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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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을 탄지는 오래되었지만 왠지 제목이 끌리지 않아 사놓고 읽지 않았던 책이다.
집근처 도서관이 공사로 문을 닫으면서 집에 방치한 책들을 하나씩 읽으면서 집어든 책인데 읽지 않았다면 후회하였을 것 같은 책이다.
맘카페에서 큰 입소문을 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럴만한게 82년생 직장생활 - 결혼 - 육아로 이어지는 젊은 여성/젊은 엄마들에게 큰 공감이 갈만한 이야기였다. 책을 읽고나면 우리나라 어디엔가 김지영씨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데 공감할 수 있다.

나는 82년생보다는 좀 뒤에 태어난 세대이지만, 한창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낙태가 빈번하던 80년대생인만큼 공감되는 사회모습도 많았고, 결혼과 육아를 고려해야 할 여성으로서 공감하는 점도 많았다.

이야기는 출산 및 육아로 직장을 관두고 전업주부가 된 뒤 마음을 병을 앓는 김지영씨의 모습으로 시작하여, 과거 어린시절부터 다시 현재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p. 29 의학적 이유의 임신중절수술이 합법화된 게 이미 10년전이었고, '딸'이라는 게 의학적인 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성 감별과 여아 낙태가 공공연했다. 1980년대 내내 이런 분위기가 이어져 성비 불균형의 정점을 찍었던 1990년대 초, 셋째아 이상 출생 성비는 남아가 여아의 두 배를 넘었다>

지금은 성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부부들이 대부분이고 여아일지라도 외동자녀만 낳는 부부도 늘었지만, 내가 어릴때는 산부인과에서 성별감별과 낙태가 공공연한 비밀이나 마찬가지였다. 내 기억속 교실풍경도 언제나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훨씬 많았으며, 남자형제가 있는 경우 부모님이나 특히 조부모님께 남녀차별을 겪는 친구들도 있었다.
글 속 김지영씨네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김지영씨네는 이미 김지영씨와 언니 두 명의 딸이 있었다. 셋째를 임신하였으나 여아라는 산부인과의사의 언질을 듣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넌지시 묻는다. 셋째도 여자아이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김지영씨의 아버지는 말이 씨가 된다며 재수없는 소리 말라 어머니의 말을 무시한다. 결국 김지영씨의 여동생을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야 했다.
이러한 남아선호사상은 출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후 커가면서 가정내에서, 사회속에서 여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며느리 덕에 편안한 노후생활을 누리고 있으면서 아들(손주)타령만 하며 언니, 김지영씨와 남동생을 차별하는 할머니. 김지영씨는 어릴때부터 겪어온 가정환경을 그러려니 무난히 넘기는 축에 속하지만, 언니는 남동생과의 차별에 대해 직접적으로 불만을 토하기도 한다.
우리는 어릴때부터 남녀 성역할을 나누는 것을 잘못되었다, 남녀는 평등하다고 교육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 교육과 현실의 괴리는 누구나 겪어보았을 이야기이다.

<p. 68 김지영씨는 그날 아버지에게 무척 많이 혼났다. 왜 그렇게 멀리 학원을 다니느냐, 왜 아무하고나 말 섞고 다니느냐, 왜 치마는 그렇게 짧냐.... 그렇게 배우고 컸다. 조심하라고, 옷을 잘 챙겨입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라고. 위험한 길, 위험한시간, 위험한 사람은 알아서 피하라고. 못 알아보고 못 피한 사람이 잘못이라고...(중략)... 여자는 다행이라며 대뜸 학생 잘못이 아니예요, 했다... 이상한 그들이 문제지 학생은 잘못한 게 없다는 여자의 말을 듣는데 김지영씨는 갑자기 눈물이 났다>

