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걷힌 자리엔
홍우림(젤리빈)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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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빈 작가님은 신작이 나왔다고 하면 두말 않고 보는 몇 안되는 작가님이다. 묘진전을 봤을 때부터 그 특유의 그림체와 분위기가 너무 취향저격이라 너무너무 좋아했고, 어둠이 걷힌 자리엔이 나왔을 때도 신나서 완결까지 쭉쭉 따라갔었다. 그런데 이번에 어둠이 걷힌 자리엔이 무려 소설로 나왔다길래 신나서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책을 받아서 읽어보기 전에는 솔직히 약간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림도 글케 잘 그리시는데 과연 소설도 재밌을까. 둘다 잘하는 게 쉬운게 아닌데. 읽어보니 재미 없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좀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웹툰과 스토리는 같지만 소설로 보는 건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웹툰으로 볼 때와는 또 느낌이 달랐다.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다. 동시에 이 작가님 소설이며 웹툰 그림이며 둘다 잘하다니 진짜 천재구나 싶었다.



신나서 책을 받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몇시간 만에 뚝딱 읽어버렸다. 이미 웹툰을 통해 전체 스토리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에피소드가 읽고 싶어서 끝까지 쭉 달려버렸다.



젤리빈 작가님의 이야기는 뭐랄까 참 미묘한 감정선을 느끼게 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저승으로 가길 거부한 영혼 오고오의 이야기부터 손님을 내쫓는 그림을 가진 찻집 주인, 인간을 사랑한 샘물, 괴기 물건 대회의 수상한 함, 정체불명 손님의 텃밭까지 각각의 에피소드가 가진 분위기도 달랐고 느껴지는 감정선도 달랐다. 오월중개소를 운영하는 주인공 두겸의 이야기를 큰 줄기로 여러 에피소드가 얽혀있는 옴니버스식 스토리였다.



어떤 이야기는 먹먹했고, 어떤 이야기는 분노가 올라왔으며, 어떤 이야기는 너무 깜찍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따뜻하고, 슬프고, 잔잔했다. 어떤 감정이라고 뭐라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느낌이랄까. 미묘하다고밖에는 달리 표현을 못하겠다. 나는 작품 전체를 흐르는 분위기가 개그거나 분노거나 재밌으면 다 좋아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감정선을 느끼게 하면서 뭐라 딱 꼬집기 어려운 미묘함이 있는 작품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매우 호!



어둠이 걷힌 자리엔을 읽고 나니 이전 작품이 묘진전도 소설화 된게 있을까 싶어 찾아봤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묘진전 소설화 계획은 없으신가요 작가님? 표지도 넘넘 취향저격으로 예쁘구 소설도 진짜 재밌다. 여러모로 읽어보길 참 잘했다 싶다.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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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 단 한 명의 백성도 굶어 죽지 않게 하라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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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선시대 하면 떠오르는 게 부정부패와 나라를 갉아먹는 신분제 등등 힘든 민생의 모습들이 떠올라서 그런지 조선시대에 그럴듯한 복지가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을 읽고보니 내가 정말 좁은 시각으로 조선시대를 보고 있었구나 싶었다.



조선사회를 지탱했던 핵심 개념은 민본주의였다. 민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민주주의의 권력은 시민의 합의로부터 나오지만 민본주의에서는 천심과 민심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선왕조의 복지 정책은 사실 복지보다는 시혜에 가까웠다. 신분제가 존재했고 왕과 양반이 지배하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그 시대의 한계였겠지만. 어찌됐든 지배층은 굶어죽는 백성이 없게 하기 위해 그 당시 기준으로 혁신적인 정책들을 내놨지만 부정부패로 인해 실효성은 많이 떨어졌던 것 같다.



천재지변이나 기근같은 재난상황에도 곡식을 풀었고, 환곡을 통해 춘궁기의 백성들이 굶어죽는 걸 막아보려 했고, 절이나 관청에서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는 무료 급식까지 하면서 다양한 복지를 시도했다. 이 뿐만 아니라 버려진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아동복지부터 노인복지, 여성복지, 장애인복지, 노비복지까지 존재했다.



신분제가 존재했던 상황인지라 10세가 넘어서도 돌려달라고 하는 사람이 없을 경우 양육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노비로 삼는 것을 허락한다는 게 참 씁쓸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인데 숨겨놓고 노비로 키웠다거나, 남의 집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거나 해서 아이가 성장한 후 친권 또는 노비소유권을 두고 소송도 적잖게 벌어졌다고 한다. 아동복지정책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보완되었고, 특히 정조는 아동복지 정책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였다.



