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 - 도쿄 독립 서점 Title 이야기
쓰지야마 요시오 지음, 정수윤 옮김 / 돌베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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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요새들어 '독립서점'이 간혹 보이곤 한다.

대형 서점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책방지기의 생각과 분위기 닮은

독특하고 재밌는 테마가 다른 독립서점이 많아

여행을 가면 그 지방의 독립서점을 찾아가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퇴직후의 삶을 생각하다보며 '독립서점'을 여는 일에 대하여 고민하던 중에

일본에서 독립서점 Title을 운영하고 있는 쓰지야마 요시오의 저서

<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을 읽게 되었다.


Title에서는 매일 아칩 8시에 오늘의 책을 업데이트 하고,

정오가 되면 셔터를 올려 서점 정경을 사진으로 찍어서 오픈을 알린다.

어느 틈엔가 생겨난 이 서점의 고유의 시스템이다.

설령 작업이 밀리더라도 무심하게 루틴을 따르다 보면

그 정체가 해소되고, 일은 다시금 앞으로 나아간다.


서점에 있는 한 권의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보이면서

동시에 머나먼 과거나 이국으로부터 온 목소리다.

그런 목소리는 마음을 차분히 한 뒤 몸을 약간 기울이듯 하여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서점에 들어오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고

책이 전하는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본래의 그 사람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이어온 개인 상점들은 거의 전국 유통 체인점에 자리를 내어주고,

어느 지방이나 엇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선택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한 측면도 있지만

소비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해주고 기억해주는 장소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듯하다.

책마다 내고 있는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고,

애정을 담아 서가에 빛을 머물게 하고,

자주 찾아주는 단골손님들의 안부를 물어주는 독립서점이

현대사회에서 다시금 생겨나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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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한 하루
타라 미치코 지음, 김지혜 옮김 / 더난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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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타라 미치코는 55년전 가나가와현의 아파트에 가족과 함께 살며

아이들을 키우고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7년전 남편을 떠나보낸 후

여전히 그 아파트에서 혼자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요즘 사회는 나홀로 거주하는 가족이 많아지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 책 <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 더한 하루> 저자

타라 미치코는 가족들의 동거 제안에도 거절하며 고즈넉하고, 자유로운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고 해서 관심이 갔다.​​

저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15평의 아파트로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에

넓은집에도 살아봤지만, 청소하기도 힘들고 가족이 모두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크기의 집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87세의 나이지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은

건강한 음식과 규칙적인 생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노력하고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에 있는 것 같다.

언제나 '즐기지 않으면 손해'라는 마음가짐을 살기에 힘들 때도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항상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저자는 아침, 점심, 저녁을 일정한 시간에 맞춰 간단하지만 영양가 있는

정성스러운 밥상을 본인에게 선사하는데, 간편하고도 냉동보관하여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몇가지 소개하고 있다.

건강식품은 따로 챙겨먹지는 않지만 마트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것들은 일단 시대해보고 효과를 확인한다.

사소한 음식이더라도 정성스럽게 만들고, 예쁜 반찬에 담아 먹는 습관들 들인다.



들꽃을 이용하여 가꾸는 창가는 화려하지 않지만

소소한 삶의 작은 변화가 되는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한다.

살아가면서 본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만니기도 했지만

도망치거나 외면하지 않고, 몇 년 동안 인사를 계속했더니 결국 상대방이

포기했던 경험이 있다. 다른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지 못하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복수가 아니라 친절을

되돌려주면 상대방도 마음을 연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내 선생님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못된말을 들으면 "이런 말을 하면 상처받는구나"라고 깨달으면 된다.



저자는 7년째 혼자 살고 있지만 외롭지 않다.

함께할 사람이 없다면 혼자 떠나는 여행을 즐기고

간단하게 먹더라도 예쁘게 정성껏 나 자신에게 밥상을 선물하고

할 수 없는 일일 점점 늘어나지만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즐기면서 살아간다.

하고 싶은 일을 결심한 순간 바로 행동에 옮기지만

힘에 부치면 그냥 표기한다. 적당히도 괜찮다.

