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아틀리에
이지은 지음, 이동섭 사진 / 모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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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어떤 사람은 고루하고 깐깐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인상을 쓰고 무언가에 집중한 모습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내게 장인이라는 단어는 헌신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기에 꽤 멋지고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말이다. 한가지 일에 평생을 헌신한 사람의 말은 뭔가 힘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배울 점이 있는 것 같다고 할까. 나는 그래서 장인의 아틀리에를 펼쳐보게 되었다.


'장인의 아틀리에'는 2007년에 처음 출판되었다가 16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된 책이다. 그간 시간이 흐른 만큼 책 속의 장인 중에서는 아틀리에를 접고 은퇴한 장인도 계시고, 연락이 닿지 않는 분도 계시다고 한다.


책에는 저자가 만난 12명의 장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세상이 변해가며 필요로 하는 곳이 적어지고, 다른 물건으로 대체되기도 하며,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더라도 다음에는 조금 더 나아질거라는 마음, 다음에는 조금 더 능숙해질 거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일에 헌신한 이들의 이야기다.


19세기에 접어들며 피아노에 밀려 사라졌던 클라브생을 되살려낸 장인.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종 제작소를 매입했지만 전통을 지키기 위해 처음 제작소를 세운 가문의 인장을 그대로 유지한 장인. 생텍쥐페리의 후손으로 성 하나를 아틀리에로 쓰는 장인. 몇십년간 복잡한 시계를 만들었으면서도 봄을 신기해하고 만물에 대한 호기심을 간직한 장인. 대량 생산에 밀려 찾는 이는 점점 없어지지만 만든 이의 정성과 공력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지키는 장인.



저자가 만난 장인들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나는 특히 클라브생 제작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던 게 이미 세월의 흐름에 사라져버려 찾는 이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악기를 되살린다는 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싶어서였다. 보통은 어떤 일을 열심히 할 때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마련이니까. 더더군다나 부자집 아들도 아니었고, 가난해서 돈 되는 번듯한 직업을 가지라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음에도 클라브생을 되살려낼 결심을 하다니.



통베, 사랑에 빠진다는 프랑스어식 표현으로 떨어지다(통베)라는 동사를 쓴다고 한다. 병에 걸리는 것도, 사랑에 빠지는 것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어느날 갑자기 그렇게 되니까. 클라브생 장인은 클라브생을 처음 만난 순간을 통베라고 말했다. 정말이지 그의 말처럼 클라브생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어 그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게 다가왔고 멋있게 느껴졌다.



때때로 어떤 책은 그 책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기곤 한다. 장인의 아틀리에가 그런 책이었다. 책이 가진 분위기로 내 기억에 남아 언젠가 또 다시 펼쳐보게 될 것 같은 책이다.




위 서평은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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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위험한 과학책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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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비행기 위해서 공룡이 비행기를 뜯고 있는 아주 흥미로운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길래 호기심에 읽어보게 된 책이다. '아주 위험한 과학책'은 알고보니 위험한 과학책의 3편 같은 책으로 위험한 과학책, 더 위험한 과학책, 아주 위험한 과학책 이렇게 3권으로 이어지는 책이었다.


아쉽게도 나는 전작들은 읽지 못했고, 아주 위험한 과학책이 내가 읽어본 저자의 첫 책이다. 웃기게도 첫 페이지에는 이 책의 내용을 절대 따라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젤 먼저 나온다. 설마 이런걸 따라하는 사람이 있을리가 하고 웃었지만 세상은 넓고 내 사고 밖의 일들도 벌어지는 곳이니 곧 경고문구를 넣는 편이 좋긴 하겠다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책에는 63개의 엉뚱한 질문과 그에 대한 과학적 답변이 일러스트와 함께 수록돼 있었다. 선과 흑백으로 이루어진 졸라맨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는데 갠적으론 글만 있는 것보다 훨씬 맘에 들었다.


빗방울이 땅에서 3미터 이내로 내려오기 전에 모든 물방울을 레이저로 맞춰 증발시키면 어떨까요? 물 위에 동물들이 자유롭게 헤엄쳐 드나들 수 있는 거대한 수족관을 만들 수 있을까요? 돋보기를 이용해서 달빛으로 불을 붙일 수 있을까요? 나는 지금까지 살았던 모든 사람들 중 몇 퍼센트 사람들의 자손인가요?



