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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기자들이 실수를 하거나 몰카에서 사람들이 놀라고 당황하거나 하는 모습들을 보며 크게 웃고 즐거워한다. 하지만 이 감정은 현대에 갑자기 빵 하고 나타난 감정이 아니다. 고대 이집트의 무덤에는 한 조각가가 동료의 발에 망치를 떨어뜨리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기도 하고 3세기에 로마 황제는 공기를 넣어 부풀린 의자에 손님을 앉혔다가 바람을 빼 손님이 밑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즐겼다. 타인의 불행해 즐거워 하는 마음이라니. 그야말로 비열하고 옹졸하며 부정하고 싶은 감정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오랜시간 인간사에 긴밀히 관여해온 이 감정을 그저 부정하고 숨긴다고 있는 감정이 사라질까? 과연 이 감정은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들만 만들어 왔을까?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모두 'NO'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이 감정을 없앨수도 없고, 이 감정이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역할만을 하지도 않았다. 대체 이 감정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 감정을 샤덴프로이데라고 했다. 타인의 불행에 기뻐하는 마음이다. 단편적으로만 봤을때는 사악하기 그지없는 감정이지만 저자는 이 감정을 단순히 악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샤덴프로이데가 갖는 역할 중에 순기능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야 내 안에 있던 숨기고만 싶었던 이 감정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보편적으로 갖고 있지만 그저 숨기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유튜브 몰카 영상 조회수나 유명인들의 스캔들에 달린 댓글의 수만 봐도 이 감정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 안에 존재하는 이 샤덴프로이데가 갑자기 사라졌다거나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방법을 깨달았다거나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감정 또한 불완전한 인간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나니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인정하기 힘든 이 샤덴프로이데에 대해 샅샅이 파헤치는 책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