놀라웠던 건 서울과 달리 지방에서는 유기아가 발생하는 일 자체가 드물었다고 하는데 이는 유랑민 문제와 맞닿아 있다. 흉년이 들면 식량이 떨어진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서울에 몰려들었다가 부모가 죽거나 잃어버리거나 여러 사정으로 유기아가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가 잘 유지된 지방에서는 유기아 자체가 드물었을 뿐더러, 유기아가 발생해도 마을이나 사찰에서 기르는 게 오래된 국룰이었다.



백일의 낭군님이라는 드라마는 안봐서 몰랐는데 여기서 나오는 국가 주도 혼인 사업도 조선시대의 복지였던 거다. 결혼 지원 복지라니. 조선시대가 가족이 복지의 주요 공급자가 되는, 복지의 1차적 책임은 가족 중심의 경제 공동체에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었고, 또 홀로 사는 여성의 사회, 경제적 자립은 조선의 체제를 강력하게 뒤흔들 수 있는 리스크였다. 조선 공동체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가족이었으니까. 해서 여성의 복지라는 건 어디까지나 그들이 노동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아니라 보호 대상으로 편입하는 것이었다.



사실 조선시대의 복지를 살펴보는 책이라는 점에서 좀 딱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다양한 역사적 사료를 통해 예시를 들어주며 복지정책들을 설명해서 그런지 재미있게 읽었다. 비록 조선의 복지정책은 여러 문제가 있었고, 시대·환경·경제 등의 차이로 그 시대의 복지정책을 지금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적어도 제도가 불공정하게 운용됐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지, 제도의 불공정성이 개선되지 않았을 때 어떤 문제가 초래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있다. 조선시대의 복지를 단순하게 실패로만 보기보단 그들의 사례를 통해 어떻게 그 실패의 요인을 제거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서평은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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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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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속에 너무너무 공감되는 슬픔이 있는 에세이네요. 나만 이런 생각을 갖고있는 게 아니구나 싶어 위안이 되는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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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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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리고 목차에 끌려 읽어보게 된 에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술술 읽어나갔지만 생각보다 너무너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결국 형광펜을 꺼내들고 밑줄을 쫙쫙 그으면서 읽었다. 그래야 다음에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또 금방 찾아 읽을 수 있으니까.


사람은 서로를 모른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를 나왔어도 가정환경, 만난 사람, 겪은 일들이 다르니 나의 옳음과 타인의 옳음이 다를 수 밖에 없고 오해가 생긴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사람이 타인의 생각을 짐작했을 때 얼마나 맞는지를 실험한 얘기가 있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누군가의 행동과 말, 생각에 대한 타인의 추측은 80% 이상의 확률로 빗나갔다. 이렇게나 오해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건 그래서 더 쉽지 않은 일이 아닐까.


성인이 되어 adhd를 판정받은 저자는 자신의 삶의 굴곡은 유머를 섞어 풀어내고 있다. 자신이 모난 돌임을 숨기지 못하는 아이는 남달리 못된 것이 아니고 남보다 취약한 것에 가깝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왜냐면 나도 꽤 공감하는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진짜 영리하고, 영악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모난 점을 더 잘 숨기면 숨겼지 드러내진 않을 테니까.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진짜 똑똑한 사람은 대놓고 앞에서 칭찬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은근슬쩍 후배의 공로를 치하하며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선배인지를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살면서 덕질을 해본 적은 없다. 특히 연예인 덕질하는 친구들은 몇 있었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마음은 준다고 보답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tv나 콘서트에서나 볼 수 있는 연예인에게 선물을 하고, 방송을 쫓아다니고 하는 게 잘 이해가 안됐다. 보답받지 못할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연예인의 방송촬영장을 쫓아갔는데 팬들을 보면서 짜증어린 표정만 짓고, 무시했던 연예인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고 했던 친구의 마음이 진짜 좋아한다는 게 아닌가 싶다. 상대가 사랑받을 가치가 있을때도 사랑하고, 모두가 사랑이 떠나갈 때도 자리를 지키는 것. 맹목적인 팬심이 어쩌면 맹목적인 사랑과도 가장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다. 저자는 주변인들의 덕질에서 인생의 가장 큰 암흑기가 닥쳤을 때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더이상 나라는 인간의 가치를 증명하고, 대가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코뿔소의 뿔처럼 그냥 힘센 사랑을 자기 자신에게 주기로 한거다. 연예인이 아니니 타인에게 그걸 요구할 수는 없으니, 초라하게나마 자급자족을 꾀하면서.


