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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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리고 목차에 끌려 읽어보게 된 에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술술 읽어나갔지만 생각보다 너무너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결국 형광펜을 꺼내들고 밑줄을 쫙쫙 그으면서 읽었다. 그래야 다음에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또 금방 찾아 읽을 수 있으니까.


사람은 서로를 모른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를 나왔어도 가정환경, 만난 사람, 겪은 일들이 다르니 나의 옳음과 타인의 옳음이 다를 수 밖에 없고 오해가 생긴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사람이 타인의 생각을 짐작했을 때 얼마나 맞는지를 실험한 얘기가 있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누군가의 행동과 말, 생각에 대한 타인의 추측은 80% 이상의 확률로 빗나갔다. 이렇게나 오해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건 그래서 더 쉽지 않은 일이 아닐까.


성인이 되어 adhd를 판정받은 저자는 자신의 삶의 굴곡은 유머를 섞어 풀어내고 있다. 자신이 모난 돌임을 숨기지 못하는 아이는 남달리 못된 것이 아니고 남보다 취약한 것에 가깝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왜냐면 나도 꽤 공감하는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진짜 영리하고, 영악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모난 점을 더 잘 숨기면 숨겼지 드러내진 않을 테니까.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진짜 똑똑한 사람은 대놓고 앞에서 칭찬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은근슬쩍 후배의 공로를 치하하며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선배인지를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살면서 덕질을 해본 적은 없다. 특히 연예인 덕질하는 친구들은 몇 있었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마음은 준다고 보답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tv나 콘서트에서나 볼 수 있는 연예인에게 선물을 하고, 방송을 쫓아다니고 하는 게 잘 이해가 안됐다. 보답받지 못할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연예인의 방송촬영장을 쫓아갔는데 팬들을 보면서 짜증어린 표정만 짓고, 무시했던 연예인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고 했던 친구의 마음이 진짜 좋아한다는 게 아닌가 싶다. 상대가 사랑받을 가치가 있을때도 사랑하고, 모두가 사랑이 떠나갈 때도 자리를 지키는 것. 맹목적인 팬심이 어쩌면 맹목적인 사랑과도 가장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다. 저자는 주변인들의 덕질에서 인생의 가장 큰 암흑기가 닥쳤을 때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더이상 나라는 인간의 가치를 증명하고, 대가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코뿔소의 뿔처럼 그냥 힘센 사랑을 자기 자신에게 주기로 한거다. 연예인이 아니니 타인에게 그걸 요구할 수는 없으니, 초라하게나마 자급자족을 꾀하면서.


내가 나의 1인 팬클럽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틀어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 었던 부분이었다. 하필 세상에서 가장 이상하고 못나고 재능없고 마이너해서,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멋쩍은 사람을 좋아하기로 정해버렸는데, 그게 바로 나라는 것. 내가 나를 덕질하는 1인 팬클럽이라는 것. 아침에 일어나는 건 관찰 예능이고, 회사에 가는 건 청년 드라마고, 연애는 흥행성적이 처참한 로맨틱 코미디고.ㅎㅎ 


저자의 1인 팬클럽을 벤치마킹해 나도 나의 1인 팬클럽이 되어주고 싶어졌다. 누군가의 팬이 되어본적이 없어 서툴지만 연예인이 잘 나갈때도, 사고쳐서 미끄러졌을 때도 변함없이 팬심으로 사랑해주는 팬처럼 나도 나의 1인 팬클럽이 되어줘야지. 세상을 살아가면서 타인에게서 그런 팬심을 얻을 수 없다면 자급자족이라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짧은 에세이라 금방 읽었지만 어쩐지 마음이 허허로울때 다시금 펼쳐볼 것 같은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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