질문 목록을 보면서 사람들의 상상력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느꼈다. 나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질문들이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순서가 중요친 않으니 목차를 보면서 내키는 대로 호기심이 드는 질문들을 먼저 찾아서 읽었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엉뚱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딱히 과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일러스트와 함께 쉽게쉽게 쓰여있었다. 만약을 가정하고 실제 그 일이 벌어졌을 때 일어날 일들은 대체로 파괴적이었다.


답을 알고싶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그런지 일단 읽기 시작하면 꽤 몰입력이 있었다. 일단 질문 하나를 펼쳤으면 그 결과를 알게 될때까지 2페이지 정도는 집중해서 보게 됐다. 책의 중간중간에는 짧은 대답들이라고 해서 몇가지 질문에 짧게 대답하는 부분도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약간 어렸을 때 봤던 호기심 천국도 생각나고.ㅋㅋㅋ 유쾌하고 기발한 질문과 진지한 답변의 콜라보로 이루어진 재미있는 책이었다.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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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뇌과학 - 뇌과학이 풀어낸 마음의 비밀
폴 J. 잭 지음, 이영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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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에 관한 책이겠거니 하고 집어든 '욕망의 뇌과학'은 신기하게도 몰입에 관한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주의를 끌고 정서적인 공명이 융합한 상태를 몰입이라고 부른다. 어떤 것에 주의를 돌리고, 곧 그것에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켰을 때 우리의 뇌에서는 옥시토신과 코르티솔이 증가한다. 이 물질이 얼마나 증가했는가와 행동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즉, 얼마나 몰입했는지를 측정할 수 있으면 그 이후 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많은 기관이나 단체에서 매출을 위해 소비자의 선호를 알아보려 설문을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의식적인 보고와 몰입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 소비자가 좋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뇌의 몰입을 초래했던 것에는 아무건 관계가 없었던 것이다. 무의식적 신경 반응은 의식과 다른 공간에 살며 둘은 거의 만나지 않는다. 실제로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줬던 건 그 사람의 의식적인 대답이 아니라 두뇌의 반응이었다.


무의식적인 몰입이 행동을 일으킨다면, 우리의 의식적인 생각은 행동을 일으키는데 연관이 없다는 얘기도 된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 내 무의식이 몰입하고 반응했던 것과 관계가 없다는 얘기니까.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선호는 내 무의식과는 관계가 없다는 얘기 아닌가. 안그래도 최근에 몰입과 도파민에 관심이 생겨 관련 책과 영상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마케팅에 관한 책을 골랐더니 여기서도 몰입에 관한 얘기가 나와 신기했다.


고객의 몰입 반응을 확인할 수 있으면 음악을 만들거나 영화를 제작할 때 몰입 반응이 높은 부분은 살리고, 몰입 반응이 낮은 부분은 없애거나 고침으로써 인기 음악이나 영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들 개개인에 맞게 몰입력 강한 학습과정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특별한 경험을 원하고 몰입은 바로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충성고객은 회사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뿐 아니라 회사를 대신해 전도에 나서려는 의욕도 높기 때문에 이런 충성고객을 정확히 타겟팅해 마케팅 하는게 중요하다. 욕망의 뇌과학에서는 몰입에 관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실제로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하는 행동이 일어나게 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몰입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몰입이 더 잘 일어나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무상으로 제공받을 책을 읽고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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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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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책을 읽을 때 식재료가 경제와 엮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식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라는 게 대체 뭘지 호기심에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를 집어들게 됐다.


책에서는 챕터마다 우리에게 친숙한 마늘로 시작해 총 18가지의 친숙한 식재료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식재료 이야기로 시작된 이야기는 다양한 경제 이야기로 흘러갔는데 예를들면 이런 식이었다.


한국인이 묵으로 만들어 먹는 도토리는 최고급 식재료는 아니다. 하지만 이 도토리를 이베리코 돼지들에게 먹인다면 얘기가 다르다. 최고급 하몬 이베리코는 돼지를 도축 전 일정 기간 동안 떡갈나무 숲에 방목해서 도토리만 먹도록 한 다음 만든다. 가장 맛있는 햄은 하몬 이베리코인 것 같다. 햄은 기독교가 이슬람 세력과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기독교도와 이스람교도를 구분하는 중요한 차이였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런 근거가 없다.