집과 재산이 없지만 원하는 삶을 살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비결이다.

혼자 살면서 가족에게 의지하게 되면 조금씩 불편함에 쌓이게 되고

그러면 결국 가족사이가 멀어지게 마련이다.

출가한 가족이라면 만나서 반가울 만큼 가끔 만나는 것이 현명하다.

인생을 조금 더 많이 살아 익숙한 경험이 많은 것일 뿐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은 내가 모르는 세상을 보여준다.

꾸준한 독서와 취미생활을 통해 몰임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삶을 지루하지 않고 풍부하게 살아 갈 수 있는 비결이다.



이 책은 저자 타라 미치코가 자신의 삶을 손자가 유튜브를 통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고, 출판사로부터 책 출판 제의를 받아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87세의 나이로 나의 삶을 기록한 책을 한권 만든다는 것은 멋진 일인 것 같다.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읽는 내내 나의 노후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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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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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천위안은 현대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시리즈의

인물로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조, 제갈량, 관우, 유비, 손권, 사마의를 선택했다.

심리학을 통해 이들의 삶과 삼국시대의 이야기를 재해석한 방식은

이제껏 시대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식이다.

2천년 전 난세 영웅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해석하려는 시도는 대단히 흥미롭다.


<1부. 제갈량, 세상이 원하다>

'심드렁한 판매자' 책략이란 판매자가 자신의 본심을 감춤으로써

구매자를 유인해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물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제갈량은 유비의 간청에도 심드렁한 판매자 책략을 이용하여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유비에게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만들었다.

제갈량이 처놓은 덫에 걸린 유비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행동함정에 빠진다.

즉, 개인 또는 집단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행동을 택했는데

결국 바람직하지 못한 상태가 되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이 행동함정은 "투자의 함정"이다.

투자한 회사에서 손실이 나면 사람들은 이 손실을 메우고 수익을 내기 위해

자신이 산 주식이 원가손실을 입게 되면 과감하게 팔아치우지 않고 오히려

손실을 메우기 위해 주식을 더 매입한다.

유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제갈량을 만나기 위해 두번이나 초가를 찾았지만

제갈량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비가 할 수 있는 일은

끝장을 보기 위해 추가로 투자하는 것뿐이었다.

그러지 않고 관우와 장비가 말한 대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 물러났다면

본전을 다 잃고 재기할 기회마저 잃는 셈이 되고 만다.

<2부. 제갈량, 때를 알고 나서다>

누구든 자신이 등판할 때를 알아야 한다. 소소한 일상에서도 사회적 요구나 대의를 위한

일에서도 자신이 나서야 할 시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가장 적절할 때 등장하면 자신의 진가가 발휘되고 이름을 알릴 수 있다.

행운이 따르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찾아온 행운의 이용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기회는 빨리 눈치채고 잡으려는 사람에게 잡힌다. 준비된 자의 몫이기도 하다.

무작정 팔을 벌리고 서있다고 기회가 저절로 품에 안기지 않는다.

제삼자에게 천하에 어려운 일은 없다. 남이 일군 성공은 쉬워 보인다.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흠을 지적하기는 쉽다. 그렇게 지적질하는 사람들은

도미솔도 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지적하고 평가한다.

은혜를 베푸는 일은 얼마만큼 긴 안목을 가졌는지 시험할 좋은 길이다.

발밑에 시선을 둔 자는 타인에게 너그럽지 못하다.

하나만 아는 사람도 더불어 나아갈 길과 방향을 모른다.

그로 인해 손안의 것만 움켜잡으려 한다.

인생을 멀리 보면 매사에 관대해질 수 있다.

<3부. 제갈량, 진가를 선보이다>

띄워주는 말은 언제나 효과적이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의해 공개적으로 '매우 대단한 사람'으로 치켜세워지면

그 말과 '일치'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경험은 인생의 칼슘제로 힘이자 보약이다.

승승장구한 경험만 이어지면 좋겠지만 이는 오만을 낳는다.

