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이도형 지음 / 다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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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건 작가만의 특징이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나 에세이는 세대별 차이가 눈에 띄는 흥미로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2030의 에세이와 4050의 에세이는 관심사나 추구하는 바의 방향이 다름을 쉽게 알 수 있다.
나와 같은 또래의 에세이는 공감이 가서 읽는다면 나와 디른 세대의 에세이는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세대간 소통의 벽을 조금이나마 허무는 느낌이 좋아 읽는다.
얼굴을 마주하고 말로 전하는 경우에는 중심을 잃기도 하고 표현이 거칠어지기도 하며 "너는 잘못하고 있어!" 라는 설교처럼 들리기도 해서 상처를 받을 때도 있는데 글은 한 발자국 떨어져 정제된 것이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중년 남성의 이야기라는 소개글에 끌려 서평을 신청하였다.

에세이를 읽으면 드는 공통된 생각은 "내 생각과 감정을 글로 남기는게 얼마나 가치있는가"인 것 같다.

작가는 행정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다 큰 두 자녀를 둔 아빠이며, 글을 쓰는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가 아닌 여러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각 역할을 수행하며 떠올렸던 생각들을 주제별로 정리해 엮은 책이다.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고, 새롭게 이해한 부분도 있고,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세대갈등도 있다.

<p. 13 조바심 내면서 앞날을 당겨 지금부터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요...p. 37 가끔은 옹졸한 마음에 모난 돌이 정 맞을 수도 있겠죠. 그럴땐 박영희 시인의 시 '접기로 한다'처럼 옹색한 마음 지그시 접어볼 일입니다.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 수'있으니까요>

내 또래들은 한 번 씩 내 마음에 내가 쫓겨 걱정을 사서 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직장, 가족, 연애, 결혼, 출산, 직업, 경제상황 등 이전엔 당연하게 주어지리라 생각했던 "평범"을 얻기 위해서는 죽어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버릴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부족한 것 같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할 것 같은데 방향조차 알 수 없어 망망대해에 서 있는 불안함을 느낄때가 있다.
그런 때, 간혹 어른들이 "때가 되면 다 이루어진다. 쉬엄쉬엄 해라. 너무 앞만보고 달리면 지친다"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이미 같은 길을 걸어온 경험자의 여유일까? 세상을 살다보니 깨닫게 된 연륜일까?
비록 이런 조언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지만 내가 틀린게 아니라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p. 290 : Tell me and I'll forget. Show me and I'll remember. Involve me and I'll understand... (중략)...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한두 계단 내려서는 것은 누군가와의 관계 맺기에서 참 쉬운 전략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높은 곳만 쳐다보고 아래로 눈길을 주는 것에 인색한지 모르겠습니다>

인간관계와 관련하여 계속하고 있는 고민에 무척 와 닿았던 부분이다. 인간관계는 어릴때도 성인이 된 지금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도 똑같은 고민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 더더욱 어려운 문제처럼 보인다. 인간관계의 기본은 진솔함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 진솔함이라는게 참 애매한 부분인 것 같다. 조금만 잘못 벗어나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거나 자기중심적이 되기도 한다.
또한 배려라는게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데 대가를 바라는 배려란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한두 계단 내려가는 것을 간도 쓸개도 너의 자존감도 다 내려놓고 내게 복종하고 맞추어라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은 듯 하다.  그렇게 위에서 고압적으로 내려다보면서 하는 배려란 것들이 받는 사람의 입장에선 또 하나의 폭력임을, 그 사람은 언젠가 깨달을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자 오늘도 또 다짐해본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생은 어떤 가치를 목표로 두고 살아야 할까? 성공이란 무엇일까? 요즘 많이 하는 고민이다. 이전까진 무조건 치열하게 경쟁하고, 경쟁에서 이겨야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달은 이후부터는 혼란이 생겼다.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도 성공이 아니냐 했더니 안일하다며 질타하는 사람도 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으며 그들의 하루는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일상을 의미없이 흘려보내면 어떤 인생이던 그 가치를 잃는다는 것이 아닐까?
행복이란 정해진 것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발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걷는 길거리, 매일 보는 사람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본다면 좀 더 풍족하고 의미있는 삶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리뷰는 도서출판 다연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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