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8 (10주년 특집판)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8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동안 매년 트렌드코리아가 출간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찌하다보니 시기를 놓쳐서 한번도 읽지 못하다가 올해는 적절한 시기(2017년 말)에 읽게 되었다.

 

 

초반 3분의 1정도는 트렌드코리아 2017에서 예측했던 내용이 얼마나 맞아들었는지 복기해보는 내용으로 시작해 2018년 트렌드 예측을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p.40 현재진행형으로 가속화하고 있는 1인 가구화에 대비하여 해당 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조사하고 대응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기계적인 대응에는 주의를 요한다. 1인 가구가 소비트렌드에 미치는 영향을 이렇게 간단히 범주화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인가구의 증가로 인한 소비패턴의 변화는 마케팅이너 뉴스 등에서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ㅂ잉 가구란 보통 혼자 살고있는 20-40대 직장인을 타겟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로나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1인 가구 증가는 이렇게 간단히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1인 노인 가구, 1인 직장인(생산가능인구) 가구, 1인 가구는 아니지만 자녀의 독립으로 인해 가족구조가 줄어든 부부 등 다양한 변화양상을 갖추고 있기에 쉽게 속단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혼자'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변화도 빠지지 않고 언급되었다. 타인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는 삶. 요즘 내가 모토로 삼고 있는 삶의 자세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챕터는 바로 '워라밸 세대'이다.


<p.293 대한민국 직장문화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 좋은 노동의 기준은 연봉과 회사규모, 인지도가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인가'이다>

나는 딱 워라밸 세대에 속하는 나이이고, 이 글에서 말하는 워라밸 세대의 직업가치관 또한 나와 일치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깊은 인상을 받았다. 비록 책은 다양한 사람의 도움으로 완성되었다고 하나 핵심 저자인 김난도는 명백하게 기성세대에 속하는 인물이다. 특히나 그를 유명하게 맡든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요즘들어 오히려 청년세대의 갖은 비난을 받고 있지않은가? 그런 그의 책에서 우리 세대의 직업 가치관을 정확하개 집어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다른 기성세대들도 그처럼 우리의 가치관을 잘 이해해 줄 수 있지만 많은 갈등들이 해소될 수 있을텐데 라는 아쉬움도 컸다.

마지막으로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2017년 유행했던 책들을 살펴보면 자존감을 지키도 높여주고 괜찮다 위로해주는 책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제부턴가 이야기하는 자존감이란 대체 무엇일까? 나는 스스로가 원하는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것에서 자존감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동안 개인의 지향점을 모두 죽이고 사회와 회사가 원하는 지향점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강요 받아왔다. 그것이 폭발하여 이제는 남이 아닌 나를 바라보고자 하는 욕구가 폭발한 것이 현재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존중받지 못해온 사회의 부작용이라고 할까.

사실 나도 남들의 평가에 크게 휘둘리는 편이다. 겉으로 신경쓰지 않는 척, 혹은 그렇게 되려 노략하지만 소심한 나의 내면은 혼자 고민하고 끙끙 앓곤 한다. 2018년 한 해는 나를 위해 힘내고 노력하여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김난도 작가에 대한 선입견으로 계속 읽지 않았으나, 막상 읽어보니 굵직한 트렌트의 흐름을 파악하기 용이했던 책 같다.
앞으로는 매년 꾸준히 읽어보리라 다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00단어 영어회화의 기적 - 말문 늘리기편 영어회화의 기적
정회일 지음 / 비욘드올(BEYOND ALL)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집에서 영어원서 챕터북이 몇 권 있는데 원서읽기가 영어 말문을 트는데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 둔 것이다. 책들을 최소 5번은 읽었지만 여전히 말문트기는 요원한 것 같아 고민하던 중에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들어 서평을 신청하였다.

 

 

보통 영어교재를 만드는 사람들이 유학파로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하는 반면, 저자는 순수한 국내파로 자신만의 학습법을 깨우쳐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유창한 영어실력을 갖춘 사람이다. 그는 국내에서 영어를 공부하며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기 때문에 그의 학습법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이들에게 유용하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저자의 책은 예전에 "10년째 안 되는 영어 말문, 나는 한국에서 튼다"를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저자는 원서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10년째 안 되는 영어 말문, 나는 한국에서 튼다" 영어 교육에 대한 개론과 같다면, "300단어 영어회화의 기적"은 영어공부 실전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영어공부를 보통 수능, 토익, 토플을 목적으로 시작한다. 때문에 알아듣기도 힘든 어렵고 복잡한 구문만을 접하였고, 회화를 할 때에도 자꾸 어렵고 복잡한 구문으로 이야기하려고 하기 때문에 말문이 막히는 것은 아닐까? 처음 우리말을 시작하는 외국인들과 같이 쉽고 간결한 문장을 여러개 이어붙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전에 영어회화와 관련한 다큐를 본 적 있는데, 국제결혼 가정의 아이가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살펴보는 장면이 있었다. 아이는 위의 책 처럼 한 번 배운 간단한 문장을 반복하고 덧붙이고 응용하면서 회화에 눈을 뜨고 있었다. 저자가 말하는 것이 아이가 말을 배우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영어회화 강사들이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말"은 "소리"라는 것이다. 결국 입에 붙지 않으니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특히나 우리나라는 정확한 영어발음을 크게 신경 쓰기 때문에 더더욱 소리내어 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나의 회화실력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많은 영어강사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 바로 한국말로 해석하지 말라는 것. 언어에는 그 나라의 사고방식이 담겨있다. 그것을 억지로 한국사고방식으로 바꾸지 말고 영어의 사고방식에 익숙해짐으로써 영어에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