뉴스에 떠들썩한 성폭력 사건을 찾아보면 가해자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여자가 유혹했다, 짧은 치마 입고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면 자길 잡아먹어달란 얘기아니냐, 왜 짧은 옷을 입고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냐, 별거 아닌데 신고해서 남의 귀한 아들 인생을 망치려 드느냐 등등 가해자가 아닌 오히려 피해자에게 잘못을 뉘우치라 이야기한다. 심지어 가해자의 인척이 아닌 제 3자도 여자의 잘못이 있다는 의견을 내밀어 두 번, 세 번 상처를 주기도 한다.
왜 우리나라는 성범죄와 관련하여 유독  여성의 잘못을 지적하고, 가해자에게 온건한 처분을 내릴까?
이전에 해외로 이민 간 사람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가장 충격적인게 한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여교사가 복직하여 자신이 성폭행을 겪었으며 그로 인해 정신적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학생들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는 이야기였다.
성을 터부시하는 문화때문일까? 성범죄와 관련한 부분 만큼은 사회적 인식이 아직 더딘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p. 98 이 회사는 육아휴직이 몇 년이냐고 물었더니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과장부터 사원까지 다섯 명 모두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대답했단다. 10년 후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고, 고민 끝에 사직서를 냈고, 이래서 여자는 안 된다는 비아냥이 돌아왔다...p. 113 월급 대부분을 베이비시터에게 쏟고도 늘 동동거리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급기야 어느 주말 아기를 업고 사무실에 나타난 후배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

여성 직장인으로써 너무 많이 공감이 간 부분이다. 비록 나는 아직 미혼이지만, 언제든 결혼과 출산이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이번에 이직을 하면서 면접에서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면접관은 내 나이를 들먹이며 임신과 출산으로 회사를 그만둘 것이냐 물었고, 나는 출산휴가 등을 이용해 회사에 계속 다니고 싶다고 이야기하였더니 자기 회사는 그런걸 지원할 여력이 없어서 안된단다.
법적으로 보장되는 출산휴가 마저(1년 육아휴직 아닌 3개월 출산휴가) 안된다며 여직원은 이래서 꺼린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이 한 회사의 오너라니 참 막막했다. 물론 결국에는 육아휴직이 나름 보장되는 회사로 옮겼으나 실제 휴직하는 사원을 보면 이래저래 눈치를 보며 휴직기간을 최대한 줄이더라. 직원 충원을 안하니 당연히 휴직하는 직원이 눈치보일 수밖에...!

잘 나가는 대기업에 입사한 젊은이들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비전이 없다며 회사를 그만두는 모습에 배부른 소리, 철없는 소리한다는 윗세대의 시선이 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하는가? 세상모르는 철없는 짓이라는데 동의하는가?
여성의 경우에는 육아와 일의 병행이 불가능한 회사에서 비전을 찾지 못한다는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세상에 왜 이렇게 많은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p. 136 그래서 오빠가 잃는건 뭔데? 나는 지금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지 몰라. 근데 오빠는 뭘 잃게 돼? / 나도 지금 같지는 않겠지. 아무래도 집에 일찍 와야 하니까 친구들도 잘 못 만날거고, 회식이나 야근도 편하게 못할거고, 너랑 우리 애랑 부양하려면 책임감도 엄청 클거고>

출산, 육아로 인해 부부에게 찾아오는 변화는 매우 크다. 주변에서 육아를 도와줄 친인척이 앖다면 결국 부부 중 한쪽은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그러면 보통 여자가 일을 그만두게 된다. 물론 부부 중 남편의 수입이 더 큰 경우가 많다는 이유가 클 것이다. 그러나 육아를 위해 퇴사하는 여직원을 그냥 '퇴사'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내 젊음을 할애한 직장이고 내가 사회 구성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주었던 직업이다. 그런데 그걸 한순간에 일게 된 상실감에 대해서는 왜 이해해 주지 못할까?

 

이 글에서 김지영씨의 어머니는 딸들만큼은 자신과 다르게 살길 소망했으나 결국 김지영 씨는 엄마와 크게 다른 삶을 영위하지는 못했다. 억압된 김지영씨의 내면은 다중인격처럼 다른 사람으로 변모하는 원인모를 병을 불러 일으킨다.

물론 현실의 부부들은 서로가 배려하고 아이를 위해 부부 모두가 많은 것들을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분위기가 부부사이만큼 이해와 공감이 있다는 생각을 하긴힘들다.
책을 읽고 후기들을 찾아보았다. 남성들의 경우 요즘엔 여성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며 책이 과장되었다고, 우리 어머니때 이야기 같다는 의견도 많아 충격이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으로서 공감할게 이렇게 많은데?