인생에서 약효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패와 좌절, 뒤처짐이나 낭패의 경험은 입에 쓴 보약이다.

이런 경험을 받아들였다면 기꺼이 수용하라.

역경 속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포장할 줄 알아야 한다.

전화위복, 고진감래, 새옹지마란 말은 당신을 다독이기 위해 만들어진 사자성어가 아니다.

삶의 철학이며 선조의 지혜이다.

그러므로 힘든 가운데에서도 자신에게 득이 되는 점을 발견하자.

시기는 배움의 눈을 가린다. 질투는 경청의 귀를 막는다.

유아독존이 되려는 설정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남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

다른 이들은 나의 스승이다. 이를 간과하지 말고 늘 겸손함으로 무장하자.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이다.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은 우리의 중요한 의무이다.

당신이 존중해주는 만큼 상대도 당신을 존중한다.

당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상대의 자존심을 짓밝는다면

무참히 무너지는 것은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에 죄책감을 심을 줄 알아야 한다.

죄책감을 일깨우기 위해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지 말고 상처응 보여줘라.

눈으로 감지한 아픔과 상처의 깊이에 상대는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그래야만 그가 변한다. 억지로 주지시킬 필요가 없다.

사람은 습관적으로 과유불급의 우를 범한다.

넘치게 채워야 더 가진 나은 사람이 되는 양 지나치게 행동한다.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모자란 사람으로 단정 짓는 심리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약간 허기진 배에 들어간 음식이 맛있다.


<4부. 제갈량, 승부수를 던지다>

세상에 이유 없는 사랑은 있어도 이유 없는 증오는 없다.

미움의 감정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그로 인해 내면에 깃든 긍정의 감정까지 불태워버릴지 모른다.

결국, 누구의 손해인지 알아야 한다.

가장 큰 성공의 과실을 맛볼 때, 가장 큰 실패의 씨앗은 이미 땅속에 뿌리를 내렸다고 봐야 한다.

예측 불가한 것이 우리 삶 아닌가, 누군가와 희비가 엇갈리는 일에서 부턱대고 쾌재를 부르지 마라.

다음은 당신 차례이다.

절대로 남에게 공격을 유발하는 좌절감을 안기지 마라.

상대가 복수의 칼날을 가는 순간 당신은 쓰러진다.

상생과 공생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혹여 한번의 실수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면 바로 사과하고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 외면하면 당신은 후에 치명상을 입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은 평생의 시간을 들여 '무력'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손을 내저으며 거부하고 자신 있음을 내비치지만 속내는 두렵고 망설여진다.

여기에는 감당하기에도 벅참이 있지만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심리적 요인이 크다.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자. 실수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저자인 심라학자 천위안은 현대 사회심리학 이론을 통해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분석하는

심리설사의 창시자로 통하고 있는데,

이 책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는 크게 유비가 제갈량을 출사시키고(1부),

제갈량이 100만 조조군에 대항하여 첫승을 기록하고(2부),

손권의 힘을 이용하여 난국을 해결하기 위하여 동오로 파견을 가서 겪은 일(3부)

제갈량이 유비에게 돌아와 책략을 펼치는 일(4부)로 구분하여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제갈량이 보이는 눈부신 전략을 현대 심리학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오랜시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하여 알아낸 심리학적 이론을

심리학이라는 단어가 생기기도 전에 제갈량이 이를 생각해내고 이용했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당장 손해라고 생각되어 속상한 마음에 분노를 표현하고 싶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에 죄책감을 심어주면 훗날 이로 인해

상대의 마음이 변할 것이라는 것, 띄워주는 말은 언제나 효과적이라는 것,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나서서 알아주기를 원할 것이 아니라

심드렁한 판매자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 등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꼭 알고 활용할 필요가 있는 이론이라고 생각된다.

저자 천위안의 다른 저서인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한다>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갈량이라는 인물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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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가드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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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2년 <검은 개들의 왕>으로 등단한

마윤제의 단편소설집으로

표지에 오동통한 여자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눈에 눈물이 맺혀있지만,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우고 있는 모습이 인상깊다. 

