠지만, 타마가 뚱뚱한 고양이라는 것도 심장을 저격했습니다.

뱃살을 손으로 쓱 집을 수 있을 것 같고, 그 감촉이 찹쌀떡 같을 것 같네요.

 


무심한 동물이라고 하고 자기 멋대로라고도 하지만, 가끔씩 보여주는 이런 나를 따르는(?) 모습에 반하는 거겠죠?

고양이는 밀당의 고수라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레어한 타마의 홀쭉했던 어린 시절!!!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도 있어서 괜히 마음 한켠이 찡해졌습니다.

완전히 할머니를 잊을 수는 없지만 잊어야만 하는 건 아니고, 그럴 수도 없는데

타마 덕에 할머니와의 좋은 추억이 많이 있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그렇기에 고양이와 단둘이 지내더라도 쓸쓸하지만은 않고 묵묵히, 즐겁게 지내실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요.

 


추울 때 무릎에 올라와놓고는 머리를 쓰다듬으면 앙칼지게 화를 내다가도 다시 순순히 무릎에 앉던 타마.

그런데 난로를 켜자마자 할아버지를 버리는 이런 모습!

할아버지를 따뜻한 난로 정도로 생각한 건가 싶지만, 귀여우니 용서합니다


고양이 나이 10살이면 사람으로는 거의 50 중후반이라고 합니다.

15년 정도를 살면 장수했다고도 하죠.

끝무렵에 할아버지께서도 쓰러지는 모습을 보이며 계속해서 철렁했던 기억이 남네요.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이 이대로 죽으면 출구가 없어 집에 갇힌 타마가 죽을까봐 문을 열고 쓰러지시는 모습도요.

어느 쪽이 먼저 길을 떠나게 될까봐 걱정이 되지만,

함께 늙어가고, 또 함께 끝을 준비해나가는

죽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사람과 한 마리이기에 그나마 걱정이 덜합니다.

아마도 주인공이 어린 아이거나, 50대 정도가 아니라

연세가 많은 할아버지이기에 같이 길을 걸어간다는 둘의 끈끈한 연대가 더 잘 드러난 것이겠죠?

그래서 그런지 끝까지, 그런 걱정보다는 따뜻하게 지켜보게 하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이 리뷰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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