물론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 대한 성차별도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역차별이 아닌 성차별이다. 남자는 울면 안되고 책임감이 강하고 강인해야 하며, 궂은 일을 도맡아해야 한다 등 우리 사회는 아직도 남과 녀를 나누어 성역할을 강요한다. 흔히 남녀 차별 이야기에 자주 회자되는 군대문제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평등 사회라도 배워왔지만 실제로 내가 몸소 느낀 우리사회는 아직 성평등 까지는 갈 길이 많이 남은 것 같다.

독서의 역할 중 하나가 바로 타인이 되어 내가 겪지 못한 상황들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한다. 남녀가 겪는 사회적 문제들을 잘 풀어내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책들이 앞으로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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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독일행 독서법 - 문제아를 국내 제일의 독서 컨설팅 CEO로 만든 기적의 독서 공부법
유근용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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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책을 읽으며 가장 아쉬운 점이 감상을 나눌 사람이 주위에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서모임을 알아보고 있다가 어썸피플에 대해 알게 되었다. 독서모임에 참가해 보기전에 리더인 초인 용쌤의 독서법 책을 읽어보자는 생각에 집어들었다.
책을 읽고 난 감상은 독서법도 독서법이지만, 저자가 책을 너무도 좋아하고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큰 행복을 느끼는구나 라는 것이다.
저자는 불우한 어린시절로 군입대 전까지 스스로의 인생을 검은 물로 물들여왔다. 그러나 군대에서 우연히 접한 책을 완독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끼고 독서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한다.

<p. 55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독서 모임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늘 참여 계기를 묻는데 대부분이 허전함 때문이라고 한다>

각자 책을 읽게 되는 계기는 다르다. 나 같은 경우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 흠뻑 빠져 고민을 잊고 싶다, 현재 직면한 문제에 대한 위로가 필요하다 라는 목적으로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계기는 다르더라도 어느 순간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내가 겪은 독서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데 안타깝게 주변에서 독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전에 한 tv프로에서 조승연작가가 프랑스 사람들의 저녁식사 장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프랑스사람들은 현재 화제가 된 책을 읽고 저녁식사에 참여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통의 화제에 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너무 부러운 이야기였다. 주변인들에게 책을 추천도 해보고 빌려도 주었지만 애초에 독서에 대한 열의가 없던 사람들이었기에 한 권을 완독하는것도 흐지부지 된 경우가 많았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나처럼 독서모임을 찾게 되는걸까?

<p. 88 읽기만 하는 독서를 넘어서자. '넘버원'만 인정받는 사회에서 '온리 원'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책 읽기뿐 아니라 실천 또한 필수이다>

저자가 독서와 관련해 강조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첫째는 꾸준히 읽어 책 읽는 습관을 체화할 것. 둘째는 독서를 통해 깨달을 점을 실천할 것.
실천하지 않는 독서는 그냥 책만 읽는 바보다. 그동안 내가 독서를 하며 뭔가 허전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싶다. 열심히 읽고 다짐했지만 언제나 같은 문제에서 또 같은 고민에 빠져 책을 찾곤 했다. 책을 읽고 실천했다면 적어도 같은 문제에서 막막해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았을거란 아쉬움이 든다.
물론 책에 담긴 수많은 교훈을 다 실천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책을 읽고 가장 크게 와 닿은 한, 두 가지만이라도 실천하면 나의 삶이 분명 바뀔 것이다.

<p. 177 과거에 적은 것을 다시 읽어라...(중략)... 사람은 계속 변한다. 때문에 과거의 나와 대화하는 시간은 중요하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게 뭐였는지, 지금 잘 살고 있는 건지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독서록을 남기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바로 저 부분이다. 내가 읽은 책을 목록으로 살펴볼 수 있고 언제든지 쉽게 과거의 내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얼마전에도 리뷰들을 쭉 훑어보았는데 잊고 있던 점을 다시 떠올리기도 하고 현재와는 많이 다른 과거의 생각에 놀라기도 했다. 기록의 형태는 상관없다. 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독서기록을 남겨보자.