<강>

"강 중간쯤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형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 뭔가 내 발목을 감았다. 몸이 물속으로 쑥 끌려 들어갔다. 난 사력을 다해 발버둥쳤다. 그러나 몸이 계속 아래로 끌려 내려 갔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강물이 살아 있는 듯 꿈틀거렸다. 소용돌이치는 물속에서 무언가 다가왔다. 검은 물고기의 아가미에서 시커먼 오물이 울컥울컥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물고기 뒤에서 형이 웃고 있었다."

<도서관의 유령들>

"세상에는 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들은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세상은 가혹했다. 어딘가에 속하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은 물론이고 많은 걸 희생해야만 했다. 기존 질서와 카테고리에 들어가기 위한 선결 조건은 복종이었다. 복정을 위해선 모든 걸 버려야 했다. 개성과 가치를 버리고 복종을 맹세한 뒤에야 비로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복종을 거부한 사람은 철저하게 배척당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유령이 되었다."

<라이프가드>

"엄마는 세상에 완벽한 진실은 없다고 말했다. 또 절대적인 거짓도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오늘의 거짓은 내일의 진실이 되고 내일의 진실은 또 다른 날의 거짓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유지는 저 찬란한 빛 속에 시기와 질투가 뱀처럼 똬리를 틀고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둠이 바다에 은하수처럼 점점이 흩뿌려진 빛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그러면 한 마리 새처럼 훨훨 날아갈 것 같았다."

<어느 봄날에>

"암컷을 둘러싼 멧돼지들이 수컷 한마리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아마도 경쟁자를 제거하는 것 같았다. 무리에서 밀려난 수컷이 씩씩거리며 머리를 들이밀자 수컷들이 재빨리 막아섰다. 수컷은 무리 주변을 맴돌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지만, 끝내 봉쇄를 뚫지 못했다. 화가 난 수컷이 방목장 입구에 서 있는 떡갈나무에 머리를 들이박았다. 헐벗은 나무가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수컷들의 구애에 정신이 팔린 암컷은 눈길을 한번 주지 않았다. "

<버진 블루 라군>

"북쪽 해안에 도착한 여자는 바위에 걸터앉아 캔을 열었다. 탄산의 짜릿한 청량감이 식도를 훑고 내려갔다. 순간 제주 해안 절벽의 바에서 마신 칵테일이 떠올랐다. 카리브해를 연상시키는 '버진 블루 라군'이었다. 푸른빛 칵테일을 생각하자 복잡하게 뒤엉킨 것들이 간명해졌다. 세계는 단순했다. 원인과 결과라는 두 개의 명제가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 여자에게는 원인은 사라지고 결과만 있었다. 여자는 불룩 나온 배를 어루만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진 원인을 깊이 생각했다."

<옥수수밭의 구덩이>

"그는 벌렁 드러누웠다. 그 느낌은 거짓이었다. 진실이라고 믿은 건 거짓이었다. 처음부터 구덩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있었는데 코 큰 사내를 만나고 온 사이에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은 것이다. 돌이켜보면 늘 그랬다. 지금껏 모든 일이 전부 그런식이었다. 실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난 달이 눈앞에 있었다. 구덩이는 편안했다. 어머니 배 속처럼 안락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옥수수가 파도 소리처럼 쏴아 쏴아 흔들렸다. 어디선가 쿵 소리가 났다. 누군가 구덩이를 파는 소리였다. 헛된 기대와 희망을 품은 소리가 광활한 옥수수 밭을 흔들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조니워커 블루>

"낮과 밤의 세계는 달랐다. 한낮의 규칙과 질서에 순응하던 사람들은 어둠이 내리면 돌변했다. 성난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밤거리를 휘젓던 그들은 날이 밝아올 무렵에야 정신을 찾았다. 그리고 지난밤의 말과 행동을 부끄러워하며 길들인 고양이로 돌아갔다. 현기는 가식과 위선의 가면을 벗어던진 사람들의 사이를 거닐자 마음이 편해졌다. 한낮동안 느리게 흐르던 피의 흐름이 빨라졌다. 비로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망 좋은 방>

