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iary for lifetime For 30years
올드스테어즈 편집부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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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방학이면 선생님이 애들에게 일기 숙제를 내주셨었다. 나는 일기쓰는 게 너무너무 싫어서 개학하기 직전에 방학 동안의 일기를 몰아서 해치우곤 했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일기를 써볼까 하다가도 흐지부지되면서 사실 꾸준히 일기를 써본 적은 없다. 



선데이 다이어리는 30년 동안, 일주일에 하루, 일요일마다 쓰는 일기장이다. 일기를 매일 쓰거나, 주 4일을 쓴다거나 했으면 어렵겠지만, 주 1일, 그것도 한 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이라면 꾸준히 쓸 수 있지 않을까. 또 일주일에 하루라도 꾸준히 쓴다면, 1년이 지났을 때 지난 1년을 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보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30년을 써야하는 다이어리다 보니 표지가 단단한 하드커버로 되어 있었고, 벨벳재질의 원단이 씌워져 있었다. 금색의 가름끈이 있어 바로바로 원하는 페이지를 펼칠 수 있었다. 내부는 꽤 심플했다. 맨 앞에는 간단히 생각해볼 수 있는 총 78개의 질문이 있었고, 그 다음 장부터는 한페이지마다 월이 적혀있고, 그 밑으로 한주씩 칸이 나뉘어 있었다. 한 페이지당 한달씩 총 30년 분량이었다. 한페이지를 5주 분량으로 칸을 나눴으니 일기를 쓸 칸이 기껏해야 6줄 정도라 부담감이 없었다.




년도가 미리 적혀있지 않고, 해당 월의 옆에 해당 년도를 직접 적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일기가 쓰기 싫은 해에는 건너뛰어도 상관 없는 것이었다. 그 주의 인상적이었던 일이나, 재미있었던 일, 슬펐던 일, 기뻤던 일, 배웠던 것, 실수했던 것, 결심했던 일, 고마웠던 일 등등 그 모든 것들을 꾸준히 적어 1년뒤에 보면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20년 뒤, 30년 뒤에 보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보니 기대가 되었다.



내 인생의 30년을 담은 책 한권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글씨를 더 잘 쓰려고 노력하게 됐다. 기록이 한장한장씩 쌓일수록 더 소중한 다이어리가 되겠지. 디지털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예전에 비해 손으로 쓰는 메모가 많이 줄었지만, 이런 다이어리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종종 과거의 추억을 되새길 때 너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써야하는 일기는 부담스럽다면, 이 다이어리로 부담없이 나만의 30년 인생 다이어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무상으로 다이어리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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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배낭 - 재난에서 나를 지켜주는 대피 & 피난법
우승엽 지음 / 들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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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북한 무인기 뉴스와 백두산이 2025년에 폭발할 가능성을 과학자가 100%로 예측한다는 영상을 보고 심난해졌다. 100%로 예측한다는 건 그냥 폭발한다는 얘기가 아닌가. 미리 근처를 뚫어서 작은 폭발이 일어나게 하는 방법도 쓸 수가 없는게 그렇게 했다가 어떤 식으로 폭발이 이어질지 모른다고. 결국 대비할 방법도 없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전쟁.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게 전쟁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북한이 자꾸 도발하는 뉴스를 보니 진짜 김정은이 미쳤나 싶었다. 어차피 백두산 폭발하는데 그 전에 가볼때까지 가보겠다는 건지 뭔지. 아무튼 이래저래 자연재해와 전쟁의 위협으로 심난해져서 최소한의 생존지식을 좀 알아둬야 하지 않을까 싶어 '생존배낭'을 읽어보기로 했다.



'생존배낭'은 '생존21-도시재난연구소'의 소장이자 국내 유일의 '도시재난전문가'인 우승엽 소장이 쓴 책이다. 사실 약한 지진과 화재를 모두 겪어본 입장에서 사람이 그런 순간이 닥치면 진짜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달리 아무 생각도 안든다. 급박한 상황에서 뭔가를 챙기고 말고 할 정신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가방 하나 정도는 챙겨갈 수 있지 않을까.