 

 

초반에 영어공부 방식을 설명한 뒤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영어말문을 트기 위한 연습을 하게 된다.

 

 

매일매일 짧은 분량으로 동화책의 한 문장을 공부하게 된다. 이정도는 쉽게 해석이 될 정도로 간단한 문장이지만, 내가 스스로 이 문장을 만들어 말하고자 하면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 이 책으로 꾸준히 연습하면서 나도 자연스러운 말하기를 익히고 싶다.

 

 

내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 도대체 원서 한 권을 몇 번을 읽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계속 반속해서 읽어야 할 것 같은데 목표가 없으니 3~4번 읽으면 질려서 다른 책을 찾곤 하였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 해주는데 바로 내가 목표하는 수준에 맞춰 원서를 반복 공부하라고 한다. 나는 자연스러운 일상회화가 가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려운 전문용어들(예를 들어 Magic Tree House에서 나오는 각 주제별 전문용어들)보다는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크게 신경을 쓰고 이 부분을 완벽히 익히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고 새롭게 다짐하게 되었다.

(이 리뷰는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하노 벡.우르반 바허.마르코 헤으만 지음, 강영옥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이름을 보는 순간 왠지모르게 어려운 경제관련 서적이구나 하는 생각에 꺼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화폐의 역사부터 최초의 인플레이션, 그 후 정치인들에 의해 이용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낸 책이다.

<p.187 양팔저울로 도식화 시키면 쉽다. 저울의 한 쪽 접시에는 화폐가, 다른 한 쪽 접시에는 재화가 담겨있다. 화폐가 담긴 접시에 화폐를 너무 많이 올려 놓으면 접시가 아래로 기울면서, 재화가 담긴 접시가 위로 올라간다. 쉽게 말해 물가가 상승한다.>

대학 교양강의에서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에대해 외우기만 했던 부분인데 이렇게 저울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너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학교때도 이렇게 쉽게 풀어서 배웠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경제관련 서적은 주로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전문가 입장에서 쓰여지기에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은 외국인 저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제학 개념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다.

 

 

<p.106 가난에 찌들고 굶주린 하류계층, 텅 빈 국고... 민중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라는 거의 통제 불능이었다 . 집권당인 국민의회는 성난 민중으로부터 더 이상 세금을 거둬들일 수 없없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정치인들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70년 전 존 로가 프랑스 경제룰 붕괴시키는데 일조했던 그 수법을 또 써먹은 것이다. 결국 정부는 지폐 발행량을 늘렸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대학 경제 교양강의를 통해 익숙하다고 생각해왔으나 책을 읽으며 내가 겉핥기로만 알고 있었단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인플레이션은 간단히 시중에 화폐량이 증가하여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물건의 가치가 오르는,즉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용어의 정의를 외우면서 한 번도 "시장에 화폐량이 많아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에서 이러한 의문을 명쾌하게 해결해주는데 바로 국가가 돈이 필요해서 돈을 찍어내는 것이다 . 정치인들이 인플레이션이 가져올 부작용을 분명 역사를 통해 인지하고 있으나 부채가 늘고 가용가능한 돈이 줄어들면 결국 화폐를 새롭게 주조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결국 많은 인플레이션 현상은 정치인들의 입맛에 맞게 화폐주조를 조정한 결과인 것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본 개념과 정치적 술수로서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먼저 설명한 뒤, 다양한 경제학 개념들을 인용하여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천천히 읽어나가며 인플레이션에 대해 한층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또한 우리가 익히 들었으나 제대로는 모르고 있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2016년 베네수엘라 초인플레이션 사태 등 익숙한 사건들을 예로 들어 인플레이션이란 개념에 한층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자산관리에서 흔히 접하는 포트폴리오 관리 원칙에 대해 이야기하며 단순한 경제학교양서가 아니라 현실에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책으로써 마무리된다.