"작업복 두명도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는 술잔을 들고 노래를 합창하는 작업복들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목구멍이 간질간질하고 혀가 꿈틀거렸다. 그는 냉면 그릇으로 손을 뻗어 소금을 한 주먹 쥐고 농부가 밭에 씨를 뿌리듯 석쇠의 고깃덩어리에 소금을 쳤다. 작업복들의 노랙소리 사이로 반주를 맞추듯 소금이 타닥타닥 튀어 올랐다."

저자 마윤제의 <라이프라드>는 단편소설을 엮은 소설집이다.

단편은 짧은 이야기로 찰나의 순간을 다룬다.

단순한 이야기도 있고 어떤 소설은 은유를 앞세워서

복잡하고 이해하기 쉽지 않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단편소설은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단편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 자신의

뒷모습을 훔쳐보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 책의 표지에 나와있는 살짝 미소를 짓고 있지만

어딘가 슬퍼보이는 눈빛처럼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슬프고 어긋난 부분이

있기 마련일 것이다.

소설 <라이프가드>속 주인공 들은 다들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자리를 찾아 해맨다.

이 속에 속하지 못한 사람은 다른 이들을 질투하고 시기한다.

인간의 깊은 곳에 숨어져 있는 어두움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하다.

저자 마윤제의 작품은 섬세한 표현과 독창적인

유가 많아서 책을 읽다보면

마치 그 장면이 떠오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검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많은데 멀리서 바라보면 고요한 바다가 안에 들어가보면 세찬 파도가 있듯이

인간의 삶도 멀리서 보면 모두 행복해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각자의 힘듦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마윤제 작가의 작품은 처음 접하는데, 이 작가의 장편소설

<8월의 태양>, <바람을 만드는 사람>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사색이 필요할 때 다시 펼쳐보면 좋을 책이다.

<해당 글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작성하였습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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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잃어버린 선물 - 모두에게 힘을 주는 '희망'에 대한 100가지 성찰
송준석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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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잃어버린 선물>>의 작가 송준석은 이 책을 통해

어렵도 힘든 상황에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용기를 내어

절망의 시기에 잉태되어 있는 '잃어버린 선물'을 우리 함께 찾아

행복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고자 희망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은 총 10가지 책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책터의 제목마다 깊게 생각하게 하는 메시지들이다.

chapter 1. 희망은 두려움과 상존합니다.

chapter 2. 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chapter 3. 시련이 성공으로 이끄는 힘입니다.

chapter 4.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옵니다.

chapter 5. 태풍이 주는 교훈이 있습니다.

chapter 6. 모든 슬픔은 치유됩니다.

chapter 7.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긍정적인 결과를 얻습니다.

chapter 8. 대비하는 노력 속에 우연이 힘을 발휘합니다.

chapter 9.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완전해집니다.

chapter 10. 죽음을 준비하는 삶에 희망이 있습니다.


아무리 큰 시리수를 저질렀더라도

항상 또 다른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실패라고 부르는 것은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추락한 채로 있는 것이다.

- 메리 픽포드 -

일이 안되는 것을 재수가 없어서라 여기고 어차피 해도

되지 않을 것이라 여겨 시도도 하지 않으면

영원히 실패자고 남게 된다.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스스로 부정적으로 보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봐준단 말인가..

스스로부터 강점을 찾고, 계발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큰 시련이 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이제 더는 당신이 원했던 것들을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러니 ' 지금 시작하세요'

- 파울로 코엘료 -

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사람들의 안위와 눈치를 살피느라

못해본 일들이 있다.

그러나 어느날 문든 진정으로 원하는 일들을 할 시간이 없어

못한다고 생각하면

울컥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서투르더라도 막막하더라도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한뼘씩 시작해보자.

정말 우물쭈물 하다가 무덤속으로 주소를 옮기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의 성격은 편안한 생활에서는 발전할 수 없다.