책에 나온 용쌤의 독서법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용쌤도 지금의 독서습관과 규칙을 만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실천하는것. 미련하다는 이야길 들을지라도 직접 겪어보고 실패하면서 나만의 독서법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독서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겐 용기를, 독서권태기에 걸린 이에게는 의욕을 일으키는 책인 것 같다. 무엇보다 책 전체에서 독서를 사랑하고 행복한 독서를 즐기는 저자의 기운이 몽글몽글 솟아나오는 것 같아 나도 즐겁게 독서를 즐기고 싶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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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이도형 지음 / 다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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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건 작가만의 특징이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나 에세이는 세대별 차이가 눈에 띄는 흥미로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2030의 에세이와 4050의 에세이는 관심사나 추구하는 바의 방향이 다름을 쉽게 알 수 있다.
나와 같은 또래의 에세이는 공감이 가서 읽는다면 나와 디른 세대의 에세이는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세대간 소통의 벽을 조금이나마 허무는 느낌이 좋아 읽는다.
얼굴을 마주하고 말로 전하는 경우에는 중심을 잃기도 하고 표현이 거칠어지기도 하며 "너는 잘못하고 있어!" 라는 설교처럼 들리기도 해서 상처를 받을 때도 있는데 글은 한 발자국 떨어져 정제된 것이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중년 남성의 이야기라는 소개글에 끌려 서평을 신청하였다.

에세이를 읽으면 드는 공통된 생각은 "내 생각과 감정을 글로 남기는게 얼마나 가치있는가"인 것 같다.

작가는 행정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다 큰 두 자녀를 둔 아빠이며, 글을 쓰는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가 아닌 여러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각 역할을 수행하며 떠올렸던 생각들을 주제별로 정리해 엮은 책이다.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고, 새롭게 이해한 부분도 있고,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세대갈등도 있다.

<p. 13 조바심 내면서 앞날을 당겨 지금부터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요...p. 37 가끔은 옹졸한 마음에 모난 돌이 정 맞을 수도 있겠죠. 그럴땐 박영희 시인의 시 '접기로 한다'처럼 옹색한 마음 지그시 접어볼 일입니다.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 수'있으니까요>

내 또래들은 한 번 씩 내 마음에 내가 쫓겨 걱정을 사서 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직장, 가족, 연애, 결혼, 출산, 직업, 경제상황 등 이전엔 당연하게 주어지리라 생각했던 "평범"을 얻기 위해서는 죽어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버릴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부족한 것 같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할 것 같은데 방향조차 알 수 없어 망망대해에 서 있는 불안함을 느낄때가 있다.
그런 때, 간혹 어른들이 "때가 되면 다 이루어진다. 쉬엄쉬엄 해라. 너무 앞만보고 달리면 지친다"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이미 같은 길을 걸어온 경험자의 여유일까? 세상을 살다보니 깨닫게 된 연륜일까?
비록 이런 조언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지만 내가 틀린게 아니라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p. 290 : Tell me and I'll forget. Show me and I'll remember. Involve me and I'll understand... (중략)...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한두 계단 내려서는 것은 누군가와의 관계 맺기에서 참 쉬운 전략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높은 곳만 쳐다보고 아래로 눈길을 주는 것에 인색한지 모르겠습니다>