90년대 이후 자기나라 음식이 구리다는 걸 인정하고 세계의 음식을 받아들인 영국의 음식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경제학 분야는 90년대 이전 영국처럼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잡았다. 금리, 세금, 복지, 노동 시장, 임금까지 경제학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다. 이런 경제학이 한가지 학파에 매몰된다는 건 단일경작으로 유전자 풀을 좁히는 것과 같다.


나는 경제학에도 마르크스 주의, 신고전학파, 케인스학파, 개발주의, 슘페터학파 등등 이렇게 많은 학파가 존재하는 줄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아는 거라곤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두개 였으니까. 중요한 건 저자가 어느 한가지 학파의 관점에서만 경제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80년대 중반 당시 신 고전학파 경제학의 편협하고 기술적인 내용에 실망해 영국 대학으로의 유학을 결정했다고 한다.


음식 얘기는 이를 테면 어린시절 엄마가 아이에게 채소를 먹이기 위해 뇌물로 쓰는 아이스크림이었다. 경제에 대한 이야기 전에 음식으로 물꼬를 트고 자연스레 경제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는 식이라고 할까. 물론 그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음식 얘기를 읽다보니 이어지는 얘기도 계속 읽게 되더라는 점에서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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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쟁의 흑역사 - 시장 질서를 박살 내고 세계경제에 자살골을 날린 무모한 대결의 연대기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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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쟁의 흑역사라니 어째서 흑역사지? 나라마다 각자 이득을 위해 경제전쟁을 벌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자원이 무한정인 것도 아니고. 세계경제에 자살골을 날린 대결이 뭐지? 하는 호기심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경제란 경세제민의 약자로,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보면 경제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사람을 고통과 죽음으로 내몬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예전에 고립낙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요트타고 세계일주를 하는 가족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을 보면서 요트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는 걸 상상해 보기도 했는데 이래저래 부딪치게 될 난관들도 함께 떠올랐었다. 특히 해적을 만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부산에 해상도시 프로젝트, 울산 해저도시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21세기에 해적질이라니 웬말인가 싶지만 이건 다 이유가 있다.


소말리아는 수에즈 운하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해산물을 그닥 즐기지 않아서 그들이 잡은 해산물은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했었다. 소말리아 국민에게 해산물은 곧 식량과 생필품을 구입할 소중한 자원이었는데 유럽인들은 소말리아가 내전을 치르느라 혼란에 빠져있을 때를 틈타 불법조업을 일삼고 산업 폐기물을 소말리아 바다에 버렸다. 견디다 못한 소말리아 어부들이 직접 유럽 배들을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어업보다 해적질이 더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격 해적으로 전직(?)하게 된 것이다. 해적질을 옹호할 순 없지만 그 이전에 유럽인들의 불법조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순 없다.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여러 국가의 기아에는 기호식품 농업과 옥수수 농업, 바이오 연료 열풍이 얽혀있다. 우리가 먹는 육류와 기호식품이 아프리카와 동남아 지역의 기아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기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가령 유엔에서 한 지역의 우물을 개발해주고 주거지를 살기 좋게 개발해주면 땅주인이나 집주인이 집값을 올려 기존에 살던 사람들을 내쫓기 때문에 개발도 쉬이 할 수 없다던가 하는 것처럼.


여러 전쟁 사건을 보면서 만약이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해봤다. 만약 영국이 네덜란드와 전쟁보다는 협업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길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식민지가 아니라 경제교류를 통해 국가간의 발전을 꾀했다면 어땠을까? 유럽 국가의 왕이 보호무역이 아니라 자유무역의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봤다면 어땠을까?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경제전쟁의 이면에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있었다. 가진 놈이 더하다고(?) 영국은 네덜란드와의 전쟁에서 끝내 승리해 제국주의적 침탈을 바탕으로 대영제국의 기틀을 닦았다. 그럼에도 부족해 아편을 통해 무역적자를 메꾸려고까지 했다. 자원가격 급등을 우려한 영국과 미국에서 반란군을 지원해 한 나라의 내정에 계속해서 개입하기도 했고,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 타국을 침략하기도 했다.


내용 자체는 전쟁의 역사이니만큼 무거웠지만, 곳곳에 저자의 유머가 묻어나와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역사서였다. 경제역사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기 쉽지만 이건 술술 읽혀서 누군가 해주는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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