생존의 333법칙이 있다고 한다. 숨 안 쉬면 3분, 물 없으면 3일, 밥 안 먹으면 3주라는 것이다. 생존에는 골든타임이 있는데 72시간이라고 한다. 혼자서 버텨내는 시간이 길수록 구조확률도 높다. 생존배낭은 재난상황에서 구조될 때까지 나를 버티게 해줌으로써 생존확률을 높여주는 최소한의 대비책이다.




생존물품이나 배낭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와 내 가족의 생존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로 채워져야 한다. 책에서는 말그대로 생존배낭을 꾸리는 법부터 도시재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것들로 가득차 있었다.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한 민방위 비상급수시설이나, 야외 응급 정수법, 휴대폰 필수 앱들, 생존용품이 없을 때 대용법, 재난문자 등급, 응급처치 방법이나 간이쉘터 만드는 법, 불 피우는 법, 방향 찾는 법까지 알려주고 있었다. 


애완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혹시나 그런 상황이 닥치면 내 반려동물은 내가 안고 이동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ㅠ 국가별 생존 메뉴얼 사이트도 알려줬는데 한국재난 사이트는 논란이 될만한 생존 정보는 아예 언급도 안되어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예를들면 락스 정수법 같은. 그래서 재난 안전 메뉴얼을 추천할 땐 미국의 ready 사이트를 제일 먼저 추천한다고 한다. 



생존배낭을 꾸리려고 하면 챙겨야 할 게 한가득인 것 같고, 책에 나오는 것들도 하나같이 다 필요해 보인다. 덕분에 뭘 빼내야 할지 고민하느라 스트레스도 좀 받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배낭을 메고 대피할 수 있을 정도로 챙겨야 하기에 목숨을 최우선으로 두고, 진짜 이것만큼은 뺄 수 없겠다 싶은 것들로 가방을 채우기로 했다. 참고로 이 책은 저자의 두번째 책으로 첫번째 책과도 연계되는 부분이 많으니 첫번째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라도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있다. 



어차피 내가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언제 무슨 사건이 터질까 불안해하며 살 생각은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비 정도는 해두기로 했다. 그게 생존배낭이다. 물론 겪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 책은 혹시나 모를 재난재해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최근의 뉴스나 자연환경을 보고 불안하다면 이 책을 참고해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비 만이라도 해두는 건 어떨까.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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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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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는 데미안과 싯다르타라는 소설로 알게 된 작가다. 나는 소설이 마음에 들면 작가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드는 편이라 헤르만 헤세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겼었다.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어떤 경험을 했길래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걸까? 하고.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는 두권이지만 나는 이 제목이 더 끌렸다. 삶을 견디는 기쁨이라니. '견디는'과 '기쁨'이라는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단어가 제목안에 들어가 있는다는 게 호기심을 일으켰다.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 뿐만이 아니라 그의 시, 그림까지 한권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산꼭대기에 앉아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고,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조용한 흐름을 끊임없이 감지하면서 자신의 영혼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에게, 걱정을 다 잊게 해준다는 바쿠스나 달콤한 잠을 취하게 해준다는 해시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29p



헤르만 헤세는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우울증으로 평생 고통받았다. 그는 우울증이 도진 순간을 아무런 이유없이 머리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나쁜 시간이 있기에 좋은 시간도 있는 것이고, 이도저도 아닌 시간보다는 차라리 나쁜 일이 더 많이 생겨서 고통을 받는 것이 다음에 오는 축복의 순간을 더 큰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나쁜 시간이 많은 만큼 기쁨도 크겠지만 그렇더라도 그런 삶을 원하냐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할 것 같으니까. 우울증과 자살충동으로 고통스러워했으면서 어떻게 이도저도 아닌 시간보다 고통을 많이 받는 게 낫다고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온전한 의지로 모든 소망을 완전히 포기한 채 기꺼운 마음으로 배의 난간에서 미끄러지며 어머니의 품으로, 신의 품으로 추락하던 그 찰나의 순간 이후부터 죽음은 그에게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게 되었다.