내가 나의 1인 팬클럽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틀어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 었던 부분이었다. 하필 세상에서 가장 이상하고 못나고 재능없고 마이너해서,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멋쩍은 사람을 좋아하기로 정해버렸는데, 그게 바로 나라는 것. 내가 나를 덕질하는 1인 팬클럽이라는 것. 아침에 일어나는 건 관찰 예능이고, 회사에 가는 건 청년 드라마고, 연애는 흥행성적이 처참한 로맨틱 코미디고.ㅎㅎ 


저자의 1인 팬클럽을 벤치마킹해 나도 나의 1인 팬클럽이 되어주고 싶어졌다. 누군가의 팬이 되어본적이 없어 서툴지만 연예인이 잘 나갈때도, 사고쳐서 미끄러졌을 때도 변함없이 팬심으로 사랑해주는 팬처럼 나도 나의 1인 팬클럽이 되어줘야지. 세상을 살아가면서 타인에게서 그런 팬심을 얻을 수 없다면 자급자족이라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짧은 에세이라 금방 읽었지만 어쩐지 마음이 허허로울때 다시금 펼쳐볼 것 같은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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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로그 100일 완성 IT 지식 -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 데이터, 4가지 IT 근육으로 디지털 문해력 기르기
브라이언 W. 커니핸 지음, 하성창 옮김 / 인사이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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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세포는 있는데 실천 세포는 없다면?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디지털 문해력을 기르고 싶다면? 스스로가 디지털 지구에 불시착한 아날로그 인간이라고 여겨진다면? 3가지 모두에 내가 해당하는 것 같아 1일 1로그 100일 완성 IT지식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끔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신기할 때가 있었다. 육안으로 봤을 땐 그냥 얇고 네모난 기계가 모니터 화면에서는 도시와 도시, 나라와 나라를 뛰어넘어 이미지, 언어, 영상으로 다양하게 보여진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어떻게 전기 에너지가 컴퓨터라는 기계를 통해 온라인 세상에 정보가 저장되고 확산되는 걸까. 어떻게 사이트를 통해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영상이 재생되는 걸까. 이 컴퓨터라는 기계를 만든 사람들은 정말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미 디지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스마트폰, 컴퓨터, tv, 타블렛, 무선 이어폰 등등. 일상속에서 디지털 제품들은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이미 이런 세상에서 살고있는 이상 전공자가 아니니 많이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디지털 지식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디지털 지식에는 많이 문외한이고 덕분에 가끔 읽는 it관련 기사도 모르는 단어를 검색해가면서 읽는편이지만 기초적인 지식은 좀 알아둬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낯선 정보들에 지치지 않게 하루 한 챕터씩 100일 완성으로 기본적인 디지털 지식을 익힐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총 4가지의 핵심 기술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었는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 데이터다. 책의 시작 부분에서는 짧게 컴퓨팅 장치의 역사를 살펴보고 지나가는데 '안티키티라 기계' 에 대한 내용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컴퓨팅 장치는 초기에 주로 천문 현상이나 행성 또는 별의 위치를 예측하는데 특화된 형태였다고 한다. 안티키티라 기계는 세계 최초의 아날로그 컴퓨터로 천체의 위치를 계산하고자 설계되었다. 오늘날의 컴퓨터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기원전 100년에 이런 기계장치가 있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다. 박혁거세가 신라를 세우고, 주몽이 출생한 시기에 기계장치라니.



읽다보니 평소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궁금했던 부분도 알게 되었는데 평소 핸드폰을 사용하면서 앱을 정리할 때 캐시라는 게 뭔지 궁금했었다. 캐시 삭제라는 버튼이 뭔지도 모르고 일단 깨끗하게 지워지면 좋겠지 싶어 어플을 정리할 때 캐시삭제도 했었다. 아날로그 사람들은 나랑 비슷하지 않을까. 그냥 깨끗하면 좋겠지 하고 일단 지우고 보는.ㅋㅋㅋ 알고보니 캐시는 용량이 크지만 느린 주기억 장치에 매번 접근하는 것을 피하고자 최근에 사용된 정보를 저장하는데 사용하는 것이었다. 캐시에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은 메모리 작업을 기다리는 데 시간을 덜 쓴다는 뜻이다.



책의 맨 앞부분에는 100일 동안 내가 읽은 것을 체크할 수 있는 계획표도 있었다. 1챕터를 읽은 날에는 해당 날짜에 스티커를 붙여서 디지털 지식과 함께 작은 성취감도 얻을 수 있었다. 평소 전자기기를 쓰면서 모르는 단어임에도 무심코 지나쳤던 용어들과 컴퓨터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살펴볼 수 있어 여러모로 유익했다. 책의 뒷부분에는 용어도 정리되어 있어서 찾아보고 싶은 용어가 있으면 해당 페이지를 찾아 읽어볼 수 있었다. 워낙 it지식이 부족하다보니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았지만 전공자가 아니니 편한 마음으로 재밌게 읽었다.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아날로그 인간이라면 책에 담긴 it지식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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