인간관계와 관련하여 계속하고 있는 고민에 무척 와 닿았던 부분이다. 인간관계는 어릴때도 성인이 된 지금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도 똑같은 고민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 더더욱 어려운 문제처럼 보인다. 인간관계의 기본은 진솔함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 진솔함이라는게 참 애매한 부분인 것 같다. 조금만 잘못 벗어나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거나 자기중심적이 되기도 한다.
또한 배려라는게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데 대가를 바라는 배려란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한두 계단 내려가는 것을 간도 쓸개도 너의 자존감도 다 내려놓고 내게 복종하고 맞추어라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은 듯 하다.  그렇게 위에서 고압적으로 내려다보면서 하는 배려란 것들이 받는 사람의 입장에선 또 하나의 폭력임을, 그 사람은 언젠가 깨달을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자 오늘도 또 다짐해본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생은 어떤 가치를 목표로 두고 살아야 할까? 성공이란 무엇일까? 요즘 많이 하는 고민이다. 이전까진 무조건 치열하게 경쟁하고, 경쟁에서 이겨야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달은 이후부터는 혼란이 생겼다.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도 성공이 아니냐 했더니 안일하다며 질타하는 사람도 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으며 그들의 하루는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일상을 의미없이 흘려보내면 어떤 인생이던 그 가치를 잃는다는 것이 아닐까?
행복이란 정해진 것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발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걷는 길거리, 매일 보는 사람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본다면 좀 더 풍족하고 의미있는 삶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리뷰는 도서출판 다연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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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한 나라, 독일에서 배운다
양돈선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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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JTBC 예능프로 비정상회담에서 가장 관심가는 나라 중 하나인 독일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 너무 궁금해서 기대를 한껏 가지고 서평단에 응모했다.
어릴때는 몰랐는데 크면서 내가 우물 안 개구리이구나 하는 생각이 부쩍 커지는 것 같다. 나와 다른 사회문화 속에서 자란 외국인과의 교류가 세상을 이해하는 시야를 넓히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느껴지는데, 해외여행을 가본적도 없고 외국인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라 시야가 무척 편협한 사람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때문에 나는 타국을 여행한 이들이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듣는걸 너무 좋아한다.

 

 

책의 저자는 재경관으로서 독일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한국인으로써 느낀 독일에 대한 진솔한 경험담 뿐 아니라 여러가지 조사를 통해 객관적 자료도 충분히 보여주어 독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나는 독일하면 신뢰, 약속, 믿음, 기본에 충실함 과 같은 정석적이라는 느낌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독일은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히틀러와 나치, 유대인 학살 등 역사상 충격적인 일들을 행했던 나라이다. 그런데 독일 제품은 믿을만한 제품, 독일사람은 정직하고 신뢰가 가는 사람, 독일이란 나라는 EU에서 핵심적 위치에 있는 중요한 나라라고 생각하게 되다니.... 독일은 어떻게 이런 신뢰를 쌓아올릴 수 있었을까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책을 읽어보면 그 원동력을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이전의 실패, 실수, 문제에서 "다시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아야지"라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해결책 마련이 그 원동력이었다. 독일 사회도 사람이 모여만든 사회이기에 절대 완벽한 곳은 아니다. 그러나 독일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이 발빠르게, 그리고 꾸준히 이어지는 나라인 것 같다. 전쟁으로 인한 사회붕괴, 분단국가의 아픔 등 먼나라 독일은 의외로 우리와 닮은 점이 많다. 우리나라도 이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과 앞으로 우리도 독일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이 함께 느껴진다.

 

 

저자가 소개한 독일 사회의 여러 면모 중 가장 부러웠던 점이 깨끗한 정치, 그리고 그러한 국가와 정치인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이었다.

<p.185 독일에서는 '있으나 마나'한,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인 법이 없다>

독일인들은 법규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며, 그렇기에 이를 지키는 것이 사회적으로 이득이라는 것을 알고 실천한다고 한다. 심지어 법의 필요성을 절감하기에 상법, 민법, 노동법 등 법전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어간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판결의 일관성과 형 집행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사회이다. 이렇게 청렴한 자국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은 참으로 부러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또한 독일의 정치계는 반짝스타라는게 없다는 다소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독일은 어린나이부터 정치계에 입문해 시간이 지나면서 직접 정치를 체험하여야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치인이 될 수 있기에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 인기에 힘입어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찾아볼 수 없다고한다.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에게. 딱 독일다운 느낌이다.

 

 

비정상회담의 독일청년 닉이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메르켈에 대한 신뢰와 자랑스러움이 높은 것 같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실제로 메르켈은 자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정치인 중 하나라고 한다. 그녀의 인기는 단기간의 성과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녀의 포용력과 결단력, 그리고 실제 성과를 보고 높아진 인기라 이번에 다시 한 번 재임에 도전한다고 한다. 정치인에 대한 믿음과 성과로 보답하는 정치인의 관계. 모두가 꿈꾸는 청렴한 정치가 독일에 있었구나 싶다.