시련을 통해 인간의 정신은 단련되고

어떤 일을 똑똑히 판단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며

더욱 큰 희망을 품고 그것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 헬렌 켈러 -

시련과 고난 중에도 최선을 다할 때 기회가 온다는 확신을 갖고

노력하면 반드시 기적이라는 선물이 주어진다.

내가 세상에서 해야 할 많은 일이 있고

그 일을 이루는 데는 수많은 해법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 일이 안되면 모든 것이 끝이다는 생각을 멈추고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면 반드시 길이 열릴 것이다.

어떤 일을 해내기로 결심했으면

그 어떤 지겨움과 혐오감도 마다 않고 완수하라!

고단한 일을 해낸 데서 오는 자신감은 실로 엄청나다

- 아놀드 베넷 -

불현듯 내가 하는 일은 어렵고 힘든데,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상당히 쉽고 빠르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상대방이 이루는 데 걸린 노력에 포함된 지겨움과 혐오감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나는 성급하게 어떤 것을 이루려 하고 있지 않은지 경계해야 한다.

일이 쉽게 풀리는 것은 좋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가 그 일을 이루는 자격을 갖추었는지 판단해보고

미리 준비하고 기다린다면 그 일을 멋지게 해낼 기회가 온다.

태풍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끄집어낸다.

잔잔한 바다는 그렇지 않다.

- 맥스 루케이도 -

삶의 고난은 마치 태풍을 피하고 싶듯, 맞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고난이 자신을 돌아보고 각성케하는 계기가 되며

삶의 전환점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위기와 난관은 지나쳤던 숨겨진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하고

대충 때우지 않고 철저하게 파헤치며 풀어가게 한다.

꿈을 이루기 전까지는

꿈꾸는 사람을 가혹하게 다룬다.

- 원스턴 처칠 -

바라지만 이루기 힘들기 때문에 꿈일 것이다.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뭐든지 쉽게 얻으려는 경향이 있기에

이룰 수 없다고 쉽게 포기하고, 또 다른 꿈을 좇다가 실패를 반복하는

패배자가 되기도 한다.

어려움을 이겨낼 각오를 단단히 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꿈은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속도를 줄이고 인생을 즐겨라

너무 빨리 가다 보면 놓치는 것은 주위 경관뿐이 아니다.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게 된다.

- 에디 켄터 -

우리의 욕망은 끝이 없어 그 달성을 위해 중요한 시간을 허비한 채

재화의 축적을 위해서만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양과 속도가 아니라 진정한 질과

여유로운 음미와 방향이다.

하루하루를 산 오르는 것처럼 살아라.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등반하되 지나치는 순간순간의 경치를 감상하라.

그러면 어느 순간 산 정상에 올라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며

그곳에서 인생 여정 중 최대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 헤럴드v. 맬처트 -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저자의 너무 긍정적이기만 하는 말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 이 책은 마치 긍정언어의 선물세트 같은 느낌으로

계속 긍정적인 언어를 읽다보면 어느샌가 긍정적인 마인드가

마음속에 슬며시 자라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별이 밝은 것을 알려면 어둠이 있어야 하듯이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에 최고의 출력을 내듯이

힘든 비상의 시기에 오히려 더 높은 곳을 열망하고

현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곳을 희망할 때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박차고 나 갈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힘든 상황에서 힘듦을 용기있게 대하면

우리는 점점 성숙하게 익어가며 삶이 풍성해 지고

절망이 희망으로 바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절망의 시기에 처지를 탓하며 세월을 원망하고 지내다가

어둠안에 숨겨져 있는 희망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다.

삶의 힘듦은 처지라고 치부하고 받아들이기만 할 것인가

절망 안에서 희망을 갖고 발전하려고 노력할 것인가

내일은 오늘 내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는 스스로의 선택이다.

이 책은 짧은 문장을 주제로 저자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각 챕터별로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여유로운 시간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세팅하고 싶을 때

가끔 펼쳐보면서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절망적인 상황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갖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해당 글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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