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어?
마크 러셀 지음, 섀넌 휠러 그림, 김태령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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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판매량 1위라는 성경의 내용은 우리가 소비하는 영화, 책, 드라마등 여러가지 컨텐츠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어린시절 잠깐 교회를 다녔지만 목사님의 설교도 잘 듣지 않았고 성경책도 보지 않았기에 사실 성경의 내용은 거의 모르지만 에반 올마이티, 다빈치 코드 같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성경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덕분에 성경책은 못봤지만 카인과 아벨, 노아의 방주, 솔로몬, 아담과 이브에 대해서는 약간이나마 알고 있다. 때문에 재미있는 이야기들의 소재가 된 만큼 성경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성경을 읽자니 잘 이해도 안되고 무엇보다 너무 재미가 없어서 읽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성경도 안 읽어본 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웬걸? 재미있는 소설을 읽듯이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을 합쳐 성경의 모든 내용을 압축한 듯한 이 책은 이야기가 흘러가는 속도가 빨랐고 작가의 걸출한 필력덕에 무척 재미있었다. 성경을 한번이라도 펼쳐봤다면 알 것이다. 성경이 얼마나 읽기 어려운지. 알쏭달쏭 퀴즈를 해석하는 기분이 든다는 걸. 다만 소설처럼 생각하자면 무척 재미있었는데 이 책이 한 종교의 성서의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다소 당혹스러운 면이 많았다. 특히 구약성서 부분에 그런 얘기들이 좀 있었는데 예를들면 다른 이의 땅에 침략해서 남자와 여자와 아이들을 모두 죽이고 그 땅에 나라를 세웠는데 그 땅의 원주민들을 악이라도 되는 듯 설명하는 부분이나, 아버지와 딸이 근친을 하여 자식을 낳는 내용이 나온다던가, 입다의 딸이 인간제물로 불에 태워 바쳐진다던가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야말로 막장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들이다.

소설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실화라면 원주민 입장에서는 이스라엘을 세운 아브라함의 자손들이 자기네를 침략한 '악' 아닐까? 그리고 아버지의 자식을 딸이 낳다니? 음... 지어낸 얘기겠지 싶지만 사실이라면 너무 역겨운 일이다. 사실 오랜시간 이어진 종교인만큼 성경도 권력자들에 의해 그동안 많이 변형돼지 않았을까 싶어서 이 안에 진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한다.

'성경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어'는 저자가 사람들에게 자신이 처음 성경을 발견했을 때 느꼈던 황홀한 감정을 전하고 싶어 썼다고 한다. 당황스런 내용들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저자가 성경의 내용을 재밌게 풀어서 써준 덕분에 성경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서 작가나 감독이 성경속 얘기를 소재로 썼다고 해도 그 내용을 모르니 잘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았는데 이제 어느정도 성경의 내용을 알았으니 앞으로 볼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성경속 내용이 나오면 알아챌 수 있겠다 싶어 기분이 좋다. 교회를 다니지도 않고 성경을 읽기도 힘든데 성경의 내용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작가의 뛰어난 필력과 유머감각 덕에 성경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으니까. 정말이지 성경을 이렇게 재미있게 써낸 작가의 걸출한 능력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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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딩크 여성 18명의 고민과 관계, 그리고 행복
최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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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결혼에 대해 묻는 사장님에게 딱히 생각 없다고 했다가 이기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사람들은 다 아이를 낳는데 혼자 안 낳겠다는 건 이기적이라는 거였다. 나는 그때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아이를 안 낳는다고 하면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되었다.


우리 사회는 출산율에 대해 여성들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사람들은 동시에 이미 태어난 아이들의 학대문제나 태어나 버려진 아이들의 해외입양 문제에는 무관심하더라. 심지어 회사에서는 아이를 낳고 재취업한 여성의 경력을 전혀 인정해 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예전 회사에서 출산 후 경력직으로 들어온 동료직원의 월급은 당시 신입이었던 나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런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사회속에서 일하다보면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여성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는 게 아이러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맞닥뜨렸을 때 그냥 침묵하거나 둘러대는 식으로 넘겼지만 이런 사회속에서 아이를 낳지 않기를 선택한 다른 여성들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책에서는 아이없이 살기로 한 미혼이거나 기혼 여성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하는 얘기들에는 내가 겪었거나 내 주변인이 겪은 일들이 있었기에 무척이나 공감이 되었다. 의외였던 건 아이없이 살기로 한 기혼여성은 스트레스가 무척 클거라고 생각한 내 예상이 틀렸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기혼여성임에도 아이없는 사는 선택을 했을 때 몇가지 요건만 충족되면 큰 스트레스 없이도 잘 살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육아휴직, 미혼여성의 커리어, 임신중지, 시댁과 부모의 기대 등등 여성으로 살며 부딪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진솔한 토크를 엿볼수 있어 기뻤다. 나보다 먼저 사회를 겪고 시댁을 겪은 언니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여성이거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 여성으로서 여러가지 불합리한 일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사회초년생이라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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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다스슝 지음, 오하나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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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다스슝은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저자가 장례식장에서 자신이 일하며 겪은 일들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장례식장 하면 엄숙하고 슬픈 분위기가 생각나지 않나? 그런 장례식장에서 있는 일을 책으로 내다니 과연 재미있을까? 너무 슬픈 얘기들로 가득한 건 아닐까? 순전히 호기심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내 생각은 완전히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이 책은 세상에나! 너무 웃긴 블랙유머로 가득했다. 이렇게 블랙유머를 잘 담아낸 책은 또 처음이었다. 읽는 동안 나도모르게 키득거리며 소리 내 웃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이렇게 웃어도 되나 하는 미묘한 죄책감을 느꼈다.


