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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3년 3월
평점 :

경제학 책을 읽을 때 식재료가 경제와 엮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식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라는 게 대체 뭘지 호기심에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를 집어들게 됐다.
책에서는 챕터마다 우리에게 친숙한 마늘로 시작해 총 18가지의 친숙한 식재료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식재료 이야기로 시작된 이야기는 다양한 경제 이야기로 흘러갔는데 예를들면 이런 식이었다.
한국인이 묵으로 만들어 먹는 도토리는 최고급 식재료는 아니다. 하지만 이 도토리를 이베리코 돼지들에게 먹인다면 얘기가 다르다. 최고급 하몬 이베리코는 돼지를 도축 전 일정 기간 동안 떡갈나무 숲에 방목해서 도토리만 먹도록 한 다음 만든다. 가장 맛있는 햄은 하몬 이베리코인 것 같다. 햄은 기독교가 이슬람 세력과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기독교도와 이스람교도를 구분하는 중요한 차이였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런 근거가 없다.
90년대 이후 자기나라 음식이 구리다는 걸 인정하고 세계의 음식을 받아들인 영국의 음식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경제학 분야는 90년대 이전 영국처럼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잡았다. 금리, 세금, 복지, 노동 시장, 임금까지 경제학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다. 이런 경제학이 한가지 학파에 매몰된다는 건 단일경작으로 유전자 풀을 좁히는 것과 같다.
나는 경제학에도 마르크스 주의, 신고전학파, 케인스학파, 개발주의, 슘페터학파 등등 이렇게 많은 학파가 존재하는 줄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아는 거라곤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두개 였으니까. 중요한 건 저자가 어느 한가지 학파의 관점에서만 경제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80년대 중반 당시 신 고전학파 경제학의 편협하고 기술적인 내용에 실망해 영국 대학으로의 유학을 결정했다고 한다.
음식 얘기는 이를 테면 어린시절 엄마가 아이에게 채소를 먹이기 위해 뇌물로 쓰는 아이스크림이었다. 경제에 대한 이야기 전에 음식으로 물꼬를 트고 자연스레 경제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는 식이라고 할까. 물론 그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음식 얘기를 읽다보니 이어지는 얘기도 계속 읽게 되더라는 점에서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 같다.
위 리뷰는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