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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 1
쿠즈시로 지음, 송수영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작품 소개]
부모님 대신 자신을 키워준 오빠. 그 오빠마저 감기가 악화되어 6개월 전에 죽었다.
오빠의 아내인 키시베
노조미(초등학교 교사)와 함께 살아가는 키시베 시노(여고생)의 이야기
결혼으로 생긴 관계는 결혼이 해소되면 쉽게 깨져버리는데
이번 이야기는 오빠의 아내와
남편의 여동생이 서로를 가족으로 맺어주던
오빠(남편)이 죽고나서도
함께 살아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고나니까 굉장히
무거울 거 같지만 그림에서 포근함이 느껴지죠?
제가 이 작품을 '치유물'로 분류한 이유는 그림뿐만 아니라 내용도 따듯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C는 A랑 B랑 모두 친구이고 C가 A랑 B가 친해져서 셋이 놀기를 바란다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A와
B와 C는 모두 친구지만 아무래도 셋이 있을 때는 C가 아직은 대화의 중심입니다.
그런 C가 잠시 어디
다녀온다고 하고 A와 B만 남기고 간다면,
서로를 막 대하기에는 초면이고 탐색해가는 과정이기에 조심스럽고 머뭇거리게 되겠죠.
당장 알고 있는 공통사라고는
C뿐이니까 이야기하기 쉬워서 C의 이야기만 잔뜩 할지도 모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C가 시노의 오빠이고 A랑 B가 각각 시노와 노조미입니다.
법적으로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지만 정작 친구보다는 거리감이 있는 시노와 노조미는 서로를 살피기에만 급급합니다.
시노는 이제는 생판 남인
자기를 상냥한 노조미가 '거둬줬으니'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노를 보며 노조미는
아직 고등학생인데 자신보다 어른스럽다며,
어리광을 부리거나 화를 내줬으면 싶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계속 고맙다면서
가까이 다가가려하지 않는 거죠.
서로를 상냥하고, 어른스럽다고 여기면서 먼저 다가와주기만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며느리나 사위가 생기면 부모님들은 딸과 아들이 하나씩 더 생겼다고 하지만
친 딸이나 친 아들처럼
허물없이 대하기는 어려운 거랑 같은 문제입니다.
역시 착한 아이야.
- 선생님한테만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지. 나도 시노 앞에서는 야무지게 행동하고 싶으니까.
- 선생님이 항상 열심이니까 그쪽도 의지하거나 놀러다니지 못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 걸까? 내가 놀기도 하고, 긴장을 늦추면 시노도 조금은 편해지려나?
직장 동료가 낮에 해준 말을 떠올리면서 노조미가 혼자서 생각하는 부분을 가져왔습니다.
남이 보기에는, 또 말로
하기에는 답은 쉬워보이지만
좋으나 싫으나 평생 가족으로 엮여있을 혈육끼리도 서로 상처를 받는데 사별로 인해 관계가
쉬이 깨질
수 있는 위태위태한 상황이기에
어쩌면 서로한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하는 두 사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자기 같은 아이가 독점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노조미에게 자신은 신경 쓰지 말고 다시
솔로로 돌아가도 좋다고 빨리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렇지 못하고 노조미의 다정함에 응석을 부리고 있어서 미안하다고
하는 시노.
자기 일은
스스로 하려고 하고 늘 최선을 다하고 별거 아닌 일에도 마음을 쓰는 죽은 남편을 빼닮은 시노를 혼자 두면 안 된다며 같이 살겠다고 했지만
그건 그럴싸한 이유일 뿐이고 사실은 잊지 못한 남편의 흔적을 시노에게서 찾고 있어서 미안하다면서,
시노 덕분에 자신이 구원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노조미.
자신 때문에 상대방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정말 비슷한 두
사람이지만
비슷하기
때문에 누가 먼저 다가가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탓하면서 상대와 계속 함께 있기 위해
깊은 이야기를 하거나
다투기보다는 나쁘게 말해서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이 언제, 어떤 계기로 가까워지면서 속으로만 가지고 있던 서로의 진심을 터놓을 수
있게
될지 그 전개과정에 궁금증을 남기게 하면서 아쉽게도 1권이 끝납니다.
계속해서 시노와 친구들, 그리고 노조미와 그 동료 선생님들이 나오는 부분을 통해
틈틈이 엄밀히 말해서는
'남'에게 고민을 털어 놓는 장면을 제시하면서
'남'이 아닌데도 서로에
대한 고민을 주고받지 못하는 시노와 노조미의 지금 상황과 대비해줍니다.
이게 남은 아니지만 남에게는
쉽게 하는 말을 못 하는 사이인
애매모호한 둘의 관계를 잘 나타내줘서 메인으로 다루는 주제만큼이나
표현방법 같은 것도
조심스럽고 섬세한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