현실에서 쓴맛 가득한 일들을 애써 웃프게 유머로 넘기는 상황들을 보곤한다. 하지만 이렇게 장례식과 유머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재미있게 잘 엮어낸 책이라니!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비극적이고 불쾌할지 모를 얘기들을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저자의 재능에 감탄했다. 삶은 정말 내가 보는 대로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걸 저자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 똑같은 상황도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택해야 할 만큼 비극적이게, 누군가에게는 덤덤하게 유머러스하게 넘길 수 있는 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은 단순히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저자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배울 점도 있었다. 적어도 인생을 유쾌하게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정말 배우고 싶더라. 블랙유머가 가득한 장례식장에서 일하게 된 사람의 리얼 노동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하고싶다. 미치도록 웃긴 '블랙유머란 이런 것이다!'를 제대로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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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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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기자들이 실수를 하거나 몰카에서 사람들이 놀라고 당황하거나 하는 모습들을 보며 크게 웃고 즐거워한다. 하지만 이 감정은 현대에 갑자기 빵 하고 나타난 감정이 아니다. 고대 이집트의 무덤에는 한 조각가가 동료의 발에 망치를 떨어뜨리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기도 하고 3세기에 로마 황제는 공기를 넣어 부풀린 의자에 손님을 앉혔다가 바람을 빼 손님이 밑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즐겼다. 타인의 불행해 즐거워 하는 마음이라니. 그야말로 비열하고 옹졸하며 부정하고 싶은 감정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오랜시간 인간사에 긴밀히 관여해온 이 감정을 그저 부정하고 숨긴다고 있는 감정이 사라질까? 과연 이 감정은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들만 만들어 왔을까?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모두 'NO'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이 감정을 없앨수도 없고, 이 감정이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역할만을 하지도 않았다. 대체 이 감정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 감정을 샤덴프로이데라고 했다. 타인의 불행에 기뻐하는 마음이다. 단편적으로만 봤을때는 사악하기 그지없는 감정이지만 저자는 이 감정을 단순히 악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샤덴프로이데가 갖는 역할 중에 순기능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야 내 안에 있던 숨기고만 싶었던 이 감정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보편적으로 갖고 있지만 그저 숨기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유튜브 몰카 영상 조회수나 유명인들의 스캔들에 달린 댓글의 수만 봐도 이 감정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 안에 존재하는 이 샤덴프로이데가 갑자기 사라졌다거나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방법을 깨달았다거나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감정 또한 불완전한 인간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나니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인정하기 힘든 이 샤덴프로이데에 대해 샅샅이 파헤치는 책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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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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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다음 얘기가 예측이 안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였다. 처음에는 dna매치 시스템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어떤 식으로 얘기를 풀어갔을까 싶었는데 작가의 상상력은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야기 속 배경은 dna를 통해 영혼의 짝이나 다름없는 매치를 찾는 시스템이 보편화된 근미래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나와 딱 맞는 단 한명의 짝을 찾아주는 엄청난 시스템이지만 이 매치 시스템은 여러 문제를 안고있다. 만약 내가 찾은 짝이 시한부 환자라면? 혹은 사이코패스라면? 혹은 이미 죽은사람이라면? 혹은 유부남 유부녀라면? 나이차이가 30살 이상 나는 애기거나 노인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과 영혼이 그 사람을 보자마자 온몸으로 전율을 느낄만큼 사랑하게 되버린다면? 상황에 따라 아주 골치아파 질수도 있는 문제다.


'더 원'은 매치를 찾았지만 이런 갖가지 문제를 안고있는 5명의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도무지 다음 얘기가 예측되지 않는 몰입감 있는 스토리에 꽤 두꺼운 장편소설이었지만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이렇게 몰입도 강한 소설은 오랜만에 읽었달까. 작가는 매치시스템이라는 영화속에서나 볼법한 꿈같은 소재로 아이러니하게도 스릴러 소설을 썼다. dna로 내 영혼의 짝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이라니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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