-144p



작품을 읽은 이들이 집으로도 찾아오고, 그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낼 만큼 성공한 작가였음에도, 그의 내면에서는 아마도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두 갈래 길이 충돌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는 첫번째 목소리는 옳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모든 것을 나누어 줄 뿐이라고 했고, 두번째 목소리는 고통의 필수 불가결함을 이야기 했다고 말한다. '삶을 견디는 기쁨'에 담긴 글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라기 보다는 그의 내면의 흐름을 적은 듯한 느낌이었다. 요컨대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친절한 느낌은 아니지만,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 같았다.


그는 고통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것이 고통의 세계를 가장 빨리 통과할 수 있게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고수하며, 내면의 고통과 그 결과까지도 모두 내맡겼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예술가의 종착지는 깨달은 사람에 대해 말하는 것 같다. 그랬기에 데미안이나 싯다르타 같은 작품도 쓸 수 있었던 거겠지. 몇몇 문장은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음에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아쉬웠지만ㅠ 헤르만 헤세라는 한 예술가가 어떤 마음의 창으로 세상과 자신을 보며 살았는지 그의 글들을 통해 일부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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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 - 정의에 이르는 길 EBS 오늘 읽는 클래식
김주일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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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는 지상에서 도서관이 불타 없어진다면 꺼내올 책 100권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유명한 고전이다. 2000년도 전의 작품인 걸 생각하면 아직까지 살아남아 이렇게 인정받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막상 플라톤의 저서를 읽으려 하면 그 두께와 생소함에 막막할 수 있다. 이 책은 '국가'를 읽기 전 사전 지식을 얻거나, 읽으면서 옆에 두고 참고하기에 좋은 해설서다.


영국의 철학자 화이트 헤드는 유럽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주석 형태로 발전해왔다고 했고, 독일의 철학자 카시러는 플라톤의 국가가 세상에 정의를 가져오진 않았지만, 국가 이후로 어떤 정치이론가도 국가를 논할 때 정의를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예전에 정의란 무엇인가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럼 그런 논의도 플라톤 철학으로부터 시작되었던 걸까 싶었다. 사실 플라톤에 대해서는 소크라테스의 제자라는 것 정도만 알아서 플라톤이 서양철학에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인 줄은 몰랐다.



소크라테스는 논의를 사랑해 누구에게나 묻고 또 물으며 대화를 나눴지만 그가 남긴 글은 없다. 대신 플라톤이 소크라테스가 나누던 대화를 모방해 대화편이라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사망할 당시의 나이가 70세 쯤이었고, 그때 플라톤의 나이가 스물 여덟인가 그랬다고 한다. 비록 소크라테스가 대화하는 걸 모방해 글을 썼지만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함께했을 시간이 그리 길어보이진 않아서, 플라톤이 쓴 글은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다른 부분들도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는 후대에 끼친 영향이 큰 만큼 후세의 정치가들과 예술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올더스 헉슬리의 놀라운 신세계의 디스토피아는 바로 국가를 통제사회로 이해한 산물이고, 조지 오웰의 1984에서는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의 처지가 역설적으로 국가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의 죄수의 처지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국가를 애독하고 거기서 자신의 파시즘을 위한 영감을 길어냈다고 했으며,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는 플라톤을 전체주의의 창시자로 국가를 전체주의의 온상으로 지목했다.



플라톤의 글을 언제나 한가지 방식으로 단일하게 해석되지 않고, 어떤 관점과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장면을 보여준다. 플라톤의 저서가 이렇듯 오래 살아남아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어떤 한가지 주제를 던져주면 사람은 누구나 무의식적으로라도 어느 한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평소에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지, 문제를 듣자마자 바로 더 공감이 가는 쪽과 거부감을 느끼는 쪽이 나뉘지 않나. 3명의 사람이 있으면 3명의 사람 각자의 논리와 의견이 있는 법이고, 8명의 사람이 있으면 8명 모두 각자의 논리와 의견이 있는 법이다. 그들 각자의 의견은 각자의 관점에서는 다 말이 되는 이야기가 된다. 이렇듯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이들이 모두 읽고 생각하고 논의할 수 있게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글이라는 것이 플라톤의 저서가 오랫동안 읽힐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싶었다.