 

 

물론 독일정치도 무조건 청렴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자면 큰 비리는 아닐지 모르나, 부인이 자동차 구입시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받고, 자동차 판매원이 그의 아들에게 5만원 상당의 장난감자동차를 선물한 일이 밝혀져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 독일인들이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도덕 및 청렴수준이 매우 높을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정치도 단번에 바뀌긴 힘들겠지만 국민이 청렴을 요구하고 정치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권리를 실천하면 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전쟁, 재건, 분단, 통일, 경제위기 등 독일은 우리나라 못지않게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나라이다. 그러나 독일은 과거반성과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목표로 인성과 도덕에 큰 가치를 두는 내실있는 사회로 발전하였다. 독일에 대해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하였으나 우리 사회의 희망, 미래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리뷰는 미래의 창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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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내성적으로 살겠다 - 내성적인 당신이 변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이유
에비스 요시카즈 지음, 강한나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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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인의 눈에도, 내 자신의 눈에도 내성적인 사람이다. 우리 사회는 예전부터 내성적 성향을 부정적으로 보는 성향이 강했고, 현재도 그런 성향이 많이 남아있다. 때문에 어릴 때 성격과 관련하여 상처받은 기억이 많이 남아 있다. 친척 모임에만 가면 동갑의 활동적인 사촌과 나를 비교하는 어른들의 말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곤 했다. 그래서 지금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나의 내성적 성격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물론 그래도 다들 내가 내성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성격과 관련한 스트레스와 고민이 많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내성적 성향의 장점이 주목박으면서 내성적 성향의 리더와 관련된 분석도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활발한 외향적 성향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 고민과 평생을 헤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제목이 끌렸다.

글쓴이는 일본의 만화가 겸 방송인으로 방송이라고해서 꾸며내지 않는 솔직함이 매력으로 방송에 자리잡았다고 한다. 읽으며 나와 공감되는 생각도 많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p. 25...(중략)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역으로 내가 그런 일을 당하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타인의 입장을 잘 고려하여 배려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사람이 되지 못하니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자기중심적인 배려를 선택했다. 타임에게 아무런 의심없는 평범한 질문이 나에게 상처가 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말하지 않는 한 먼저 묻지 않는다.
누군가 문을 열고 지나갈 때 본인만 쏙 빠져나가 불편한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꼭 문을 잡아둔다.
나와 깉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에 똑같은 생각을 가진 저자의 이야기가 너무 신기했다.

<p. 54 하지만 도가 지나칠 정도로 내성적인 사람은 오히려 좋지 않다...(중략) 그래서 내성적이라 하더라도 자기만의 흥밋거리를 갖는다던지, 자기가 몰두할 수 있는 뭔가를 가지고 있는게 좋을지 모르겠다>

취미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예전엔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었다. 주말에 잠자리에 누웠다가 업무생각을 하기도 하고, 직장에서 일하는 걸 꿈으로 꾸기도 했다. 독서에 집중하는 취미를 가지면서 현실과 조금 떨어져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게 되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 용기, 마음의 약간의 여유를 갖게되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도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써내려 가면서 현실의 고민을 멀리서 바라보는 느낌이다. 무엇이든 좋으니 현실의 어려움과는 다른 새로운 집중거리는 꼭 필요한 것 같다.
특히나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새로움 만남도 정말 중요하다. 일상에서 부딪치는 가족이나 친구나 직장동료는 나와 같은 관심사를 갖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까.

글쓴이는 일본사람이다. 일본하면 내성적이고 조용한 이미지이다. 그래서 일본은 내성적인 사람이 생활하기 좋은 문화권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글쓴이는 인간관계에 집착하지 않기에 솔직한 발언으로 타인의 빈축을 산 경험도 많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이야 분위기가 변해 자신의 솔직한 발언이 개성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초반에 방송에 나올 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이번에 새로 직장을 옮기면서 결심한 것이 있다. 비록 눈치없단 소리를 들을지라도 내가 정말 부당하다고 여기는 것은 단호하게 거절하리란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게 다가오는 인연이 모두 소중한 인연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중요핮 않은 인간관계에 힘을 쏟아 지치기보다 진짜 나에게 소중한 인연들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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