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국가 - 정의에 이르는 길 EBS 오늘 읽는 클래식
김주일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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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는 지상에서 도서관이 불타 없어진다면 꺼내올 책 100권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유명한 고전이다. 2000년도 전의 작품인 걸 생각하면 아직까지 살아남아 이렇게 인정받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막상 플라톤의 저서를 읽으려 하면 그 두께와 생소함에 막막할 수 있다. 이 책은 '국가'를 읽기 전 사전 지식을 얻거나, 읽으면서 옆에 두고 참고하기에 좋은 해설서다.


영국의 철학자 화이트 헤드는 유럽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주석 형태로 발전해왔다고 했고, 독일의 철학자 카시러는 플라톤의 국가가 세상에 정의를 가져오진 않았지만, 국가 이후로 어떤 정치이론가도 국가를 논할 때 정의를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예전에 정의란 무엇인가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럼 그런 논의도 플라톤 철학으로부터 시작되었던 걸까 싶었다. 사실 플라톤에 대해서는 소크라테스의 제자라는 것 정도만 알아서 플라톤이 서양철학에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인 줄은 몰랐다.



소크라테스는 논의를 사랑해 누구에게나 묻고 또 물으며 대화를 나눴지만 그가 남긴 글은 없다. 대신 플라톤이 소크라테스가 나누던 대화를 모방해 대화편이라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사망할 당시의 나이가 70세 쯤이었고, 그때 플라톤의 나이가 스물 여덟인가 그랬다고 한다. 비록 소크라테스가 대화하는 걸 모방해 글을 썼지만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함께했을 시간이 그리 길어보이진 않아서, 플라톤이 쓴 글은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다른 부분들도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는 후대에 끼친 영향이 큰 만큼 후세의 정치가들과 예술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올더스 헉슬리의 놀라운 신세계의 디스토피아는 바로 국가를 통제사회로 이해한 산물이고, 조지 오웰의 1984에서는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의 처지가 역설적으로 국가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의 죄수의 처지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국가를 애독하고 거기서 자신의 파시즘을 위한 영감을 길어냈다고 했으며,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는 플라톤을 전체주의의 창시자로 국가를 전체주의의 온상으로 지목했다.



플라톤의 글을 언제나 한가지 방식으로 단일하게 해석되지 않고, 어떤 관점과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장면을 보여준다. 플라톤의 저서가 이렇듯 오래 살아남아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어떤 한가지 주제를 던져주면 사람은 누구나 무의식적으로라도 어느 한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평소에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지, 문제를 듣자마자 바로 더 공감이 가는 쪽과 거부감을 느끼는 쪽이 나뉘지 않나. 3명의 사람이 있으면 3명의 사람 각자의 논리와 의견이 있는 법이고, 8명의 사람이 있으면 8명 모두 각자의 논리와 의견이 있는 법이다. 그들 각자의 의견은 각자의 관점에서는 다 말이 되는 이야기가 된다. 이렇듯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이들이 모두 읽고 생각하고 논의할 수 있게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글이라는 것이 플라톤의 저서가 오랫동안 읽힐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싶었다.



'플라톤의 국가'를 읽고 보니 해설서가 아니라 번역서를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정치부터 예술까지 이렇게나 큰 영향을 끼친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호기심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대체 국가의 원전은 어떤 내용을 담은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계속해서 일었으니,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원전을 읽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길 원한다는 저자의 목표는 이미 달성된 것 같다. 책의 뒷부분에는 우리나라에 출간된 국가 번역서와 해설서들 중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도 있었다. 책에 나온 번역서로 조만간 국가를 읽어봐야겠다.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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