'플라톤의 국가'를 읽고 보니 해설서가 아니라 번역서를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정치부터 예술까지 이렇게나 큰 영향을 끼친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호기심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대체 국가의 원전은 어떤 내용을 담은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계속해서 일었으니,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원전을 읽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길 원한다는 저자의 목표는 이미 달성된 것 같다. 책의 뒷부분에는 우리나라에 출간된 국가 번역서와 해설서들 중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도 있었다. 책에 나온 번역서로 조만간 국가를 읽어봐야겠다.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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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안지은 지음 / 콜라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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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읽은 인어공주나 신데렐라, 백설공주, 알라딘, 헨젤과 그레텔 등등, 동화를 재해석한 책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같은 동화를 보고도 이런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구나 하고 느낄 때 꽤 즐겁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동화를 재해석한 책을 읽어보고 싶어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를 펼쳐보게 되었다.



각 동화에 대한 해석의 뒤에는 등장인물 인터뷰란이 있었는데, 주인공 만이 아니라 조연, 악역까지 인터뷰가 담겨있었다. 아무래도 동화의 인물들은 욕망이 선명이 드러나 있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보니 어렸을 때 읽었을 때는 주인공에 이입해 조연이나 악역들을 싫어했었다. 하지만 어렸을 땐 나쁘게만 보였던 악역의 인터뷰를 보니 그 마음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심지어 주인공보다도 조연이나 악역의 인터뷰가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보통 지나가는 조연이나 악역은 그 심리를 깊게 생각해보지 않기 마련이니까.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를 다 읽고 보니, 역시나 동화속 등장인물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정말이지 흥미로웠다. 인어공주를 읽으면서 제 발로 마녀와 계약을 하고, 자신이 왕자를 구한 사람이라는 걸 전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답답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사랑의 권력관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인어공주는 목소리와 다리를 맞바꾸고, 바다속 가족들도 버리고 갈 만큼 왕자를 사랑했지만 왕자는 아니었다. 인어공주의 사랑은 굳이 따지자면 실패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랑에 있어서 정말 성공과 실패는 없는 걸까? 



엄지공주는 내가 별로 좋아했던 동화는 아니었다. 아니 대체 왜 귀여운 엄지공주한테...?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엄지공주의 등장인물 인터뷰를 보니 싫어했던 등장인물들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어떤 부분은 조연에게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으니까. 특히 너무 싫다고 생각했던 두꺼비의 심정이 어쩐지 상상이 갔다. 엄지공주의 입장에만 이입해 이 동화의 등장인물들을 진짜 싫어했는데 지금 이 동화를 다시 읽어보면 조연들이 달리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일부러 몸을 좀 회복하려고, 아니면 바빠서 밥 때를 놓쳐서 배고픔을 느낀 적은 있다. 하지만 굶어 죽을 정도의 배고픔은 느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헨젤과 그레텔에서 자식들을 숲에 버린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숲에 버리면서 아이들이 똘똘하니 살아남을 거라 생각했다는 건 너무 비겁한 변명처럼 느껴졌으니까. 어른도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서 아이들이 숲에서 살아남는 다는 게 말이 안되지 않나. 사실 이 동화의 아버지라는 인물은 저자의 해석이나 인터뷰를 봐도 여전히 안좋게 보이지만, 나는 굶어 죽을 정도의 허기를 느껴본 적이 없기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밤의 동화에는 저자의 일러스트도 정말 많이 수록되어 있어 책 내용을 읽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즐거움도 충만했다. 이전에도 동화를 재해석한 책을 몇권 읽었지만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이렇게 깊게 파헤친 것 같은 책은 처음이었다. 주인공만이 아니라 조연들의 심리까지 이해해볼 여지를 주다보니, 새삼 오래전 읽었던 동화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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