돈에 대한 공부가 중요함을 알고 있지만 제대로 경제를 공부하고자 마음먹으면 어려운 용어와 개념들로 인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수많은 경제서적 중에서도 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을 다잡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리뷰는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이한 제목과 일본 작가라는 점이 어우러져 독특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호기심에 책을 집어들었다.
이사카 고타로는 꽤나 유명한 소설가인 듯 하나,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를 처음 접하였다.
그는 원래 개성있는 세계관으로 유명한 듯 한데, 이 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작가는 일본의 한 도시를 가상으로 설정하여, "평화경찰"이라는 국가기관을 통해 정의, 폭력, 집단감정 등을 맛깔나게 그려내었다.
국가는 안전지구를 만들고자 '센다이'라는 지방에서 '평화경찰'이라는 조직을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평화경찰의 취지는 위험인물들을 '미리' 배제하여 질서와 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위험인물이 불법적인 행동을 저지르기도 전에 예상되는 인물들을 잡아들여 '취조'하여 죄를 밝혀낸다.
이 소설이 쓰여진 시점이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전에 일본에서 범죄를 저지르기도 전에 모의를 하였거나 의심되는 사람을 구속수사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였다는 이야기를 tv 비정상회담을 통해 본 적이 있는데 혹시나 이 법안을 비판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경찰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폭력에 물들어간다. 그들은 이제 더이상 범죄자를 처단하는 것이 아니라, "취조"라는 이름을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범죄자를 "만들어"내는 광기에 물든 것을 보였다. 또한 위험인물이 범죄를 인정할 경우에는 단두대에서 공개 처형을 하는데 처형을 지켜보는 일반 시민들 또한 이러한 폭력적 광기에 물들어 간다.

정말 중세 마녀사냥이 돌아온 것일까 싶을 정도로 폭력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잘 그려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평화경찰에 반하는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평화경찰의 모함한 위험인물들을 차례로 구출해내는데, 이 '정의의 편'을 잡기 위한 평화경찰의 사투가 주요 줄거리이다.

재미있는 반전은 이 정의의 편에게 있다. 그는 정말 정의를 위해 평화경찰과 싸우는 것일까? 그의 정의는 어떤것일까 생각하며 읽고 있는 독자에게 '너는 다 틀렸다!'라며 뒤통수를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작가에게 배신감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오히려 이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인정하게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작가는 히어로물과 같은 정의의 사도를 그려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만의 독특한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과연 정의는 어디에 있을까? 작가가 답을 주어주지 않았기에 생각하게 되는 질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칼과 혀 -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제 패망 직전 만주땅을 배경으로 3명의 주인공들이 얽혀나가는 이야기이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면 대부분 독립운동이나 일제탄압이 주요 소재가 되는데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요리가 중심소재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총 3명이다. 일본 관동군 사령관이자 미식가인 오토조 (본인은 어릴때 이름인 모리라고 불리길 원한다), 요리사였던 아버지의 유품인 도마를 가지고 마찬가지로 요리사의 길을 걷는 중국인 첸, 위안부 생활에서 도망쳤으나 결국 일본군 사령관과 엮이고 마는 조선여인 길순.
이 3명의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나오기 때문에 초반에는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견디고 읽어나가면 이야기 내용에 빠져 시점 변화의 어려움 따위는 금새 잊고 만다.

3명의 등장인물은 각각 사연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며, 사상도 다른 개성적인 인물들이다. 나는 3명 중에서도 유독 일본 사령관 모리에게 마음이 쓰였다. 관동군 총사령관 정도라면 그는 본국에서 꽤나 엘리트 인재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읜 것에 대한 상처와 그리움을 가진채 어른이 된 그는 여전히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그는 미륵불상에서 어머니의 포용력을 찾고, 길순의 여인의 품에서 어머니의 포근함을 찾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요리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찾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불상도, 길순도, 요리도 결국 어머니를 대신할 수는 없는 법. 패망해가는 국가를 보며,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모리는 결국 전쟁의 끝이 패전이라고 생각한듯 하다) 끝없이 천상의 요리, 즉 어머니의 손맛을 찾는 그의 모습이 묘하게 비현실적이면서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길순은 아무래도 같은 여성이란 점에서 모리 다음으로 마음이 쓰였던 인물이다. 그녀는 어린시절에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렸으며, 꽃다운 십대에는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다. 위안부에서 탈출한 후에는 첸에게 몸을 의탁했으나 첸이 만주로 이동하면서 만주에 머무르던 오빠의 눈에 띄고 만다. 오빠는 그녀에게 조선여인의 기개를 보이라 소리치며 그녀의 희생을 강요한다. 글에서 그녀는 종종 오빠의 환상에 시달린다. 평소에는 남자들은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에서는 오빠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전쟁의 참상에서 여성이 겪는 정신상태를 형상화한다면 바로 길순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3명 중 아무리 이해하고자 해도 이해할 수 없었던 인물은 첸이었다. 그는 사회주의 운동을 위해 관동군에 요리사로 잠입해 암살을 시도한다. 그런데 그의 암살방식은 내가 보기엔 너무 허술하게만 느껴졌다. 설마 진짜로 저게 끝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는 그저 요리사로 살아가는게 맞는 사람인것 같은데 왜 저런 해방운동에 뛰어들어 스스로를 괴롭히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3명의 인물은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읽어보면 나와 다른 느낌을 잗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강렬한 카리스마로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쉽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읽고나면 계속해서 등장인물에 대해 곱씹게 되는 매력이 있는 이야기이다.

(이 리뷰는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