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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쟁의 흑역사 - 시장 질서를 박살 내고 세계경제에 자살골을 날린 무모한 대결의 연대기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3월
평점 :

경제 전쟁의 흑역사라니 어째서 흑역사지? 나라마다 각자 이득을 위해 경제전쟁을 벌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자원이 무한정인 것도 아니고. 세계경제에 자살골을 날린 대결이 뭐지? 하는 호기심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경제란 경세제민의 약자로,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보면 경제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사람을 고통과 죽음으로 내몬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예전에 고립낙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요트타고 세계일주를 하는 가족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을 보면서 요트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는 걸 상상해 보기도 했는데 이래저래 부딪치게 될 난관들도 함께 떠올랐었다. 특히 해적을 만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부산에 해상도시 프로젝트, 울산 해저도시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21세기에 해적질이라니 웬말인가 싶지만 이건 다 이유가 있다.
소말리아는 수에즈 운하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해산물을 그닥 즐기지 않아서 그들이 잡은 해산물은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했었다. 소말리아 국민에게 해산물은 곧 식량과 생필품을 구입할 소중한 자원이었는데 유럽인들은 소말리아가 내전을 치르느라 혼란에 빠져있을 때를 틈타 불법조업을 일삼고 산업 폐기물을 소말리아 바다에 버렸다. 견디다 못한 소말리아 어부들이 직접 유럽 배들을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어업보다 해적질이 더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격 해적으로 전직(?)하게 된 것이다. 해적질을 옹호할 순 없지만 그 이전에 유럽인들의 불법조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순 없다.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여러 국가의 기아에는 기호식품 농업과 옥수수 농업, 바이오 연료 열풍이 얽혀있다. 우리가 먹는 육류와 기호식품이 아프리카와 동남아 지역의 기아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기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가령 유엔에서 한 지역의 우물을 개발해주고 주거지를 살기 좋게 개발해주면 땅주인이나 집주인이 집값을 올려 기존에 살던 사람들을 내쫓기 때문에 개발도 쉬이 할 수 없다던가 하는 것처럼.
여러 전쟁 사건을 보면서 만약이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해봤다. 만약 영국이 네덜란드와 전쟁보다는 협업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길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식민지가 아니라 경제교류를 통해 국가간의 발전을 꾀했다면 어땠을까? 유럽 국가의 왕이 보호무역이 아니라 자유무역의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봤다면 어땠을까?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경제전쟁의 이면에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있었다. 가진 놈이 더하다고(?) 영국은 네덜란드와의 전쟁에서 끝내 승리해 제국주의적 침탈을 바탕으로 대영제국의 기틀을 닦았다. 그럼에도 부족해 아편을 통해 무역적자를 메꾸려고까지 했다. 자원가격 급등을 우려한 영국과 미국에서 반란군을 지원해 한 나라의 내정에 계속해서 개입하기도 했고,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 타국을 침략하기도 했다.
내용 자체는 전쟁의 역사이니만큼 무거웠지만, 곳곳에 저자의 유머가 묻어나와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역사서였다. 경제역사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기 쉽지만 이건 술술 읽혀서 누군가 해주는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